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참회록 : 때로는 마음도 쉼이 필요하다
참, 인연이라는 것은 묘하기도 하다. 목사인 내가 비구니 스님과 인연을 이렇게 맺을 줄이야! 엊그제 인사동의 한 밥집에서 지난 1월 개신교 신자의 훼불로 큰 피해를 입은 김천 개운사의 주지이신 진원스님을 만나게 되었다. 체구가 작으신 스님이었지만 그 분은 마치 예쁜 여고생의 해맑은 웃음이 온 장삼자락을 가득 채우듯 그렇게 아름다움을 존재에서 뿜어내는 평안한 분이었다. 출가한지 30년이 되었다는 스님, 하지만 외모의 아름다움과 평안함과는 어딘가 어울리지는 않는 좀 험한 일을 많이 하고 계신 스님. 그 스님께서는 지금 <여성긴급전화 1366경북센터>의 책임자로서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결혼이민여성들을 위한 여성인권을 위해 맹렬히 애쓰고 계셨다.
각종 폭력으로부터 여성들을 지키고 또 그 여성들의 인권신장을 위해 변호하며 싸워오신 스님께서는 정작 이번엔 당신이 몸소 폭력을 당하셨다. 바로 지난 1월 중순 경 당신이 주지로 있는 절에 개신교 신자가 강도가 되어 불당에 난입하여 불당을 우상이라는 이유로 훼손하고 폭력을 행사했으니 말이다. 얼마나 놀라셨을까? 몸은 상한데 없어 천만 다행이었지만 얼마나 당황했을까? 게다가 그 일이 있은 후, 스님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분들도 많았지만, 더욱 슬프고 황당한 것은 유선으로 또 인터넷의 쪽지로 수 많은 협박메시지가 왔단다. 우상을 섬기지 말라고, 심지어 이번 기회에 개종하라고...등등. 험한 말들과 함께 말이다. 제2의 폭력이 그에게 이어진 것이다! 안타까운 우리의 현실이다.
사실은 내가 ‘개운사불당회복운동’을 시작하면서(관련기사 보기) 스님께 사죄의 인사와 더불어 취지설명을 드리는 것이 예의일 듯 싶어 페북쪽지로 연락을 했으나 거의 한달 동안 스님에게서 답이 없었다. 다행이 연락이 되어 이렇게 만나게 되었지만, 스님은 그동안 무서워서 나의 쪽지를 비롯하여 이메일이나 페북쪽지를 일체 읽을 수 없었단다. 폭력의 여진이 얼마나 큰지 새삼 느꼈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혹은 성경의 이름으로 이루어진 폭력을 작은 온 몸으로 맞으신 스님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죄하며 참회한다. 그리고 내가 비록 개신교를 대표할 위치에 있지는 않지만, 한 개신교 신자로서 또 개신교의 목사요 교수로서 잘못 가르치고 잘못 살아온 것을 참으로 부끄럽게 생각하며 참회한다.
나는 믿는다. 종교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어떤 폭력도, 아니 하나님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어떤 폭력도 그것은 참 하나님의 마음이 아니라고! 비록 성경에 수 많은 폭력을 정당화하는 이야기가 적혀있지만, 그래서 종종 많은 사람들이 성경을 핑계로 하나님의 이름으로 그런 폭력을 정당화하려고 하지만, 그것은 적어도 예수의 정신은 아니라고 믿는다. 예수께서는 말씀하셨다.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하리라.”(마26:52) 그리고 예수께서는 그 자신이 스스로 종교폭력의 희생자가 되어 십자가에 달림으로써 더 이상 폭력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것을 우리에게 온 몸으로 부탁하며 기도하셨다.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저 사람들은 자기네가 무슨 일을 하는 지를 알지 못합니다.”(눅23:34) 그리고 오늘도 말씀하신다. “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복이 있다. 하나님이 그들을 자기의 자녀라고 부르실 것이다.”(마5:9)
그렇다. 예수로 시작된 기독교는 평화의 종교요, 사랑의 종교이다. 기독교는 더 이상 구약의 유대교가 아니다. 비록 기독교가 유대교의 성서인 구약성서(율법)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정한다 할지라도, 그것이 예수의 가르침과 모순이 될 때에는 구약의 가르침이 아니라 신약의 가르침 곧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 기독교라고 나는 믿는다. 따라서 구약의 십계명에 나오는 “우상을 섬기지 말라”고 한 것을 나는 존중하지만, 그 우상이 곧 불상이라고 믿기에는 문제가 많으며, 그 대신 진정한 우상은 우리가 하나님이 아닌 것을 마치 하나님처럼 섬기고 있는 인간의 모든 끝없는 탐심과 이기심, 곧 돈의 절대화, 잘못된 권세와 욕망, 그리고 자기도취증(narcissism) 등과 같은 자기우상화 등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나는 오늘 사순절을 보내면서 내 안의 이런 잘못된 우상을 섬겨온 나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하며 진심으로 참회한다. 주여, 자비를 베풀어주시옵소서.
진원 스님께서는 나를 만난 기념으로 손수 붓으로 쓰신 글씨를 하나 선물로 주셨다. “때로는 마음도 쉼이 필요하다”라는 글이었는데, 찬찬히 읽으니 마음에 많이 와 닿는다. 그렇다. 우선 스님에게 그 자신의 말대로 폭력으로부터 벗어나 몸과 마음에 쉼이 있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이 땅에 살아가는 나와 인연을 맺은 모든 사람들도 쉼이 있기를 빈다. 몸도 마음도!!
더욱이 잘못된 우상관으로 인하여 타인에게 해를 입히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많은 개신교 신자들이여, 스님의 간곡한 말씀처럼 그런 잘못된 마음에서 벗어나 참 쉼을 누리기를 바란다. 그것은 비단 스님의 말씀만이 아니라, 우리가 주님으로 섬기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이기도 하다. “수고하며 무거운 짐을 진 사람은 모두 내게로 오너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한테 배워라. 그리하면 너희는 마음에 쉼을 얻을 것이다.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마11:28-30) 타인을 해하려는 폭력의 마음을 내려놓고, 예수의 온유하심과 겸손하심을 배우자. 그리고 그 분 안에서 참 쉼을 누리자. 아멘.
(2016. 3. 6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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