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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동성당 일부 신자들, 농성장 강제철거
  • 최진 기자
  • 등록 2016-01-04 12:31:36
  • 수정 2016-01-04 14:3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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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성모병원 정상화를 위해 무기한 단식농성을 진행하던 홍명옥 지부장은 강제 철거된 농성장 앞에 망연자실하게 앉아있다. (사진출처=보건의료노조)


인천성모병원 사태 해결을 위해 지난달 16일부터 홍명옥 인천성모병원 노조 지부장이 인천 중구 답동성당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진행 중인 가운데, 답동성당 평신도협의회(이하 평협) 소속 신자들이 기습적으로 농성장을 훼손‧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보건의료노조 측은 답동성당 정귀호 주임신부가 농성장 철거 상황을 보면서 웃으면서 지나간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인천성모‧국제성모병원 정상화를 위한 인천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에 따르면 3일 오전 10시 30분께 단식 중인 홍 지부장이 머무는 농성장을 답동성당 평신도협의회 30여 명의 신자가 찾아와 철거했다. 이날 평협 신자들은 기습적으로 홍 지부장의 농성장에서 텐트를 부수고 집기를 훼손했으며 농성 텐트가 있던 자리에 승합차를 주차했다.


특히 보건의료노조는 당시 현장에서 답동성당 정 신부가 농성장 철거 상황을 지켜보고 웃으며 지나간 모습에 대해 규탄했다.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평신도들이 미사 끝나고 내려오면서 한바탕 난리를 치는데, 답동성당 주임신부는 빤히 상황을 보면서 웃고 지나갔다”며 “정말 부끄럽지 않은가. 19일째 단식 중인 여성노동자에게 종교가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민주화의 성지인 답동성당에서 사회적 약자가 머무르는 단식농성장을 힘으로 부수고 그것을 웃으며 쳐다보는 천주교인의 모습이 진정 약자와 함께한다는 가톨릭의 모습인가”라며 지적했다.


▲ 보건의료노조는 농성장 철거상황을 보고 웃으며 지난간 답동성당 주임신부에 대해 규탄했다. (사진출처=보건의료노조)


또한 박 부위원장은 “단식 19일차에 농성장이 철거되어 온종일 밖에서 있었던 홍 지부장의 건강이 매우 염려되는 상황이다. 농성장이 있던 자리를 차로 막아서 홍 지부장은 당시 철거된 천막 앞에 앉아 노숙 단식 19일차를 이어갔다”며 “2016년을 서럽게 시작하고 있다. 많은 지지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구청, 경찰에 신고해 대책위 내쫓아


인천교구는 지난달 30일 주교 면담을 요청한 대책위 대표단을 경찰에 신고해 쫓아냈다. 이날 인천교구는 퇴근 시간이 돼서 문을 닫아야 한다며 대표단을 경찰에 신고했다. 보건의료노조 박 부위원장과 원종인 인천‧부천본부장,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김창곤 인천지역본부장, 인천시민사회연대 이총각 고문, 대책위 양재덕 공동대표 등 7명은 이날 오후 2시 20분경 교구청을 방문해 최기산 주교와의 면담을 요청했다.


대책위는 “홍 지부장의 건강이 걱정돼서 주교님과의 면담을 절실히 요청했다”며 “인천성모병원의 운영 주체가 천주교 인천교구인 만큼 사태해결에 나서야 하지만, 단식으로 사람의 건강이 위험한데도 인천교구는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다”며 면담 취지를 밝혔다.


▲ 이날 답동성당 평신도협의회(이하 평협) 소속 신자들이 기습적으로 농성장을 훼손‧철거했다. (사진출처=보건의료노조)


▲ 답동성당 평협 소속 신자들에 의해 훼손‧철거된 농성장 물품이 쌓여있다. (사진출처=보건의료노조)


대책위에 따르면 이날 대표단은 노동사목 담당 신부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주교면담을 요청했지만, 최기산 주교는 ‘만나지 않겠다. 병원 문제니까 병원에서 해결하라’고 답변해 면담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책위는 “홍 지부장의 건강이 위험하므로 주교면담이 이뤄질 때까지 나갈 수 없다”며 교구청 2층 회의실에서 대기했다.


교구청 관계자는 “우리 교구 산하단체의 문제이고, 다른 신자들도 교구청에 와서 면담을 하므로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관리국장 신부님이 주교님과의 면담이 힘들 것 같다며 큰 문제 없이 내보내라고 말했다”며 “연말이라 회의도 많고 주교님도 편찮으셔서 면담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교구청에서 6시경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권은 최후에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보건의료노조 사람들에게 권유 형식으로 나오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날 대책위는 오후 9시경 농성장으로 복귀했다.


대표단은 “인천교구의 관리국장 신부가 계속해서 공권력을 동원한 강제퇴거 협박을 해 오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의 강제퇴거 때문에 7시간 만에 교구청을 나오게 되었다. 이제는 교구가 공권력 투입을 아무렇지도 않게 요청하고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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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2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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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mem2016-01-04 22:40:07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이게 정말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맞습니까?
    사제나 교회가 아니라, 그냥 한 '사람'으로서도 이럴 수는 없을 것 같아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이것이 세월호를 대하는 불통 정권과 다를 바가 무엇인지요...ㅠㅠㅠㅠㅠㅠ
    주교도 사제도 신자들도 참 실망스럽습니다...

    몸과 마음을 바쳐 싸우시는 홍지부장님, 힘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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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mem2016-01-04 20:37:42

    이건 진짜 너무했네~~
    사제가 폭력을 보며 웃고 지나가는 세상
    이곳이 민주화의 본산 답동성다의 오늘 입니다.
    진짜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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