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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버린 시간 2014 0416 (이강윤)
  • 편집국 편집국
  • 등록 2015-04-20 11:55:03
  • 수정 2015-07-16 18:4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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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TV 뉴스 “이강윤의 오늘” 진행자 이강윤이 세월호 1주기를 맞아 고뇌어린 독백을 책에 담았다. 이강윤은 세월호 유가족에게 기레기 취급을 받지 않는 극소수 언론인중 하나다. 다른 말 없어도 그 책의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피해자에게 인정받는 책이 진짜 아닌가.


희생자의 고통을 관찰자가 어찌 알까. 그러나 자기 한계를 깨달은 관찰자는 공감을 거쳐 동감으로 다가선다. 그래서 책 곳곳에 이강윤의 인간적 고뇌가 깊게 있다. 이강윤은 앵커석에서 세월호를 지켜보았지만, 그는 유가족의 고통 속에 이미 들어가 있다. 그의 글에서 인간적으로 성숙한 모습을 발견하고 나는 기뻤다.


이강윤은 대학원 졸업후 여러 신문사에서 20년 이상 몸담은 중견 기자 출신이다. 그는 기자생활을 접고 정치평론가, 신문기고가에서 방송 앵커까지 스스로를 계속 넘어서고 있다. 익숙함에서 기꺼이 탈출하고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에 움찔하지 않는 기개는 대단하다.


이강윤과 나의 인연을 설명하지 않으면, 내가 정직하게 서평한 것이 아니다. 강윤은 나의 전주고와 연세대 3년 후배다. 전두환 정권 시절 우리는 연세대 뒷산 봉은사 아래 하숙촌에서 같은 방을 썼다. 강윤이 양말을 벗어 책상 아래로 던지면, 나는 우산대 끝으로 강윤의 다리를 가볍게 찌르곤 했다. 그러던 강윤은 신문사를 두루 거치며 정치평론가로 사람들을 매혹시키고 있고, 나는 독일과 남미를 거치며 해방신학자로 재작년에 뒤늦게 세상에 나왔다.


고통스런 작년 한해, 강윤은 이 책 집필에, 나는 “해방자 예수”(Sobrino) 번역에 몰두했다.강윤은 현실을 역사가의 눈으로, 나는 신학자의 눈으로 보았지만 우리 결론은 같다. “희생자 밖에서 구원은 없다.”(No salvation outside the victims.)


조금만 비굴해도 한 세상 멋지게 살았을 우리였다. 감히 그러지 못했다. 우리는 무모하고 용감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이렇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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