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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도자, 한국천주교회에 부정적 평가 많아
  • 최진
  • 등록 2016-02-23 16:3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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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오후 2시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한국 여자 수도회 봉헌생활 현실과 쇄신 방향을 진단하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 최진


여자 수도자들이 한국교회의 현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을 조사해 향후 봉헌생활의 방향을 모색하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와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는 22일 오후 2시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국천주교 중앙협의회에서 ‘봉헌생활의 해 기념 연구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지난 1년간 공동으로 시행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포한 ‘봉헌생활의 해’를 맞아 실시한 ‘한국 여자 수도회 봉헌생활 현실과 쇄신 방향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여자 수도자들이 바라본 한국 교회 구성원의 비전을 모색했다. 엄재중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연구원은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 이번 조사는 기존 봉헌생활의 개선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질문과 선택지 내용이 봉헌생활의 어려운 점을 중심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한국의 여자 수도자들은 현재 한국교회 상황을 진단하는 질문에 70% 이상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먼저 한국교회가 ‘정체되어 있다’(39.2%)는 견해가 가장 많았고, ‘안팎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30.4%)와 ‘쇠퇴하고 있다’(16.4%)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수도자들이 한국교회에 끼친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성직자의 보조자 역할을 함으로써 성직자 중심의 교회문화에 일조했다’(41.5%)는 답변이 가장 높았다. 


여자수도회에 대한 주교들의 인식과 태도를 묻는 질문에는 ‘수도회를 이해하지만, 교구 이익을 우선한다’는 의견이 44.2%로 가장 높았고, ‘수도회를 교구의 부속기관처럼 생각한다’는 답변도 20.8%를 기록했다. 사제들의 인식과 태도 역시 주교와 같이 교구 중심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답변했다. 


사제와의 갈등이나 어려움을 경험하게 된 문제점으로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태도’(49.7%)를 가장 크게 꼽았고 ‘사제의 성격적 장애’(12.9%)도 그 다음으로 지적됐다. ‘갈등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는 답변은 14.0%에 그쳤다. 


본당 사도직 활동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본당 사제에게 바라는 점으로는 ‘수도생활에 대한 올바른 이해’(32.4%)와 ‘생활의 모범과 올바른 사목 방향’(24.9%), ‘사목의 동등한 협력자라는 인식’(21.5%) 순으로 조사됐다. 사제와 수도자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서는 ‘동등한 입장’과 ‘독자적 관계’, ‘영적인 도움을 주고받는 동반자’ 항목이 각각 25% 이상 차지했다. 


여자수도회가 바라본 오늘날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는 ‘물질만능주의’(27.4%)를 꼽았다. 또한 생명경시 풍조와 부정부패, 개인주의·이기주의 등의 답변이 나왔다. 여성 수도자들이 사회 문제에 참여하는 이유는 ‘공동선의 실현이 모든 이의 의무’라는 의견과 ‘수도자로서 예언자적 수행의 한 방법’으로 조사됐다. ‘공동체의 결정사항이기 때문’이라는 답변은 4.4%에 그쳐, 전반적으로 사회문제에 대해 자발적이고 신앙적인 동기를 가지고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한국의 여자 수도자들은 현재 한국교회 상황을 진단하는 질문에 70% 이상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 최진


여성수도자들이 생각하는 자신의 의미 있는 사회적 역할로는 ‘사회 곳곳에 소외되고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절반 이상(67.0%)을 차지했다. 관심을 갖는 사회문제로는 가난한 이들·사회정의 실현·가정문제·청소년/어린이 문제 등으로 조사됐다. 미래 한국사회를 위해 여자수도자들이 준비해야 할 점으로는 사회가 더욱 물질과 쾌락주의로 빠져들기 때문에 복음적 가치와 참된 기쁨을 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52.9%)는 의견이 높게 나타났다. 


엄 연구원은 이번 심포지엄이 “한국 수도자들이 누구를 위해 어디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며 “조사결과 발표 후 전문가들과 함께 각 수도회의 실천 방안과 교회 쇄신의 기회를 마련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봉헌생활의 해’는 2014년 11월 30일 시작해 올해 2월 2일까지였다. 교황은 정결과 청빈, 순종의 예언적 사명을 세상에 드러내는 수도자들이 자신들의 영적 정체성을 되찾고, 은총으로 충만한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해 이를 선포했다. 


교황의 이러한 뜻을 실천하기 위해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는 지난해 10월 말부터 온·오프라인으로 교회 전반에 걸친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는 수도자 1,044명과 교구사제 430명, 주일미사 참여자와 본당 단체인원 684명 등을 대상으로 시행됐으며, 정확한 조사를 위해 2014년 천주교 통계 신자 비율에 맞춰 교구별 연령·성별에 따른 표본조사를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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