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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칼럼] 한상균 위원장, 조계사, 명동성당
  • 김근수 편집장
  • 등록 2015-12-13 12:56:47
  • 수정 2015-12-14 10: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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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조계사에서 경찰에 자진 출두하였다. 그 후 언론에 보도된 조계종 일부 스님들의 발언이 시민들 뿐 아니라 종교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12월 11일자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조계사 부주지 담화 스님은 9일 오후 한상균 위원장을 설득하다 지쳐 “한 사람 때문에 조계사는 물론이고 종단 전체가 이렇게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말이 되냐”며 압박했다고 한다. 담화 스님의 말은 예수를 죽이기로 결의한 유다교 최고의회에서 오간 대화를 떠올리게 한다.   

 

예수가 체포되기 전날 유다교 고위 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이 회의를 가졌다. 그들은 “예수를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좋겠소? 저자를 그대로 내버려 두면, ... 로마인들이 와서 우리의 이 거룩한 곳과 우리 민족을 짓밟고 말 것이오.” 하고 논의하던 중 “온 민족이 멸망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백성을 위하여 죽는 것이 여러분에게 더 낫다.”고 대사제 카야파는 말했다.(요한복음 11,47-50)

 

같은 날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조계사 주지 지현스님은 “한 위원장이 ‘먼저 명동성당에 전화했는데 은신을 거절 당해 조계사로 왔다고 말한 걸 보고받았다고 했다. 지현스님의 발언은 가톨릭과 시민들에게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현스님은 발언의 정확한 내용과 자초지종을 자세히 해명해 주시기를 바란다.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한편, 조계종 화쟁위의 처신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불교계에서 나왔다. 불교닷컴 서현욱 기자는 12월 11일자 “조계종 화쟁은 노동자 대표 경찰에 보내는 건가?” 칼럼에서 “화쟁위는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면서도 실은 도법 스님은 ‘자진출두’를 위해 뛰었다... 중재하는 책임자가 기자회견에서 ‘자진 출두’를 설득하겠다고 했다.”고 칼럼은 화쟁위를 비판하고 있다. 


원효 스님의 아름다운 단어 화쟁이 “정치 공학적 접근과 해결방법으로 활용되고, 새로운 정치적 수사로 화쟁이 전락했다.”는 서현욱기자의 지적을 우리도 경청하고 있다.  


87년 6월 항쟁 때 명동성당으로 피신한 학생들을 정부 관계자들이 체포하러 오자 김수환 추기경은 이렇게 말했다. “여기 공권력이 투입되면 맨 앞에 당신들이 만날 사람은 나다. 그리고 내 뒤에 우리 신부들이 있다. 당신들은 나를 밟고, 신부들도 밟고, 수녀들도 밟고 넘어서야 학생들하고 만난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한상균 위원장의 자진 출두를 요구하지 않고 김수환 추기경처럼 말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여기 공권력이 투입되면 맨 앞에 당신들이 만날 사람은 나다. 그리고 내 뒤에 우리 스님들이 있다. 당신들은 나를 밟고, 스님들도 밟고, 불자들도 밟고 넘어서야  한상균 위원장을 만난다...”


“한국불교는 사회적 약자를 버렸다. 종교의 본연의 역할도 다 하지 않았다. 부처님 품안에 의탁한 노동단체 대표를 옥죄어 자진 출두시켰다.”고 서현욱 기자는 탄식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들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누구를 만나 하소연하나. 누가 그들의 눈물을 닦아줄 것인가. 명동성당은 더 이상 사회적 약자들이 찾지 않는다. 정진석, 염수정 추기경은 가난한 사람들의 차가운 눈초리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사회적 약자를 보듬지 못하는 한국 불교나 천주교는 모두 반성해야 한다. 특히 자비의 희년이 시작된 지금 한국천주교회는 스스로에게 정직하게 물어야 한다. “한국천주교회는 자비로운가. 한국천주교회는 자비를 실천하고 있는가. 한국천주교회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교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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