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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대교구, 5.18 기념미사 봉헌 ‘잠자는 사람아, 깨어나라’
  • 최진
  • 등록 2016-05-17 20:02:59
  • 수정 2016-05-17 20: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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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광주 동구 남동성당에서 `기억과 식별`을 주제로 5.18 민중항쟁 36주년 기념미사가 봉헌됐다. ⓒ 최진



5.18민중항쟁 36주년을 맞아 광주대교구가 16일 광주 동구 남동성당에서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기념미사는 민주적이고 평화로운 공동체를 꿈꾸며 투쟁하다가 계엄군에 희생된 36년 전 광주 시민들의 뜻을 기리며, 그 의지를 이어받아 신앙인들이 생명의 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길 염원하는 뜻에서 봉헌됐다. 


남동성당은 5.18민중항쟁 중이던 1980년 5월 22일 당시 주임신부였던 김성용 신부와 유력 민주인사들이 모여 시민들의 희생을 막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던 장소다. 또한, 당시 전남대학교 총학생회장으로 5.18민중항쟁을 주도했다가 투옥돼, 1982년 옥중 단식투쟁을 하다 숨을 거둔 박관현 열사의 빈소가 있었던 곳이다. 현재는 5.18 기념성당으로 자리하고 있다. 


성당 마당에는 5.18민중항쟁 당시 광주의 모습을 찍은 사진전이 열렸다. 계엄군 앞에서 무릎을 꿇은 청년과 무력 진압에 희생된 학생과 시민들, 전남도청으로 탱크를 몰고 가는 계엄군 등을 찍은 40여 점의 사진은 잔혹하고 긴박했던 1980년 5월의 광주가 기록돼있었다. 또한, 5.18민중항쟁의 과정을 알리는 대형 입간판이 설치돼, 민중항쟁에 대한 진상을 전했다. 


미사에 앞서 오후 7시부터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다 희생된 이들을 위한 묵주기도가 시작됐다. 묵주기도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백남기 선생, 그리고 정의롭지 못한 사회 속에서 희생된 많은 의인을 위한 지향으로 봉헌됐다. 묵주기도가 진행되는 동안 성당 안은 신자들로 가득 찼으며, 성전 앞마당까지 임시의자가 놓였다. 


▲ 이날 오후 7시부터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다 희생된 이들을 위한 묵주기도가 시작됐다. ⓒ 최진


이날 미사는 ‘잠자는 사람아, 깨어나라’(에페 5,14)는 성경 구절을 주제로 봉헌됐다. 미사는 5.18민중항쟁 당시 광주대교구장이던 윤공희 대주교와 교구 총대리인 옥현진 주교, 그리고 70여 명의 사제단이 공동으로 집전했으며, 교구 신학생과 수도자, 평신도 등 700여 명이 참석했다. 


“광주시민, 모세처럼 예언자 소명 수행해야!” 


신자들은 미사의 시작을 알리는 입당 성가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민중항쟁을 대표하는 민중가요지만, 이명박 정권 이후인 2009년부터 국가보훈처는 5.18 민중항쟁을 기념하는 기념식에서 이 곡을 거부해 논란이 돼왔다. 


기념미사를 주례한 옥현진 주교는 5.18민중항쟁을 떠올리며 모세의 소명 이야기를 다시 묵상하게 된다고 말했다. 군부독재로 억압된 민중을 해방하고자 노력했던 광주 시민들의 모습은 이스라엘 민족을 해방으로 이끈 모세의 예언자적 소명과 같다는 것이다. 


옥 주교는 “80년 5월 광주시민들은 모세처럼 억압과 착취의 군사독재에 맞서, 민중들을 구하도록 부름 받았고, 많은 이들이 기꺼이 목숨을 바쳐 민주화의 다리가 됐다”며 “하느님께서는 광주시민들을 통해 이 땅에 거룩한 해방운동을 시작하신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 옥현진 주교는 군부독재에 억압된 민중을 해방시키고자 노력한 광주 시민들의 모습은 모세의 예언자적 소명과 같다고 말했다. ⓒ 최진


또한, 국가폭력에 저항해 민중 해방을 외쳤던 체험이 있는 광주의 신앙인들은 참된 정의와 평화, 인권을 위한 실천에 앞장서야 하는 예언자적 사명이 있음을 강조했다. 신앙인들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깨어있는 예언자적 사명을 수행해야 하며, 이 예언자적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을 올바르게 정립하는 거룩함이 동시에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옥 주교는 “모세는 억압과 착취로 울부짖는 이스라엘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파라오를 향해 칼을 들었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의 구원을 위해 자신의 예언자적 역할을 죽기까지 다했다”며 “예언자는 이 세상을 향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고 멈추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예언자의 사명이다”라고 강조했다. 


참가자들, 5.18정신 계승해 촛불 들고 행진 


기념미사가 끝난 후 사제단과 신자들은 남동성당에서 동구청 앞 교차로를 거쳐 5.18민주광장까지 40여 분 간 행진했다. 사제단은 행렬의 앞쪽에서 ‘세월호 특별법 개정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었고, 참가자들도 ‘살인진압 책임자 처벌’과 ‘5.18역사 왜곡 규탄’이 적힌 현수막을 들었다. 


▲ 기념미사가 끝난 후 사제단과 신자들은 남동성당에서 5.18민주광장까지 촛불을 들고 행진했다. ⓒ 최진


▲ ⓒ 최진


36년 전 군사정권에 저항했던 광주 시민들이 횃불을 들고 시위했던 것을 상징해, 이날 참가자들은 촛불을 들고 행진했다. 광주대교구는 “우리가 촛불을 들고 선 이유는 36년 전 광주시민의 항쟁을 기억할 뿐 아니라 오늘 이 시간까지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민주·반인권적인 상황에 대해 우리의 결의를 다시금 마음속에 다지기 위해서다”라고 밝혔다. 


광장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민주정신 쟁취하여 광주정신 지켜내자”, “5.18 역사 왜곡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고, ‘주님의 기도’를 노래했다. 교구는 참가자들에게 주먹밥을 나눠주며 행사를 마쳤다. 


▲ 광주대교구는 우리가 촛불을 든 이유는 36년 전 광주시민의 항쟁 뿐 아니라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반민주, 반인권적인 상황에 대해 결의를 다시 다지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 최진


▲ ⓒ 최진


주먹밥은 민주항쟁 당시 광주 시민들의 선행을 상징하는 것이다. 광주는 계엄군이 철수한 후 3박 4일 동안 무정부 상태가 됐지만, 전남도청을 점령한 시민군은 자체 조직을 만들어 치안유지에 힘쓰고 시민들을 안정시키고자 노력했으며, 시민들은 이러한 시민군을 위해 주먹밥을 만들어 전달했다. 


앞서 광주대교구는 5.18민중항쟁을 기념하는 행사로 11일 ‘기억과 식별의 5.18 심포지엄’을 열고 민중항쟁을 통한 평화공동체의 구현에 대해 논의했다. 또 15일에는 5.18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도보순례와 추모 미사가 열려 518명의 신청자가 남동성당에서 추모 미사를 봉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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