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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인천교구!
  • 최진 기자
  • 등록 2015-12-24 11:12:57
  • 수정 2015-12-24 11: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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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전국보건의료노조는 인천 중구 답동성당 앞에서 릴레이 단식 90일, 홍명옥 지부장 단식통성 8일을 맞아 결의대회와 문화제를 개최했다. ⓒ 최진 기자


전국보건의료노조는 성탄절을 하루 앞둔 23일 오후 3시 인천 중구 답동성당 앞에서 릴레이 단식 90일, 홍명옥 지부장 단식농성 8일을 맞아 결의대회와 문화제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는 오후 3시 ‘인천성모병원지부 투쟁승리를 위한 결의대회’와 오후 6시 ‘응답하라 인천교구! 답동성당에 온 편지’로 나뉘어서 진행됐고, 전국 의료업 종사자 200여 명이 집회에 참석했다.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인천교구 최기산 주교님은 성탄 메시지를 통해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 안에는 자비가 간절히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교님이 말한 자비가 목숨을 건 단식을 하는 여성노동자, 돈벌이 경영에 내몰려 있는 인천성모병원 노동자에게도 내려질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제 주교님의 결단이 남았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지난 9월 우리 노조의 바티칸 원정투쟁의 성과로 교황님이 응답했다. 교황청은 교황직속기구인 보건의료 담당 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며 “우리는 사태가 연내에 해결되지 않으면 바티칸 보건의료기관 특별위원회에 인천성모병원을 가장 먼저 다룰 수 있도록 2차 원정 면담을 전개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 이날 유지현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주교님이 말한 자비가 단식을 하는 여성노동자, 돈벌이 경영에 내몰린 인천성모병원 노동자에게도 내려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최진 기자


양재덕 인천시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답동성당에서 90일을 지내오면서 시민단체들은 어려운 이들에게 의료 선교를 해야 할 가톨릭이 돈벌이에 눈이 뒤집혀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돈을 좇는 가톨릭 병원의 모습은 시민들이 병원의 거부뿐만 아니라 교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다”라며 “우리나라 건국신화에서도 100일이면 곰이 사람으로 변하고, 이제 10일만 지나면 답동성당 농성이 100일이다. 예수님이 오시기 전에 질적으로 승화된 인천교구의 모습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명옥 인천성모병원 지부장은 “처음 병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때는 인천성모병원의 직원으로서 스스로가 부끄러웠는데, 정작 부끄러워야 할 당사자들은 10년 동안 부끄러움을 못 느끼고 있다”며 “또한 이 투쟁이 9개월 동안 진행되고 있는데 이것 역시 부끄러움을 모르는 맥락이다.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 대통령과 정권이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홍 지부장은 “개인적으로는 단식투쟁이 좋은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억울하고 답답한 상황이 되니까 결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보건의료노조는 투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조직이기 때문에 교구와 병원이 시간을 끌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보건의료노조는 1년간의 속초의료원 투쟁으로 병원장을 바꿨고, 성남의료원 설립투쟁은 13년 동안 이어져 성남시의료원 개원을 맞는 큰 성과를 거뒀다.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 이날 홍 지부장은 국제·인천성모병원 사태해결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것임을 밝혔다. ⓒ 최진 기자


보건의료노조는 같은 장소에서 오후 6시부터 ‘응답하라 인천교구! 답동성당에 온 편지’ 촛불문화제를 진행했다. 촛불문화제에서는 원종인 보건의료노조 인천본부장이 인천시민대책위에, 이미자 보건의료노조 인천본부 사무국장이 홍명옥 지부장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송했다. 이상림 인천시민대책위 위원은 최기산 주교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송했다. 


원종인 인천본부장은 연대의 힘으로 정직한 진료를 희망하는 시민대책위의 노력에 감사를 전하며, 가톨릭 병원이 본분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하자는 뜻을 전했다. 이미자 사무국장은 홍 지부장의 단식투쟁을 걱정하며 인천성모병원 사태가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고, 홍 지부장은 편지 낭송 도중 울음을 터트렸다. 


