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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성모병원, ‘성 평등 걸림돌’상 받아
  • 최진
  • 등록 2016-03-08 14:48:56
  • 수정 2016-03-08 15: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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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열린 제32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여성 노조지부장을 탄압한 인천성모병원이 `성 평등 걸림돌` 기관으로 선정됐다. (사진출처=보건의료노조)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인천성모병원이 양성평등을 역행하는 기관으로 선정돼 불명예 수상을 했다. 


유엔이 지정한 세계 여성의 날(8일)을 맞아 5일 오후 1시 서울시청에서 ‘2016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2회 한국 여성대회’가 열렸다. 30여 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성연합)은 행사를 통해 성 평등 가치 실현과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을 촉구하며 여성의 권익 증진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할 뜻을 밝혔다. 

 

이들은 여성이 사회진출과 동시에 성차별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일과 가정의 부담에서 여성의 책임만 강조되는 사회현상을 지적했다. 또한, 사회적 약자와 여성에 대한 혐오 범죄가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성 평등 가치를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회에 참가한 1,000여 명의 여성들은 선언문을 통해 성 평등 가치 실현과 여성에 대한 폭력·차별 반대,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행사 이후, 시청 후문을 출발해 청계남로를 거쳐 종로구 중학동 옛 주한일본대사관까지 행진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3·8 여성선언’과 더불어 ‘성 평등 디딤돌’ 과 ‘성 평등 걸림돌’ 상 시상식을 진행했으며 특히 천주교 인천교구가 운영하는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이 ‘성 평등 걸림돌’로 선정되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성 평등 걸림돌’ 상은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관하여 97년부터 매년 양성평등을 역행한 조직 및 개인, 정책 등에 수여하는 상이다. 여성연합은 인천성모병원이 여성 노조지부장에게 위계와 공포를 동원해 지속적이고 집단적인 폭력 행위를 저질렀다며 ‘성 평등 걸림돌’ 기관으로 선정된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천주교 인천교구가 운영하는 인천성모병원은 수년 째 비상식적인 병원 운영과 노조 탈퇴 강요 등 노동조합 탄압으로 지역사회에서 비난받고 있는 가운데, 병원 간부를 동원하여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지부 홍 지부장을 집단으로 괴롭혔다”고 말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인천교구가 운영하는 국제성모병원이 건강보험을 부당하게 청구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뒤 더욱 심각해졌다며 “결국 홍 지부장은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다가 지난해 4월에 출근 중 쓰러져 입원했고, 집단 괴롭힘 가해자가 병실까지 방문하자 결국 퇴원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홍 지부장과 의료노조는 병원과 병원재단인 천주교 인천교구에 병원 정상화 등의 해결책을 요구했으나, 현재까지 인천교구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병원 측은 급기야 단식 농성 중이던 홍 지부장을 2016년 1월에 해고했다”며 “여성노동자가 중심이 되는 보건의료사업장에서 집단적이고 지속해서 여성 노조 간부를 괴롭히는 것은 위계와 공포를 동원한 명백한 폭력 행위이며 여성노동권 침해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성 평등 걸림돌’ 명단에는 양성평등기금을 폐지한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박근혜 정부의 성교육표준안·양성평등정책·노동정책, 데이트폭력 사건에서 ‘가해자의 미래’를 우려해 벌금형을 선고한 광주지법 등이 인천성모병원과 함께 이름이 올랐다. 


이에 보건의료노조는 7일 성명서를 통해 가톨릭 재단이 운영하는 병원이 ‘성 평등 걸림돌’이란 불명예스러운 수상까지 했다며, 날이 갈수록 드러나는 부끄러움 앞에 천주교 인천교구는 분명한 사과와 대책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인천성모병원의 ‘성 평등 걸림돌’ 수상을 통해 여성 노조지부장에 대한 지속적이고 집단적인 괴롭힘이 명백한 여성인권침해로 확인됐고, 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해 온 천주교 인천교구가 노동·인권탄압의 주체로 이름을 올리는 불명예스러운 상황이 됐다는 점이 큰 의미를 지닌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 평등 걸림돌’의 역대 수상자를 보면 성희롱·성추행 사건의 가해자를 비롯해 양성평등에 역행하는 문제의 인물, 조직, 정책이다”라며 “인천성모병원의 이번 ‘성 평등 걸림돌’ 수상은 인천교구를 넘어 한국사회의 보편적 정의와 인권향상을 위해 애써 온 한국 가톨릭의 역사에 남을 부끄러운 기록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역대 ‘성 평등 걸림돌’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물·조직으로는 성추행 의혹으로 사퇴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군대 내 성추행 문제로 여군 장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오 대위 사건’ 가해자이면서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은 노 아무개 소령, 계약직 여성노동자의 죽음을 외면한 중소기업중앙회 등이다. 


올해 창립 29주년을 맞이하는 여성연합은 1987년부터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한국여성대회를 개최해왔다. 이번에 인천성모병원이 ‘성 평등 걸림돌’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되면서 매년 개최되는 여성대회에서 천주교 인천교구와 인천성모병원이 양성평등을 역행한 역대 기관·단체로 소개될 예정이다. 천주교에서 ‘성 평등 걸림돌’ 상을 수상한 것은 1999년 종교인으로서 노조탄압·여성폭행을 방조한 대전성모병원 윤주병 원장에 이어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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