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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교구 교구장과 신부들, 언제까지 침묵하고 복지부동할 것인가?
  • 이상호 편집위원
  • 등록 2015-09-21 09:32:29
  • 수정 2015-09-21 17:2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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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빈을 말하지만 부자로 살아가는 수도자들의 위선이 신자들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고 교회를 해칩니다˝ - 교황 프란치스코 (사진출처=보건의료노조)



인천성모병원 사태 해결을 호소하기 위해 바티칸에 갔던 보건의료노조 원정투쟁단이 지난 18일 귀국했다. 10일 만이다.


그 짧지 않은 기간 동안의 원정투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들이 그곳에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구할 수는 있었겠지만, 사태 해결 그 자체는 그곳에서 결코 할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이들이 로마에서, 바티칸에서 만난 사람들은 이번 사태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원정투쟁단은 사태 해결을 호소하러 간 것이지, 사태를 해결하러 간 것은 아닌 것이다.


해결은 결국 당사자들이 해야 하고, 당사자는 노조와 병원인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들의 귀국을 보고 있자니, 이번 사태에 대해 처음부터 가졌던 의문 두 가지가 더욱 궁금해진다.


하나는 왜 인천교구의 교구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일까 이고, 또 하나는 왜 그 많은 교구 소속 신부들이 하나같이 입을 다물고 있을까 하는 것이다.


아니, 이 두 가지는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인천교구 성직자들은 인천성모병원 사태에 대해 왜 침묵과 복지부동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일까? 가톨릭 노동사목, 가톨릭 노동운동의 성지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그 전통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교구가, 교구 성직자들이 왜 이 문제에 대해서는 모두 귀를 막고, 입을 닫고 있는 것일까?


교구가 내세우고 있는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성직자는 노사관계에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에 대해 따져보기 전에, 인천교구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가 먼저 의문이다. 인천교구가 그동안 이와 비슷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 해왔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주장을 했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등을 조금만 돌이켜보면 교구가 내세우는 이유가 자체 모순임이 금방 드러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사태는 교회가 당사자다. 인천교구가 인천성모병원을 운영한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데 당사자가 성직자이기 때문에 당사자임에도 간여할 수 없다니,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된다.


혹시 이번 사태는 직접 교회가 관련이 있는, 성직자가 당사자여서 그런 것일까. 중재하거나 개입하는 것은 ‘교회의 이름으로’ 할 수는 있어도, 이번에는 그것이 아니니까 할 수 없다는 그런 논리인가.


그렇다고 해도 왜 만남 자체를 그토록 피하는 것일까. 한번 만나달라고 며칠을 단식까지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교구장이 밖에 나오는 것이 그렇게 힘들까? 성직자는 절대로 노사관계에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이 자신의 신념이라면, 이를 이해 못하는 사람들에게 최소한 설명이라도 하기 위해 밖으로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마저도 안 하면, 노조뿐 만아니라 이번 사태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을 무시하고 모욕하는 결과 밖에는 안 될 것이다.


인천교구 신부들 중에는 노동문제나 인권문제 등에 대해 평소 소리 높여 발언하고, 약자의 편에 서서 행동해 온 신부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이 신부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교구 내 문제여서 어느 한 쪽 편을 들기가 곤란해서 그런가. 그렇더라도 신부들은 이 같은 사태가 발생했으면,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교구의 일인데다 누구보다 교구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신부들은 아예 모른 척 하고 있다. 


“인천교구 300여 분의 사제들이 계신 가운데 어느 한 분도 이 문제에 대해 말씀하고 계시지 않습니다” 홍명옥 인천성모병원 노조지부장의 말이다. 홍 지부장은 신부들이 침묵한다면 정말 비극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고, 두 차례에 걸쳐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했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신부들이 목소리를 내주어야 그나마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느낄 수 있다고 기대한다.


샐러리맨들 사이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말이 문득 생각난다. 술자리에서 대통령을 비난하는 사람보다, 자기보다 바로 하나 위 또는 직속 상사를 비방하는 사람이 정말 용기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항상 “교회는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산 넘고 물 건너 운동하러 가는 것이나, 휴가인지 휴식인지 모를 피정이나 여행은 교황이 말하는 밖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성당에서 나와 울부짖고 호소하는 사람들을 만나라는 것이다. 인천교구 성직자들이 이 정도를 모른다고 하면, 굉장히 실례가 될 것이다.


교황은 최근 이런 말을 했다. 유럽에 빈 수녀원이 많이 있는데, 어떤 수녀회는 빈 수녀원을 호텔로 개조하려 한다며, 하려면 하라고 했다. 다만, 그 이름에서 종교적 단어를 빼고, 세금을 다른 호텔과 똑같이 내라고 했다. 수녀회는 빈 수녀원을 호텔로 개조하면 돈을 벌 수 있고, 수녀회를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런 식으로 수녀회를 유지하면 그것은 더 이상 수녀회가 아니라는 의미다. 교황은 이를 ‘돈의 악마’의 유혹이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설립 정신에 어긋난 가톨릭병원을 국가가 인수해서 공공병원으로 바꾼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탈리아 노조 관계자가 원정투쟁단에게 한 말이다.


며칠 전 가톨릭 에코포럼 ‘찬미 받으소서’에서 있었던 일이다. 마지막 질의 응답시간에 ‘교황의 뜻에 따라 한국 추기경을 비롯해 교회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라는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관중 속 여기저기에서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고, 진지한 분위기는 잠시 깨졌다. 인천성모병원 사태를 두고 연 토론회에서 똑같은 질문이 나왔다면 어땠을까?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을 것 같아 그냥 떠오른 단편들이다.


언제까지 인천주교 주교와 신부들은 침묵하거나 복지부동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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