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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연 수녀의 복음묵상
  • 임순연(사랑의 씨튼 수녀회)
  • 등록 2015-04-15 19:04:27
  • 수정 2015-04-29 18:4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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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목요일 미사 후 성체 조배 시간

창 밖에서 새소리가 들립니다.


예수님께서 피땀 흘리심을 기억하며

그 안에 머무는 그 시간,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가 들려옵니다.

예수님께서 피땀 흘리며 기도하시던 그 때에도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가 들렸을 것입니다.

이렇듯

성聖과 속俗은 따로 있지 않아서

우리는 기도하는 중에도

사는 것을 염려하고

가장 막막한 상황에도

어머니를 떠올리며 삶을 이어갑니다.

지난 한 해 동안

함께

길 위를 걷고,

길 위에서 쉬고, 먹고,

길 위에서 탄식하고 울부짖으며,

길 위에서 추억하고,

길 위에서 또 희망하고 감사하며,

길 위에서 내일을 기다렸습니다.

자식 잃은 부모가 발이 뭉개지도록 걸으며, 절하며

세상을 향해, 우리들을 향해 말하고 있습니다.

단식하고 있습니다.

삭발하며 소리보다 더 큰 울음을 삼키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상처받은 세상에서

무엇을 보았습니까?

무엇을 들었습니까?

그래서

무엇을 말 할 수 있습니까?

증인이 증인일 수 있는 것은 증언할 때입니다.

이제는 그 동안 듣고, 보고, 느낀 것을

말할 때입니다, 행동할 때입니다.

그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그들이 어떤 말로 아직도 가슴을 헤집고 있는지

그들이 또 어떤 눈빛으로 오만하게 구는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하였는지

다시 길 위에서,

내가 서 있는 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증언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이 모든 일의 증인입니다.

우리의 존재가

이들에게 다행일 수 있어야겠습니다.

그들에게 내가, 우리가, 공동체가 희망이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임순연(스텔라) : 아름다운 곳에서 귀한 분들과 함께 본당 사도직을 하고 있는 사랑의 씨튼 수녀회 수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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