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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건용) 영화 속 구약 : ‘탐심의 뿌리에는 무엇이 있을까?’
  • 곽건용 목사
  • 등록 2016-05-19 11:14:33
  • 수정 2016-05-19 14: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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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곽건용 목사의 [영화 속 구약] 이번호는 ‘네 이웃의 아내를 탐내지 말라 - 어느 고독에 관한 이야기’를 3부로 나누어 게재합니다. 3부는 각각 ‘‘탐심’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 ‘어느 고독에 관한 이야기’ ‘탐심의 뿌리에는 무엇이 있을까?’ 입니다.


▲ Mammon, Elinor Proby Adams



탐심의 뿌리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람에게는 성취할 수 없는 것을 갈망하고 채워지지 않는 것을 채우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탐심이 결코 채워지지 않고 탐욕을 절대로 만족시킬 수 없는 이유는 얻을 수 없고 채울 수 없는 걸 탐내기 때문입니다. 밑 빠진 독처럼 채우려 해도 채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탐심은 놀라운 능력으로 사람을 속입니다. 매우 탐욕스런 사람도 자기가 탐욕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탐욕에는 착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또한 탐욕에는 갖고 싶은 대상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능력이 있습니다. 조금만 더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게 만듭니다. 구약성서 전도서의 메시지는 평생 탐욕을 채우려고 쫓아다녔지만 종국에는 허무밖에 남은 게 없더라는 겁니다. 


‘무엇’을 욕망하는가라는 물음보다 앞서 물어야 할 물음은 “‘욕망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입니다. 우리는 ‘왜’ 욕망하는가,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욕망하게 만드는가라고 질문해야 합니다. 


탐욕의 반대는 ‘절제’가 아니라 ‘만족’입니다. 일이든 소유든 인간관계든 하느님과의 관계든 은총이든 축복이든 뭐가 됐든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것에 만족하려면 감사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만족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마음의 ‘상태’나 밖에서 뭔가가 주어졌을 때 절로 생기는 정신적 ‘반응’이 아닙니다. 기계적인 반응이 아니란 얘기입니다. 


만족은 내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만족은 정적인 ‘정신상태’가 아니라 동적인 ‘정신활동’입니다. 만족이라는 정신활동은 외부의 자극과 무관하진 않지만 거기에 전적으로 의존하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정신과 영혼이 주체적으로 활동한 결과로 만들어지는 겁니다. 밖으로부터 뭔가가 충분히 주어졌다고 해서 탐욕이 채워지지 않는 것처럼 만족도 밖에서 주어진 것에 의해 채워지고 말고 하는 비주체적인 정신상태가 아닙니다. 만족은 나의 영혼활동이 만들어내는 그 무엇입니다. 


“네 이웃의 아내를 탐내지 말라”는 계명은 본래 남자에게만 주어진 계명입니다. 여기서도 여자는 계명의 관심사가 아니었습니다. 이런 사정까지 오늘날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영화의 초점이 남의 아내를 탐낸 마리우스에게 맞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초점은 로만과 항카 부부에게 맞춰져 있습니다. 영화와 계명의 관련성을 발견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영화는 남의 아내에 대한 탐심이 부부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심을 둡니다. 


정상적인 부부관계가 불가능한 상황은 이 부부에게 중대한 문제였습니다. 그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했습니다. 문제가 있는데 없는 척하고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택한 해결방법이 무엇인가가 문제입니다. 상대방을 부정직하게 대함으로써 사태를 해결하려 했던 게 문제였습니다. 


로만은 아내에게 애인을 만들라고 권했습니다. 이는 ‘쿨’하게 들릴 수도 있고 ‘설마 정말 그렇게 하랴?’라는 심정이었을 수도 있지만 해서는 안 될 말이었습니다. 자신에게 정직하지도 않은 말이었고요. 그는 아내에게 애인이 있다는 의심이 생기자 전화를 도청했습니다. 


아담과 하와는 선악과를 먹기 전에는 벗고 있어도 부끄러운 줄 몰랐는데 선악과를 먹은 후에는 이를 부끄러워했습니다. 그리고 선악과를 따먹은 것을 서로 남의 탓으로 돌렸습니다. 아담은 이를 ‘당신(하느님)께서 저에게 짝지어 주신 여자’ 하와의 탓으로 돌리면서 하느님을 끌고 들어왔고 하와 역시 ‘뱀에게 속아서’ 그랬다며 뱀 탓을 했습니다. 


