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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죽음의 시학 : 직녀에게
  • 김창규
  • 등록 2015-10-06 16:01:54
  • 수정 2015-10-26 09: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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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녀에게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이런 시를 쓴 시인이 죽었다

갑자기 몸에 이상이 생겨 세상을 떠났다


그가 떠나서 가야 할 곳은  

요단강을 건너는 것도 아니다

광주5.18 묘역 양지바른 곳 무등산이 보이고

함께 누워 잠든 이들이 모두 일어나 환영해주는 곳

일 년에 한 번은 꼭 만나야 만하는 거기

오작교 없어도 노둣돌이 없어도

그래 그냥 만나야 하는 곳에 묻히셨다


그의 노랫말이 시가 되고

아니 그의 시가 노래가 되는 세상은 갔다

땅의 연가가 울려 퍼졌다

남은 사람들이 시를 써야 하고

아름다운 세상 이별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통일을 보고 죽자고

시인은 마지막 가면서 노래했다


무수한 사람이 죽어서 묻힌 이곳

동족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었던 

살인마 군인도 대통령이 되었고

다카기 마사오의 딸도 대통령이 된 나라의 5.18국립묘지

장엄하게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퍼진다

가슴과 가슴에 노둣돌을 놓아


그가 노래했던 전라도 광주의 골짜기 들판 어디서나

화순의 천불천탑도 일어서서 노래한다

그대 손짓하는 연인아 은하수 건너

그렇게 그가 죽던 날은 엄청 큰 달이 구름 속에서

세상을 비추었다

그리고 가족의 손을 잡고 눈을 감았다

북녘의 직녀에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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