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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화해를 위한 심포지엄
  • 최진 기자
  • 등록 2015-11-02 15: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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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토) 서울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진리관 대강당에서 열린 민족 화해를 위한 심포지엄. 이번 심포지엄은 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주최로 열렸으며, 평신도와 수도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 최진 기자


민족 화해를 위한 심포지엄이 31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가톨릭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렸다.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에서 주최한 이번 심포지엄은 ‘통일을 향한 분단 70년, 그 의미와 성찰’을 주제로 열렸다. 


한반도 역사와 한국 교회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와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 함세웅 신부가 강연을 맡았으며, 평신도와 수도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심포지엄 준비위원장 소희숙 수녀는 “이번 강연은 통일을 향한 70년의 한반도 역사를 되돌아보고 가야 할 길을 모색하는 자리”라며 “통일 한반도의 밑거름이 되려고 마련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강우일 주교 - 통일 위해서 사회격차 줄이고, 눈높이 맞추어야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통일을 향한 한국교회의 걸어온 길과 가야 할 길’을 주제로 강연했다. 강 주교는 전쟁이 최악의 재앙이며, 현 사회 안에서도 전쟁과 같은 경쟁과 단절이 늘어가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화해와 연대의 문화를 쌓기 위해서는 상대의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관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 31일(토) 서울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진리관 대강당에서 열린 통일을 향한 심포지엄에서 강연 중인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 ⓒ 최진 기자


강 주교는 “현재 우리는 엄청난 국방비를 쏟으며, 언제라도 상대방을 향해서 방아쇠를 당길 준비를 하고 있다”며 “150만이나 되는 사람들이 형제와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으니, 이런 땅에 하느님이 어떻게 축복을 주실 수 있겠는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경제 규모가 북한의 30~40배이고, 군사전문가들은 미군이 없더라도 한국의 군사전력은 북한을 압도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정부의 태도는 날이 갈수록 한반도 문제에서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을 비판했다. 


또한 미국이 냉전체제 이후에도 국가 안보의 군불을 때온 실질적인 이유는 미국의 방위산업 기업들이 정책에 압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 주교는 “힘이 있어야 나라를 지킬 수 있다는 막연한 국가 안보론은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막연한 군사 안보론의 이면에는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한 의도가 숨어있다는 것이다. 강 주교는 전쟁이 인류가 선택할 수 있는 최악의 결단이며, 이러한 결단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쟁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르게 만든다. 평소에는 방아쇠를 당기기도 힘들었던 병사가 전쟁이 격화되면서 어린이든 노인이든 상관없이 죽이게 됐다. 전쟁이란 인간이 제정신을 잃도록 하는 인간 파괴의 결단이다”


강 주교는 전쟁의 부당함과 참혹함을 말하고 오늘날 우리사회 안에 스며든 전쟁의 문화를 이야기했다.


“무력을 동원한 전쟁만 없으면 평화를 이루는 것인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평화를 느끼고 있는가? 우리나라는 전쟁이란 말을 평소에도 입에 달고 산다. 일상생활에서 끊임없이 우리 자신을 전쟁 상황으로 몰아간다. 입시압박을 견디기 힘든 학생들이 교실에서 발작을 일으킨다. 어떤 의미로 우리 사회는 심리적인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어 강 주교는 기업 중심의 노동시장, 빈부 격차로 인해 주류 사회로 나가지 못하는 청년들이 IS로 향하는 유럽 사회 등의 사례를 이야기하며, 한국 사회의 각성을 촉구했다.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대기업 정규직의 30%의 급여를 받는다. 그래서 취업 전쟁이 발생한다. 현 정부가 가장 강조하는 것이 유연성과 안전성의 노동개혁인데, 유연성이란 노동자가 쉽게 해고될 수 있는 것이고, 안전성은 실제로 고용주의 입장에서의 안전이다”


또한 “IS에 유럽 출신 젊은이들이 많이 지원하는데 이 사람들은 제3세계에서 유럽으로 이주한 이주민의 2, 3세들이다. 평생 발버둥 쳐봐야 주류사회로 진출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사회는 망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IS에 가담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제1세계와 제3세계의 격차, 사회 안의 빈부 격차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테러리즘의 원인이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사례를 보면 모 기업 임원의 연봉은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의 1,000배에 달한다. 이러한 엄청난 격차는 잘못된 것이다. 이런 세상을 그대로 두고 우리가 평화를 구현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스럽다. 일본은 이제야 신자유주의의 잘못을 깨닫고 한탄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신자유주의 성장 중심의 경제를 신화처럼 믿고 있다” 


