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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동성당은 반복음적 폭력 탄압 즉각 중단하라”
  • 최진 기자
  • 등록 2016-01-08 18: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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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일 단식농성장 철거소식을 들은 보건의료노조와 인천시민대책위는 농성장이 있던 자리에서 피켓 시위를 시작했다. (사진출처=보건의료노조)


인천성모병원 사태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는 천주교 내부의 목소리가 나왔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연합(이하 천정연)은 8일 ‘인천교구 답동성당 신자들의 폭력 행위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 지난 3일 천주교 인천교구 답동성당 평신도협의회 소속 신자들이 인천성모병원 홍명옥 노조 지부장의 단식농성장을 기습적으로 훼손·철거한 사태를 비판했다.


천정연은 “천주교 인천 교구에서 운영하는 인천 성모병원과 국제 성모병원의 노동자 인권유린과 탈법적인 병원운영 문제 등에 대한 해결을 요구하며 100일이 넘게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는 장소에서 있어서는 안 될 상황이 발생했다”며 “최근 빚어진 인천성모병원 사태는 세상 안에서 복음을 선포하고 살아야 하는 교회의 신실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인천성모병원 노조는 교회 측에 대화를 줄곧 요청해 왔지만, 번번이 교구의 거부로 좌절감을 맛보아야 했다”며 “노동자들이 답동성당 앞에서 천막 농성하는 것은 교회 측의 불성실한 반응에 대한 어쩔 수 없는 항변이라고 여겨진다. 교구와 병원 측 관리자들은 무력한 자로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폭력을 통해 노동자를 탄압하려는 행위는 반복음적인 행위이므로 즉각 중단되어야 하며 앞으로도 일어나서는 안 될 행위”라며 “답동성당은 힘으로 해결하려는 폭력적 행위에 대해 노동조합에 사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회는 ‘자본가들과 고용주들이 대체로 명심해야 할 원칙은 자신의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곤궁한 자들과 불쌍한 자들을 억압하고 이웃의 비참을 이용하여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신법과 실정법이 모두 금한다는 사실’(노동헌장 14항)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천정연은 가난한 노동자들과 자신을 한 운명처럼 여기지 않는 한 교회가 선포한 복음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교회가 병원을 설립한 근본적인 취지는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의료선교를 위한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인천성모병원 홍명옥 노조지부장은 인천성모병원 사태 해결을 위해 지난달 16일부터 인천 중구 답동성당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진행했다. 하지만 답동성당 평신도협의회(이하 평협) 소속 신자 30여 명은 1월 3일 단식농성장을 기습, 농성장을 훼손하고 철거했다. 농성 텐트가 있던 자리에는 승합차를 주차했다. 농성장은 성당 밖 경사진 길바닥으로 쫓겨났고, 다음날 홍 지부장은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로 응급실로 후송됐다. 단식농성 20일째였다.


이 과정에서 천주교 답동성당 주임신부와 평신도 협의회는 매몰찬 태도를 보였다. 단식농성을 시작한 16일에는 평협 소속 신자 20여 명이 칼과 가위 등을 사용하여 농성장을 철거한 바 있다. 추위를 막기 위해 설치된 파라솔 비닐과 선전물, 현수막 등도 이날 평협 신자들에 의해 철거됐다. 그리고 3주 뒤, 평협 신자들은 농성장을 다시 기습해 결국 홍 지부장을 길바닥으로 몰아냈다.


답동성당 정귀호 주임신부는 1차 농성장 기습 때 직접 현장을 지휘했다. 홍 지부장은 4일 ‘국민TV’와의 인터뷰에서 “1차 철거 때는 답동성당 신부님이 직접 나오셔서 소리를 지르고 철거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야 나가, 다 치워’ 이런 식으로 신자들 앞에서 소리를 지르고 철거를 지휘했다”고 밝혔다. 정 신부는 2차 농성장 기습 때도 철거 상황을 지켜보다가, 보건의료노조 측으로부터 “신부님, 지금 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오십니까”라고 지탄받았다.