이상림 위원은 최기산 주교에게 보내는 편지 낭송에서 ▲ 가장 세속적으로 살고 싶은 청춘의 나이에 무엇을 희망하며 사제직을 선택한 것인지, ▲ 사제 서품식 때 하느님께 무엇을 맹세하며 사제가 되었는지, ▲ 후배 사제들에게는 어떤 사제가 되라고 권면하고 있는지, ▲ 천주교 신도들에게는 어떤 축복기도를 하고 있는지, ▲ 남은 생을 어떻게 살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하고 있는지 물으며, “부디 주교님께서 사제의 삶을 결단했던 뜻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오후 7시 인천 중구 천주교 인천교구청 앞에서 단식농성 중이던 인천성모병원 노동자들의 천막을 답동성당 평신도협의회(이하 평협) 소속 신자들이 강제로 철거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농성자들은 영하로 떨어진 기온에서 바람을 막기 위해 파라솔에 비닐을 덧씌웠으나 평협 신자들은 “병원에서 해결하라”, “성당에서 나가라”며 농성장 비닐을 찢고 현수막을 뜯었다. 


▲ 답동성당 평신도협의회가 커터칼로 찢는 등 강제로 농성장을 철거하자 텐트를 설치해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최진 기자


홍 지부장은 23일 인터뷰를 통해 답동성당 농성장 철거에 대한 심정을 밝혔다. 홍 지부장은 “그동안 신자분들은 지나던 길에 오셔서 병원에 대한 문제의식도 나누고 물품도 주시는 등 많은 격려를 해주셨다. 그런데 지난주를 지나면서 갑자기 몇몇 신자분들이 과격하고 폭력적으로 변했다”며 “소리도 지르고 성당을 오르내리며 험한 말씀도 하신다. 그런데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논리와 주장이 한결같이 비슷하다. 성당 차원에서 지침이 내려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3개월 가까이 성당 앞에서 면담을 요청했는데 사태해결은커녕,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래서 주교님과 대화를 위해 조금 더 적극적인 방법을 선택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며 “그러나 천막을 치려고 할 당시 답동성당 주임신부님이 ‘다 나가’, ‘내쫓아’라고 소리를 지르신 것 이외에는 신부님들이 우리들의 입장에 귀 기울이거나 격려를 해주거나 메시지를 보내주신 분은 없었다”고 말했다. 


홍 지부장은 “기본적으로 종교는 사람을 소중히 여긴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인천 교구는 사람과의 대화조차 외면한다. 현실에서는 노동자를 외면·배제하고 탄압하면서 노동절 담화문과 강론에서는 노동자를 위한다는 것이 참 모순적이다. 최기산 주교님은 교구장이면서도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다”라며 “천주교에서 노동사목은 액세서리인가? 그동안 천주교가 노동자와 약자의 입장에서 그들을 보호하고 중요한 시국에는 정의와 신념을 굽히지 않는 모습을 기억하는데, 지금 인천교구는 자본화·기업화가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 인천교구는 자신들의 상황을 대변하는 일반기업보다 더하다. 일반기업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자와 대화하고 개선의 노력을 한다. 그러나 인천 교구는 자신들이 운영의 주체이면서도 인천성모병원 사태에 대해 상관이 없다고 말한다”라며 “물론 노조 측의 입장과 병원 측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대화를 하고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주교님은 그 대화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가 임금을 올려 달라, 휴가를 보장해 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인천교구가 병원을 운영하면서 10년 동안 곪아온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는 천주교 인천교구의 모습이 절망스럽다”고 강조했다. 


▲ 이날 결의대회와 촛불문화제에는 전국 의료업 종사자 200여 명이 참가했다. ⓒ 최진 기자


또한 “인천성모병원의 경영철학을 쇄신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인천교구와 천주교 병원의 바른 모습 아닌가? 그런데 진실을 왜곡하며 자본과 권력을 남용하는 전형적인 모습을 종교가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고 덧붙였다. 


홍 지부장은 “지난 8월 바티칸 원정 투쟁이 교황청 보건의료 기구 신설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학교와 사회기구 등 여러 가톨릭 영역 중에 보건의료를 정확히 명시한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교황청 보건의료 전담 기구가 만들어지면 가장 먼저 조사 요청서를 신청할 것이고 자료와 증거를 제출할 것이다. 또한, 올해 안으로 타결되지 않으면 내년부터는 보건의료노조가 아니라 민주노총 차원에서 투쟁에 임할 생각이다”라고 인터뷰를 마쳤다. 


한편 이날 결의대회 오전에는 답동성당 평신도라고 밝힌 남성이 농성장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농성장 퇴거를 요구했다. 그는 “미사는 마음을 편하게 하려는 것인데 왜 마음을 불편하게 하느냐”며 “신부님도 저 사람들 때문에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모른다. 평신도가 성당을 지켜야 한다고 했기 때문에 나는 내가 태어나고 다녔던 이 성당을 지키기 위해 싸운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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