강 주교는 독일이 갑작스럽게 통일이 되었듯이 노력과 성과를 떠나서 통일이 다가올 수 있으며, 이러한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격차를 줄이고, 신뢰의 대화를 나누기 위해 눈높이를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아지한테 던져주는 식의 지원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북한이 수해를 당했을 때 한국의 지원은 묵살 당했지만, 적십자의 구호는 받아들여졌다. 적십자의 관계자는 북한의 마음을 여는 데 20년이 걸렸다고 한다. 북한은 우리의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시험지와 같다. 이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과 인내심이 필수다. 신뢰와 존중을 신경 써야 한다” 


강 주교는 “진정한 용서는 용서를 청하지 않은 사람에게 하는 것이다. 부자가 가난한 이와 진정한 대화를 하려면 우월감을 버려야 한다”며 “통일은 인내를 가지고 만남과 교류의 작업을 계속할 때, 비로소 부작용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에서 통일과 관련한 가톨릭 측에 대화를 요청한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갈 수 있다”며 강연을 마쳤다. 


함세웅 신부 - 타살당한 청년 예수, 사회 정화 위해 죽었다


함세웅 신부는 ‘통일을 향한 한반도의 걸어온 길과 가야 할 길’을 주제로 강연하였다. 함 신부는 통일에 대한 신학적 고찰과 한반도의 민족적 역사 기록을 토대로, 평화를 지향하고 이룩하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 함세웅 신부. 함 신부는 통일에 대한 신학적 고찰을 통해 민족 역사와 오늘날 그리스도인의 지향을 설명했다. ⓒ 최진 기자


함 신부는 “통일은 우리가 모두 지녀야 할 의미이며, 분단은 나 자신과 공동체의 아픈 모습이다. 우리가 분단의 현실에서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자신과 공동체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회개라는 옷을 찢는 것이 아니라 심장을 찢는 것이다. 하느님 앞에서 분단을 성찰하는 과정은 신앙의 성찰하는 과정과 이어진다”며 “구약에서도 하느님을 생각하는 것은 예루살렘을 생각하는 것이고 민족을 생각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함 신부는 하느님의 나라가 가족과 공동체 안에서 이미 시작되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긴장관계 속에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어 우리 자신과 공동체, 민족을 생각하지 않는 기도는 생산적이지 못한 타성의 기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종교는 그 종교의 창시자를 따라서 특성이 만들어진다. 그리스도인은 타살당한 청년 예수, 여기에 정체성이 있다. 예수는 그 당시 유다 사회의 정화를 위해 전 존재를 걸고 싸웠다. 우리는 분단 체제를 살고 있으므로 휴전선, 국가보안법을 넘어, 사회 정화와 통일에 앞장서야 한다” 


이어 “성경에 나오는 예언자들은 이스라엘이 분단되었을 때 국경을 넘나드는 예언자적인 삶을 살았다. 또한 우리 민족의 선구자들도 통일을 이루기 위한 삶을 살았다. 사제들은 신자들의 눈치를 보지 말고 휴전선을 넘나드는 사랑을 이루어야 한다. 사람들의 눈치를 보기 위해서 사제가 된 것이 아니다”


함 신부는 예수가 꿈을 간직한 묵시문학을 현실로 끌어온 분이기 때문에, 그리스도인들은 경건한 민족의 꿈인 통일을 현실로 끌어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일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고 이뤄질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통일을 향한 노력과 기도를 멈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어 함 신부는 초창기 천주교의 사회적 사명과 역할을 설명했다. 그는 “조선 사회의 개혁을 이루고자 했던 남인들이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선택한 것이 천주교”라며 “천주교의 뿌리는 정치의 일그러짐과 박해 속에서도 민족의 안녕과 백성의 행복을 향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은 못 살고 있는데 우리는 잘산다고 그들을 외면하면 나중에 역사는 어떻게 기록되겠는가? 우리가 통일을 생각하면서 꿈을 꾼다면 우월주의적인 흡수통일이 아니라, 북한을 인정하고 형제·자매로 접근하는 것이 먼저이다”고 덧붙였다. 


함 신부는 그동안 교회와 성직자, 신자들이 통일을 외면해왔던 과거의 시간을 묵상하고, 선혈과 조상 앞에서 속죄의 기도를 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통일을 방해하는 사람들도 함께 회개할 수 있도록 기도하여, 성숙한 통일을 지향하는 그리스도인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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