그러나 정 신부는 한 언론사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신자들이 우발적으로 한 것’이라며 이번 사태에 대해 난처함을 표했다. 또한 ‘앞으로도 이런 일이 일어날 것 같아 심각하다’며 폭력사태를 걱정했다. 자신을 답동성당 신자로 밝힌 신 모 씨는 “성당은 마음을 편하게 하려고 오는 것인데 촛불집회가 분심을 들게 한다. 물론 성당이 주교님 이름으로 되어있지만, 전국의 성당은 신자들이 지키는 것이다. 병원 일은 병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성당은 신자들의 것이기 때문에 신자들이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지난달 23일 답동성당 폭력사태 브리핑에서 “그동안 답동성당 신자분들은 평소 자신들이 느꼈던 교구와 병원에 대한 문제의식을 전해줬다. 음료수와 물품도 전해주고 격려와 지지의 뜻을 전해줬다”며 “그러나 지난 주말 이후 신자분들이 대거 난폭해졌다. 갑자기 험한 표현과 고성을 지르며 돌변했다. 신자분들이 소리치는 주장과 근거가 다 비슷해서 성당 차원의 지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인천교구 답동성당 신자들의 폭력행위에 대한 성명서


어느 곳에서나 사회정의를 실현하려면 노동자들의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항상 새로운 결속운동이 필요하다. 교회는 이러한 주장에 관하여 태도를 분명히 하며 이를 자신의 사명이며, 봉사요, 그리스도께 대한 충실성의 근거라고 생각한다. [노동하는 인간 8항]


2016년 1월3일 천주교 인천 교구에서 운영하는 인천 성모병원과 국제 성모병원의 노동자 인권유린과 탈법적인 병원운영 문제 등에 대한 해결을 요구하며 2015년 12월 16일부터 100일이 넘게 답동주교좌성당 입구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장소에서 있어서는 안 될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답동 주교좌성당 신자 30여명이 천막농성장에 몰려와서 “병원문제를 왜 여기서 풀려고 하느냐? 병원문제는 병원에서 풀어라” 등 폭언을 하면서 천막 등 물품과 집기를 부수고 천막농성장을 강제로 철거했습니다.


당시 농성장에는 홍명옥 노조지부장과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 2명의 여성만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 다음날인 4일 20일째 단식 중이던 홍명옥지부장이 전날의 정신적 충격으로 심한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구급차로 인천의료원 응급실로 실려 가는 안타까운 일이 있어났습니다. 


최근 빚어진 인천성모병원 사태는 세상 안에서 복음을 선포하고 살아야 하는 교회의 신실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입니다. 교회가 자신이 선포한대로 모든 삶의 영역에서 ‘가난한 이들에게 먼저 선포하신 복음’을 증거해야 합니다. 


인천성모병원 노조는 교회 측에 대화를 줄곧 요청해 왔지만 번번이 교구의 거부로 좌절감을 맛보아야 했습니다. 노동자들과 사업주와 소통이 단절된다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입니다. 대화란 항상 힘 있는 자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요구는 헛된 울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노동자들이 답동성당 앞에서 천막 농성하는 것은 교회 측의 불성실한 반응에 대한 어쩔 수 없는 항변이라고 여겨집니다. 교구와 병원 측 관리자들은 무력한 자로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를 기억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력을 통하여 노동자를 탄압하려는 행위는 반복음적인 행위이므로 즉각 중단되어야 하며 앞으로도 일어나서는 안 될 행위입니다. 답동성당은 힘으로 해결하려는 폭력적 행위에 대해 노동조합에 사과해야 합니다.


교회는 “자본가들과 고용주들이 대체로 명심해야 할 원칙은 자신의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곤궁한 자들과 불쌍한 자들을 억압하고 이웃의 비참을 이용하여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신법과 실정법이 모두 금한다는 사실”(노동헌장 14항)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교회가 국제 성모병원 개원을 통해서 소요되는 비용이 천문학적 숫자라는 점을 감안할 때에도 자신을 위한 투자를 위해서 가난한 노동자들의 처지를 돌보지 않는다는 것은 복음이 반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교회는 보잘 것 없는 아들과 자신을 동일시하셨던 예수를 기억해야 합니다. 그분은 몸소 모범을 보이시어 “부요하셨지만 가난하게 되셨고”(2고린 8,9), 하느님의 아드님이시지만 노동자의 가문에서 출생하여 목수의 작업대에서 생애의 대부분을 보내셨습니다. 우리가 그분처럼 가난한 노동자들과 자신을 한 운명처럼 여기지 않는 한 교회가 선포한 복음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교회가 병원을 설립한 근본적인 취지는 단순히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의료선교를 위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천 교구는 초심으로 돌아가 먼저 화해를 청하여 대화를 통하여 사업장의 평화를 이루어야 할 것입니다. 먼저 노조탄압을 중단하고 노조를 동반자로 인정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농성노동자들에 대하여 어떤 폭력도 가해서도 안 되며, 고소고발, 손배 가압류, 공권력 투입 등 사태를 악화시키지 말아야 합니다. 


이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은 그동안 병원의 현명한 문제해결을 위해 기도하며 지켜보고 있었지만, 노동조합에 대한 가혹한 처사가 계속적으로 진행된다면 사회복음화와 교회쇄신의 정신으로 고통당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연대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행동으로 실천할 것임을 밝히는 바입니다. 



2016월 1월 8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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