아담과 하와 사이의 관계가 깨졌습니다. 벌거벗고 다녀도 부끄러워하지 않던 사이가 가려야 하는 사이가 됐고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사이가 됐습니다. 로만과 항카의 사이가 결정적으로 벌어진 원인은 로만이 성불구가 됐기 때문이 아니라 서로 불신하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로만과 항카는 서로 뭔가를 숨기고 숨겨진 사실을 밝혀내야 하는 사이가 됐습니다. 의심이란 걸 해본 사람은 그게 얼마나 사람을 병들게 하는 것임을 압니다. 로만은 질투 때문에 아내를 미워하게 됐습니다. 둘 사이에 미움이 끼어든 겁니다. 그는 마리우스와 관계를 정리했다는 아내의 말도 믿지 않았습니다. 의심하고 미워하게 되니까 상대가 진실을 말해도 그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결국 그는 아내에 대한 오해를 풀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로만에게 심장수술을 받을 예정인 젊은 가수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둘 사이의 얘기는 더 진행되지 않습니다. 둘 사이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그녀를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상당히 무거워 보입니다. 그녀의 역할은 마리우스의 그것보다는 더 큽니다. 


저는 그녀는 ‘욕망의 전염성’을 말한다고 봤습니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말들 합니다. 사람은 남이 갖고 있는 걸 갖고 싶어 하고 그걸 가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안 되면 자신이 초라하게 여겨집니다. 


로만과 젊은 가수의 관계는 로만에게 전염된 항카와 마리우스 관계입니다. 로만은 항카의 욕망을 욕망하게 된 것입니다. 항카가 누리는 걸 자기도 누리고 싶은 것이지요. 로만은 스스로 초라해지고 싶지 않은 겁니다. 젊고 매력적인 가수는 항카의 욕망을 욕망하고 싶은 로만에게 잘 어울리는 대상입니다. 


항카 역시 남편에게 정직하지 않았습니다. 그녀에게는 애인이 있는데 애인을 가지라는 남편의 제안에 대해 ‘죽을 때까지 다시는 그 문제를 얘기하지 말자’고 말하니 말입니다. 그녀가 남편을 속인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자기는 그런 생각을 조금도 안 해본 것처럼 죽을 때가지 거론하지 말자고 말한 겁니다. 게다가 그녀는 자기를 엿보다 들킨 로만에게 매우 당당합니다. 그 때 그녀가 마리우스에게 결별을 선언했기 때문일까요?


탐심도 고독에서 비롯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은 타인과 관계를 잘 맺지 못하기에 고독해지고 고독감을 메우기 위해 남의 것을 탐내게 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남의 배우자를 탐내는 사람도 자기 배우자와 바른 관계를 맺지 못하는 데서 오는 고독감을 메우기 위해 잘못된 방법을 선택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정신과 의사인 정혜신 박사가 쓴 글을 소개합니다. 그 글은 우리 주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얘기는 아니지만 도움이 된다고 여겨집니다. 고아로 자란 사람들 중에는 미련할 정도로 참을성이 많은 사람이 많답니다. 고아는 자기가 필요할 때 원하는 만큼의 물리적, 정서적 보살핌을 못 받기 때문에 참는 게 성격으로 굳어진다는 겁니다. 고아 출신의 한국인 부인과 살고 있는 어느 외국인은 결혼 직후 아내에게 펀치 볼을 사줬답니다. 아내가 너무 참는 게 많아 보여서 순간순간 펀치 볼에 풀라고 말입니다. 


이 처방이 아내에게 도움이 됐답니다. 하지만 진정한 도움은 펀치 볼을 때리는 데서가 아니라 남편에게서 자길 진정으로 걱정해 주고 지지해 주는 사람을 본 데서 왔다고 합니다. 세상에는 ‘심리적 고아’로 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 합니다. 정신과 의사 눈에는 그런 사람들이 더 눈에 잘 띄었겠지요. 


그런 이들에게 필요한 건 그를 인정해 주고 격려해 주는 ‘한 사람’이랍니다. 그 한 사람만 있으면 정신적 고아로 살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가 가슴 뭉클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내가 누군가에게 그 ‘한 사람’이 되어주면 내게도 그런 사람이 반드시 나타나게 되어 있다는 말에 박수를 쳤습니다. 



▶ 영화 속 구약 : 네 이웃의 아내를 탐내지 말라 1부 보기

▶ 영화 속 구약 : 네 이웃의 아내를 탐내지 말라 2부 보기




[필진정보]
곽건용 : LA항린교회 담임목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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