코로나19 팬데믹과 조 바이든 대통령 선출, 군사적 갈등을 유지한 채로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남북 관계에도 불구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시 한 번 북한에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천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라자로 주교는 지난 17일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했다. < 연합뉴스 > 보도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교황은 “같은 민족이 갈라져서 이산가족처럼 70년을 살아왔다. 이 얼마나 큰 고통인가. 같이 살아야 한다”며 “준비되면 북한에 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계획은,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한번 만나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고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는 화답으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이었던 김희중 대주교와 특히 한반도 평화를 위해 외교관으로서 헌신해온 성염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를 특사로 파견하여 한반도 평화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4.27 판문점선언 1주년 당시에도 축사를 보내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한 노력을 통해 조화와 일치를 추구하면 분열과 대립을 극복할 수 있다”며 “판문점 선언 1주년이 모든 한국인들에게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가져다주기를 기도하며 여러분 모두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가득하기를 간구한다”고 전해왔다.
지난해 9월에는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Alfred Xuereb) 대주교를 통해 문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줄 것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한반도 평화에 대한 관심을 표현했다.
교황은 지난해 11월에도 이백만 대사 이임 예방 때 이 대사에게 “북한에서 초청하면 갈 수 있다”는 말과 함께 방북에 대한 의사를 전달했다. 이 대사는 귀국 후에도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와 같은 교황의 방북 의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 특히 로마에 거점을 둔 국제가톨릭공동체 산테지디오(Sant’Egidio)는 이미 지난 2014년부터 아동 의료·교육지원을 위해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한 바 있다.
또한, 대한민국 측만 참여하기는 했으나 교황청은 남북 교류 차원에서 태권도 시범 행사를 성 베드로 광장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를 중심으로 집필한 교황회칙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를 실천하고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여러 제한들에도 불구하고 각지의 평화 수립을 위한 외교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지난 3월 교황은 ‘중동의 화약고’로 불리는 이라크를 방문하여 중동 평화와 아브라함 종교로서 가톨릭교회·이슬람교의 형제애를 강조했다.
지난 22일에는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정부 수립이 늦어지고 있는 레바논의 총리 지명자 사드 알 하리리(Saad al-Hariri)를 만나 “조건이 갖춰지는 대로 레바논을 방문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레바논은 지난해에는 베이루트 항구 폭발 사고로 백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국가다. 세계은행(World Bank)에 따르면 레바논은 현재 부정부패로 인해 인구 절반이 빈곤 상태에 처하고, 화폐가치도 90% 이상 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