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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죽음의 시학 : 고문의 후유증 사망 최종철
  • 김창규
  • 등록 2016-05-17 09:53:59
  • 수정 2016-05-17 10:5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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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의 후유증 사망 최종철



얼마나 푸른 하늘이 보고 싶었을까

부산대 학생 멀리 고향을 떠나

영등포구치소에서 석방 될 때까지

고통으로 산 세월

그가 세상에 나온 지 두 달도 안 되어 

먼지로 허무하게 세상을 등졌다


광주 항쟁의 시작과 끝을 보고

붙들려갔다가 나와 한줌 불티로 

얼마나 많은 시련과 고통을 겪었는지

죽기 몇 일전 감방 쇠창살에 목매단

장기수 소식을 들었을 때 

거미줄에 걸린 나비처럼

공포에 떨었다


운동시간에 보았던 화단에 핀 

백일홍 붉은 꽃이 서러워 울던

어머니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없기에 

바다 끝 깊숙이 잠긴 말 못할 사연

죽어서도 비밀인 것이다


고문기술자에게 당한 그의 몸은

이미 반쯤 화석이 되었다

지난 고통 아버지 집에 돌아가 

그냥 가슴에 묻으려 했다

먹고 사는 일도 중요하지만

자유를 빼앗긴 자에게 소중한 저항

권력이 아니라 생명이라는 것을


마지막으로 할 일은 나비의 부활

불의한 권력자를 처단하는 길이다

한번 결단하는 것이지 두 번 사는 것은 의미 없다

마지막으로 보았던 푸른 하늘

어디선가 반짝이는 빛이 그를 불렀다


고문, 얼마나 무서운 건지 모르는

당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악의 세상 원수를 죽이지 못하고 떠났다



[필진정보]
김창규 : 1954년 충북 보은 출생으로 한신대학교를 졸업했다. 분단시대문학 동인, 한국작가회의 회원이며 시집 <푸른 벌판> 외 2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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