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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프가 주목하는 작가] 도운이가 사랑하는 사람들-2
  • 고유경
  • 등록 2015-09-11 11:16:03
  • 수정 2015-12-01 10: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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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정도운 : 서울미술고등학교 졸업 후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빌링슬리 아카데미에 다니고 있다. 주로 뮤지션들을 그리며 모두 정도운 작가가 좋아하는 뮤지션들이기에 그림에는 따뜻함과 즐거움이 묻어있다.



지난해는 소중한 생명들이 많이도 우리 곁을 떠나 아물지 않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봄에는 세월호에서 구출되지 못해 꽃 같은 아이들과 많은 이들이 세상을 떠났고 얼마 전 500일이 지나도록 진상규명은 고사하고 실종자도 모두 찾아내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습니다.


무능과 무책임, 무감각, 몰염치, 잔인함 등 국민을 지켜주지 못한 국가가 가져야할 최소한의 염치도 보여주지 않은 채로 제풀에 나가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며 분노하고 있습니다. 광화문광장에서 못 본 채 외면하며 지나치는 시민들이 가르고 지나치는 바람결에도 유가족들의 마음은 칼자국이 그어집니다.


여름에는 도운이의 큰아버지가 암 투병 끝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분은 참 유쾌하고, 바르고, 모르는 것이 없는 분이었어요. 부모님께는 더 할 수 없는 효자였고 동생들에게는 항상 너그러운 형, 오빠셨죠. 조카들에게는 만나면 장난을 걸어 울리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는 재미난 분이셨죠.


아내와 자녀들에게는 늘 노력하는 남편, 아빠였던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시댁에서 저를 가장 예뻐 해주고 믿어주시는 큰 오빠 같은 아주버님이셨구요. 돌아가신 후 장례를 모시며 보니 동네에서나 성당에서도 그분은 참 정성을 다하셨던 분이셨더군요. 이런 분을 떠나보낸 저희 가족은 깊은 슬픔에 빠졌습니다. 온갖 정성을 다해 살려보려 애쓰시던 어머님은 쓸개에 천공이 생겨 애간장이 녹아내린다는 말이 비유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도운이는 한 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아 감정을 느낄 줄 모르는게 아닐까하는 의구심에 걱정스럽기까지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여름 도운이는 두 점의 그림을 그려왔고 저는 그 그림을 보며 울컥했습니다. 비틀즈와 사형제입니다. 도운이는 세상을 떠나신 큰아빠에서 세상을 떠난 멤버가 있는 비틀즈를 연상했고 네 명의 멤버와 아빠 사형제를 연결해서 각각의 머리색을 같은 색으로 표현해서 비틀즈와 아빠 사형제를 그렸습니다.



도운이가 비록 눈물이나 말로 슬픔을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큰아빠를 생각하고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지요. 도운이는 지금도 큰아빠 이야기를 자주하고 싱글벙글 웃곤 합니다. 도운이의 기억 속에 있는 큰아빠는 늘 도운이를 웃게 했던 모양입니다. 하늘에 계신 큰아빠도 싱글벙글 웃으며 생각하는 도운이의 추모방식을 좋아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을에는 어처구니없는 의료사고로 가수 신해철이 세상을 떠났지요. 저는 신해철의 음악과 그의 삶의 태도를 좋아했었고 새 앨범을 내고 활동을 시작하는 그를 자주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던 차에 죽음소식을 듣고 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그의 죽음에 세월호 아이들의 죽음이 겹치고 아주버님의 죽음이 겹쳐 더 많이 서러웠던 것 같습니다.


도운이가 그때 신해철을 그렸습니다. 저는 신해철의 어깨에 쓰여 진 아내의 이름과 자녀들의 이름을 보고 또 한참 울었습니다. 도운이는 어쩌면 그에게 가장 소중하고 차마 내려놓지 못했을 사람이 아내와 자녀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어깨에 올려놓은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저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자폐아인 도운이는 어쩌면 제가 알지 못할 정도의 깊이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신해철과 함께 그린 서태지는 서로 육촌간이라고 합니다. 도운이의 잡학다식함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죠.





※정도운 작가의 작품은 일주일에 한 번 연재될 예정이며, 정도운 작가 개인 페이스북(https://goo.gl/BwVLcX)에서도 작가 소식과 작품을 볼 수 있다.



[필진정보]
고유경 : 정도운 작가의 어머니. 정도운 작가가 작품으로 표현한 감정을 독자들이 알아 보기 쉽게 설명하는 도우미로서 짧은 글과 함께 작품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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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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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mem2015-09-11 16:17:22

    기다렸던 소식이네요 정도운작가 기대가 많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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