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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유네스코 등재, 정부는 발 빼
  • 최진 기자
  • 등록 2016-01-12 12:21:08
  • 수정 2016-01-12 12: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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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본관 정경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던 정부가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 이후 태도를 바꿨다. 정부가 유네스코 등재에 대한 민간단체의 지원을 백지화한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12월 23일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업무를 한국 여성인권진흥원에 위탁하기로 하고 ‘위안부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지원사업 위탁 협약서’ 문안을 작성했다. 지난 1일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사업은 홍보물 제작과 배포, 홍보 홈페이지 운영, 수집 기록물 관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여성부는 체결 직전에 재검토를 이유로 태도를 바꿨다. 업무협약 체결을 위해 관련 부서에 협조 요청도 이뤄졌지만, 업무협약 체결 계획을 돌연 취소했다. 임관식 여성부 권익지원국장은 “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것은 맞지만, 이유는 설명할 수 없다.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4일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을 한국에 보낸다는 보도가 나왔고 28일 한일 위안부 협상이 타결됐다. 


정부의 태도변화는 한일 정부가 발표한 위안부 피해자 관련 합의문 중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방하는 것을 자제한다”는 내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일본 정부와 우파단체들은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거북하게 여겨왔기 때문에 여성부가 일본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기시다 외무상은 4일 일본 현지 언론 기자들과 만나 한국 정부가 위안부 소녀상을 철거하고 유네스코에 위안부 관련 문건 등재를 신청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일본 측 책임자로부터 이런 발언이 나오는 상황이라, 정부가 일본과 외교적 마찰을 피하고자 업무협약 체결을 취소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1일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사업을 진행 직전, 뚜렷한 이유 없이 취소했다는 점도 논란을 더 했다. 


이에 여성부는 설명자료에서 “유네스코 등재는 민간단체가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번 합의와 무관하며 등재 신청 여부는 민간단체가 결정할 것”이라며 “다만 단체들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비용 일부를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부가 일부 지원했고 앞으로도 비용이 필요한 경우 법에 따라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여성부 산하 한국 여성인권진흥원은 ‘위안부 관련 자료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공동 등재를 위한 한국위원회(민간위원회)’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다. 지난해에만 정부예산 4억4000만 원이 투입되기도 했다. 민간위원회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나눔의 집’ 등 7개 단체로 구성돼 있다. 김희정 여성부 장관은 “여성부가 위안부 문제를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을 추진한다. 여성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위안부 문제를 역사적 기록으로 남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위안부 합의 이후 여성부의 태도가 돌변했다. 위안부 기록물 등재는 정부와 무관하다고 발을 빼기 시작한 것이다. 강은희 여성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7일 인사청문회에서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는 민간위원회에서 추진하고 있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정부는 이번 등재 건과 관련,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평화비(소녀상)와 마찬가지로 민간단체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 4일 “위안부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문제는 민간 주도로 추진하고 있어 정부에서 관여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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