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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죽음의 시학 : 경산 코발트광산 학살
  • 김창규
  • 등록 2015-10-14 16:31:32
  • 수정 2015-10-26 09:2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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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 코발트광산 학살



총알 세례도 부족하여

철사 줄에 묶여서 컴컴한 지하로 떨어져

아득하게 멀어져 간 죽어간 사람들

그들이 살아 돌아오지 않아도

하느님은 알고 계셨다


죽은 그들은 천국의 백성들이 되었고

지상에서 누리지 못했던 생명의 수를 살았고

또 살면서 몇 억 광년 지난 세월이 온다 해도

죽은 자들은 말이 없을 것이다

보도연맹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고

잘살게 해준다는 속임 수에 걸려들었을 뿐이다


아버지가 코발트광산 지하에 잠들었다는

그래서 내 나이 칠십에 무조건 달려갔다

무수한 뼈들이 아프다 갑자기 하늘이 슬프다

어머니는 이제 구순을 지났다

기러기들이 줄지어 날아서간다


아버지가 낙동강 전투나 팔공산 전투에서

아군이던지 적군이던지 싸우다가 죽었다면

억울하지 않았을 텐데 예비검속자로 걸려

순경에게 끌려가 학살 되었다니

억울하고 원통하다


내가 잘되어야 이 원수를 갚을 수 있었는데 

농사꾼으로 살았으니 

어찌 눈을 감고 죽을 수 있으랴

가을 들녘에 멀리 해가 진다

풍년이 들었다 한들 기쁨이 있나

오직 한 분 아버지 이름만 불러본다


그날 죽음의 코발트광산에서

아버지를 철사 줄로 묶고 총을 쏘았던

군인이나 경찰 놈들은 잘살다 죽었을까

학살자들은 그날을 잊고 살았을까



[필진정보]
김창규 : 1954년 충북 보은 출생으로 한신대학교를 졸업했다. 분단시대문학 동인, 한국작가회의 회원이며 시집 <푸른 벌판> 외 2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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