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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지킴이들, 추운 날 비닐 덮고 밤샘
  • 최진
  • 등록 2016-01-20 19:2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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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의 텐트 반입 저지로 인해 대학생 대책위는 비닐 한장으로 추위를 막으며 소녀상 곁을 지키고 있다. (사진출처=오마이뉴스 ⓒ 유성호)


대학생들이 19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에서 밤샘 거리농성을 이어갔다. 이날 서울의 기온은 영하 15도였으며 체감온도는 영하 23도까지 떨어졌다. 시민들이 준비한 간이텐트가 경찰에 의해 저지당해, 학생들은 비닐을 이용해 혹한의 기온을 버텼다.


대학생들이 혹한의 추위에서도 농성을 이어가는 이유는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서다. 지난달 28일 한일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합의하면서 소녀상 이전 및 철거를 사실상 합의했다. 이에 ‘한일 일본군 위안부 무효를 위한 대학생 대책위원회’(이하 대학생 대책위)는 지난달 30일부터 소녀상 곁을 지키며, 이번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파기할 것을 촉구했다. 


농성 참여자인 대학생 이 모 씨는 “이용수 할머니는 본인이 88세이면서도 가장 팔팔하다고 말씀하셨다. 1988년도 이후에 태어난 우리가 추위고 더위고 두려워질게 뭐가 있느냐”며 “이런 혹한에 우리마저 없으면 혼자 있는 소녀상은 더 쓸쓸하고 추워진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학생 이 모 씨는 “밤 10시경 시민들이 우리에게 텐트를 전해주려 했지만, 경찰이 반입을 막고 채증을 했다. 이후 다른 시민이 차량용 비닐이라며 트렁크에서 큰 비닐을 주셨는데, 경찰이 비닐은 막지 않아 이걸 뒤집어쓰고 버텼다”라며 “날이 춥지만, 한일 합의 뒤 더 추운 대한민국 현실을 생각하며 끝까지 소녀상 곁을 지킬 생각이다”고 말했다. 경찰은 도로법 위반을 이유로 소녀상 옆 농성장에 천막 등의 반입을 막고 있다. 


한편, 미신고 집회를 개최한 혐의 등으로 경찰에게 출석요구서를 받은 대학생 8명이 21일 경찰에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학생 대책위에 따르면 출석요구서를 받은 ‘평화나비네트워크’ 소속 대학생 7명은 21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경찰서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후 경찰에 출석할 예정이다. 대학생 대책위는 나머지 한 명도 곧 출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경찰 출석과 관련한 견해를 밝히고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폐기, 소녀상 이전 반대의 뜻을 기자회견에서 촉구할 방침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경찰이 천막을 치지 말라고 해서 추위를 걱정한 시민들이 가져온 천막도 돌려보내는 등 협조적이었는데도 경찰은 여전히 우리를 범법자로 보고 있다”며 “우리도 정당하게 의사를 표출해야겠다고 생각해 출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미신고 집회 혐의 등으로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소녀상 이전 반대 집회를 주도한 대학생 8명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경찰 관계자는 “집시법 위반 사항을 조사하고 추가 입증자료를 확보하는 등 보강 수사를 마치는 대로 입건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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