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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김근수] 러시아정교회 총대주교와 로마교황의 만남을 축하하며
  • 김근수
  • 등록 2016-02-13 11: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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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천년만에 러시아정교회와 로마가톨릭이 다시 만났다. 2월 13일 쿠바 아바나 공항에서 키릴 총대주교와 프란치스코교황의 역사적인 만남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30개항에 걸친 공동성명이 발표되었다. 


거의 천년간 러시아정교회와 가톨릭은 성체성사에서, 삼위일체 신비에 대한 이해에서 일치를 잃어버렸다. 그러나 키릴 총대주교와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들 사이의 관계, 우리 믿음의 핵심 주제, 인류 문명의 전망을 함께 나누기 위해 얼굴을 마주 했다. 


키릴 총대주교와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 안에 있는 희망을 세상에 설명하기 위해 가톨릭과 정교회의 공동 노력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형제적으로 함께 노력할 소명이 있다는 것이다. 


정교회와 가톨릭은 첫 천년기에 함께 하던 신앙의 유산에서 뿐만 아니라 오늘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나누는데 일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정교회와 가톨릭 신자들이 모든 나라에서 평화와 사랑 안에 서로 배우자고 두 사람은 말했다. 


키릴 총대주교와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 교회가 다른 교회에 흡수되는 과거의 방식은 일치를 이루는 방법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다. 정교회와 가톨릭 사이에 갈등이 존재하는 곳 어디서나 두 사람의 만남이 화해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였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 특히 중동과 북 아프리카, 시리아와 이라크, 우크라이나 등에서 그리스도 신앙인들이 박해받는 상황에 우려를 표시했다. 우리 시대의 순교자들이 그리스도교 일치를 촉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우리 시대에 종교간 대화가 필요하다. 종교적 진리의 차이가 평화와 조화안에서 삶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종교 지도자들은 이웃 종교의 전통을 존중하는 교육을 신자들에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종교적 의도에서 범죄를 정당화할 수 없으며 하느님의 이름으로 범죄를 저질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공동성명은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들과 이민자와 난민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도 자세히 언급하였다.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촉구하였다. 


아, 너무 늦었지만 너무 기쁜 만남이다. 신앙의 선조들이 저지른 잘못 탓에 신앙의 후손들이 얼마나 오랜 동안 아픔을 겪어왔는가. 우리의 잘못 탓에 우리 신앙의 후예들은 또 얼마나 고통을 겪을 것인가. 하느님을 믿는다는 교회가 저지른 죄는 크고 우리 죄도 여전히 무겁다. 


“우리는 경쟁자가 아니라 형제자매다”라는 공동성명의 글귀가 마음을 울린다. 이웃 종교를 보는 눈도 그래야 하지 않은가. 종교와 관계없이 모든 인간은 소중하며 또한 평등하다.


가톨릭교회가 자기 잘못을 깨닫는 데 수백년 시간이 걸린 주제가 있다고 가톨릭 신학자 칼 라너는 말했다. 그러고 보니 개신교와 화해하는데 오백년이 걸렸고, 러시아정교회와 화해하는데 천년이 걸렸다. 또 얼마나 더 오랜 시간이 지나야 가톨릭이 자기 잘못을 깨달을 것인가. 여성 문제에 대한 가톨릭의 고집이 다음 주제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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