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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국정화에 시민들 강하게 저항 “독재자 악몽 본다”
  • 최진 기자
  • 등록 2015-10-13 16:51:47
  • 수정 2015-10-13 17: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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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역사쿠데타라고 규탄하는 시민들. 이들은 친일,독재 행위를 미화하려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계획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 최진 기자


정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 계획을 밝힘에 따라 12일 오후 6시 시민단체들이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 규탄 긴급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계획을 규탄하며, 국정 교과서 백지화를 목표로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은 ‘제2 유신을 선언한 역사쿠데타’로 규정한다”며 “단 하나의 역사 해석을 강요하겠다는 으름장에서 우리는 박정희 독재자와 유신 철권통치의 악몽, 히틀러와 나치의 망령을 본다”고 밝혔다. 


▲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역사교육을 죽인다는 `근조역사교육`. 시민들은 항일 독립운동, 4·19, 5·18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헐뜯는 뒤틀린 역사 서술은 절대 용납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 최진 기자


또한 “뒤틀린 역사 서술은 교과서의 다양성 보장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상식의 역사관이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며 “국민을 사상적으로 노예화하고, 과거의 기억을 틀어쥐어 미래를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려는 정권의 무시무시한 음모는 우리의 힘으로 반드시 분쇄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의문 낭독에 앞서 단체 대표와 집회 참가자들의 발언이 있었다. 이날 집회는 466개 단체가 모인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 공동주최로 열렸으며, 단체 회원들과 학생·교사·청년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숭실대학교 김현진 학생은 “학생들은 역사를 통해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데, 역사가 무너진다면 앞으로 대학생들은 이런 운동에 나설 수 없다”며 ‘헬 조선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가 아니라 ‘헬 조선이기 때문에 우리가 나서야 한다’는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 국정교과서 반대 시위 중 경찰의 진압으로 응급실에 실려갔던 김현진 학생. 그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진행된다면 행동하는 젊은 지성이 점차 사라질 것을 염려하였다. ⓒ 최진 기자


김 씨는 이날 오후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에서 국정교과서 반대시위 도중 경찰의 진압으로 부상을 당해 응급실로 후송됐다가 집회에 참가했다.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윤형 학생은 “국가가 나서서 하나의 역사만을 가르치는 것은 우리를 식민 지배했던 일본이 채택했다”며 “국민을 조정하여 독재하기 쉽게 만드는 교과서가 바로 국정교과서다. 매일 집회에 참석할 수는 없지만, 오늘 집회를 주변에 널리 알리겠다”고 밝혔다. 


서울 강서중학교 교사는 “국정교과서는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것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앞으로 닥칠 우리의 미래 문제로 보아야 한다”며 “지금의 정치는 신사의 정치가 아니므로 우리는 이러한 정치 상황에서 깨어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한국사 국정화 거부한다, 역사 쿠데타를 멈춰라’, ‘독립운동 축소, 친일세력 미화 한국사 국정화를 중단하라’, ‘친일자손이 추진하는 한국사 국정화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 서울정부중앙청사 앞 500여 명의 시민들. 이들은 친일파 자손이 추진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한국역사를 왜곡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 최진 기자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는 매일 밤 촛불집회와 거리 농성을 통해 국정교과서 도입 반대 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또한 주말에는 대규모 거리행진을 통해 국정교과서 도입을 반대할 예정이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확정되면 2017년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생들은 각각 ‘역사’와 ‘한국사’ 과목을 ‘통합교과서’ 형태로 배우게 된다. 


다음은 결의문 전문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제2 유신을 선언한 역사쿠데타! 

민주시민과 연대하여 반드시 백지화시킬 것을 결의한다! 


‘각하’의 시대가 다시 오고 있다. 오늘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발표를 우리 민주시민들은 ‘제2 유신을 선언한 역사쿠데타’로 규정한다. 후퇴하는 한국 민주주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반역사적 폭거임과 동시에, 교육을 정치권력을 시녀로 부리겠다는 정권의 노골적인 도발이다. 


모든 학생, 모든 시민에게 정권이 허락하는 단 하나의 역사 해석을 강요하겠다는 으름장에서 우리는 박정희 독재자와 유신 철권통치의 악몽, 히틀러와 나치의 망령을 본다. 수많은 역사교육자, 역사학자, 교육주체, 시민들의 국정화 반대 호소는 영속적 지배를 욕망하는 친일 잔재 세력과 부패한 재벌의 욕망에 부딪혀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왔다. 때아닌 마녀 사냥식 이념 전쟁의 광풍이 불고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가운데, 오늘 교육부가 기습적으로 행정 예고한 ‘중·고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 구분고시’는 자기들의 만든 ‘2015 개정 교육과정 고시’를 스스로 위반한 것이다. 2018년 적용될 역사교과서를 2017년으로 앞당기려는 저의가 무엇인가? 임기 마지막 해에 아버지 독재자의 출생 100주년을 기념해 유신 교과서, 5공 교과서,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를 헌정하겠다는 것 아닌가? 일본제국주의에 맞선 독립운동의 고귀한 정신과 4·19, 5·18, 87년 반독재민주화운동을 헐뜯는 뒤틀린 역사 서술은 교과서의 다양성 보장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상식의 역사관이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역사 속에서 ‘정의’는 간혹 뒤로 물러설지언정 넘어지는 법이 없다. 각성한 민주시민의 힘이 존재하는 한 역사는 퇴보하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이 친일·독재 미화, 역사 왜곡 교과서로 공부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으니, 이제 친일 잔재 세력과의 한판 싸움은 필연적이다. 우리는 오늘의 분노를 각인하고 내일의 실천을 내일의 실천을 결의하여 국정제 교과서를 반드시 백지화시킬 것이다. 현재의 권력을 동원해 국민을 사상적으로 노예화하고, 과거의 기억을 틀어쥐어 미래를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려는 정권의 무시무시한 음모는 우리의 힘으로 반드시 분쇄될 것이다. 


우리의 결의


1. 역사 왜곡, 친일독재 미화,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하라!

1. 유신독재 회귀, 역사쿠데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규탄한다!

1. 친일잔재세력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연대의 힘으로 반드시 저지할 것을 결의한다!



2015년 10월 12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 주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 규탄 긴급 결의대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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