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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건용) 구약성서의 대량학살 5 - 1부 하느님이 죽이라고 명령했다면
  • 곽건용 목사
  • 등록 2016-05-23 10:23:20
  • 수정 2016-06-09 10: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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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구약성서의 대량학살을 어떻게 읽을것인가라는 주제로 곽건용 목사가 6회에 걸쳐 설교했던 내용을 원고로 나누어 올립니다.


[구약성서의 대량학살] 5편은 1부와 2부로 나누어 게재합니다. 


만일 정말 죽이라고 명령했다면

(여호수아 10:1-15)





하느님이 죽이라고 명령했다면


어떤 사람이 살인을 저지르고 나서 “하느님이 이 사람을 죽이라고 했다. 난 그렇게 하라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분명히 들었다”고 주장한다면 이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요? “하느님께서 내게 이러저러한 일을 하라고 말씀하셨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주위에 있지만 하느님이 남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실 리 없다고 생각하지요? 현대사회에선 국가가 사법권을 갖고 있습니다. 종교적 신념조차 법률의 판단을 받지요. 그러니 하느님의 명령을 받았다는 신념이 있다고 해도 사법적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신념이 존중되기는커녕 오히려 정신병자 취급을 받기 십상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고대 이스라엘에서도 그랬을까요? 그때 거기서도 하느님의 명령을 받았다는 믿음이 행위에 대한 평가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았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때도 ‘하느님의 이름으로’ 말하고 행동한다고 해서 무조건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누가 ‘하느님의 이름으로’ 말하거나 행동한다면 그걸 상당히 진지하게 받아들였던 게 사실입니다. 적어도 ‘정신병자’ 취급은 안 받았습니다. 


당시 사회에서는 그가 진정으로 하느님의 보냄을 받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자기가 예언자라고, 하느님 이름으로 말하고 행동한다고 하는 사람 치고 하느님의 보냄을 받았다고 주장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을 텐데 뭘 보고 그가 진정 하느님의 예언자인지 구별하겠는가 말입니다. 신명기와 예레미야서에는 진짜 예언자와 가짜 예언자를 판별하는 기준이 나옵니다. 예컨대 이런 것입니다. 


“당신들이 쫓아낼 민족들은 점쟁이나 복술가들의 이야기를 듣지만 주 당신들의 하느님은 당신들에게 그런 것을 용납하지 않으십니다. 주 당신들의 하느님은 당신들의 동족 가운데서 나(모세)와 같은 예언자 한 사람을 일으켜 세워 주실 것이니 당신들은 그의 말을 들어야 합니다. 이것은 당신들이 호렙 산에서 총회를 가진 날에 주 당신들의 하느님께 청한 일입니다. 그 때에 당신들이 말하기를 ‘주 우리 하느님의 소리를 다시는 듣지 않게 하여 주시며 무서운 큰 불도 보지 않게 하여 주십시오. 우리가 죽을까 두렵습니다.’ 하였습니다. 그 때에 주님께서 내게 말씀하시기를 ‘그들이 한 말이 옳다. 나는 그들의 동족 가운데서 너와 같은 예언자 한 사람을 일으켜 세워 나의 말을 그의 입에 담아 줄 것이다. 그는 내가 명한 모든 것을 그들에게 다 일러줄 것이다. 그가 내 이름으로 말할 때에 내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은 내가 벌을 줄 것이다. 또 내가 말하라고 하지 않은 것을 제 마음대로 내 이름으로 말하거나 다른 신들의 이름으로 말하는 예언자는 죽임을 당할 것이다.’ 하셨습니다. 그런데 당신들이 마음속으로 그것이 주님께서 하신 말씀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알겠느냐고 말하겠지만 예언자가 주님의 이름으로 말한 것이 그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말은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아닙니다. 그러니 당신들은 제멋대로 말하는 그런 예언자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신명기 18:14-22)


긴 얘기를 짧게 줄이면, 참 예언자는 야훼께서 당신의 말씀을 그의 입에 담아준 사람이고, 거짓 예언자는 야훼께서 당신 말씀을 입에 담아주지도 않았는데 자기 마음대로 말하거나 다른 신의 이름으로 말하는 사람입니다. 또한 예언자가 한 말이 야훼의 말씀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려면 그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지는지 아닌지를 보면 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신명기 18장이 말하는 참 예언자와 거짓 예언자를 판별하는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로 야훼의 이름으로 말하는지 다른 신의 이름으로 말하는지 여부, 둘째로 야훼께서 그의 입에 담아준 말씀을 전하는지 아니면 자기 마음속에 있는 얘기를 말하는지 여부, 셋째로 그가 한 말이 성취되는지 여부가 그것입니다. 


이것 이외에 대표적인 구절이 예레미야 23장입니다. 좀 길지만 예언자를 분별하는 데 관한 대목을 인용해봅니다. 


“나 만군의 주가 말한다. 스스로 예언자라고 하는 자들에게서 예언을 듣지 말아라. 그들은 헛된 말로 너희를 속이고 있다. 그들은 나 주의 입에서 나온 말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의 마음속에서 나온 환상을 말할 뿐이다. 그들은 나 주의 말을 멸시하는 자들에게도 말하기를 ‘만사가 형통할 것이다. 주님의 말씀이다.’ 한다. 제 고집대로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도 ‘너희에게는 어떠한 재앙도 내리지 않을 것이다!’ 하고 말한다. 그러나 그 거짓 예언자들 가운데서 누가 나 주의 회의에 들어와서 나를 보았느냐? 누가 나의 말을 들었느냐?... 이런 예언자들은 내가 보내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달려 나갔으며 내가 그들에게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예언을 하였다. 그들이 나의 회의에 들어왔다면 내 백성에게 나의 말을 들려주어서 내 백성을 악한 생활과 악한 행실에서 돌아서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의 이름을 팔아 거짓말로 예언하는 예언자들이 있다. ‘내가 꿈에 보았다! 내가 꿈에 계시를 받았다!’ 하고 주장하는 말을 내가 들었다. 이 예언자들이 언제까지 거짓으로 예언을 하겠으며 언제까지 자기들의 마음속에서 꾸며낸 환상으로 거짓 예언을 하겠느냐? 그들은 조상이 바알을 섬기며 내 이름을 잊었듯이 서로 꿈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내 백성이 내 이름을 잊어버리도록 계략을 꾸미고 있다. 꿈을 꾼 예언자가 꿈 이야기를 하더라도 내 말을 받은 예언자는 충실하게 내 말만 전하여라.... 그러므로 보아라, 내 말을 도둑질이나 하는 이런 예언자들을 내가 대적하겠다! 나 주의 말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다고 제멋대로 혀를 놀리는 예언자들을, 내가 대적하겠다! 나 주의 말이다. 허황된 꿈들을 예언이라고 떠들어대는 자들은 내가 대적하겠다. 나 주의 말이다. 그들은 거짓말과 허풍으로 내 백성을 그릇된 길로 빠지게 하는 자들이다. 나는 절대로 그들을 보내지도 않았으며 그들에게 예언을 하라고 명하지도 않았다. 그러므로 그들은 이 백성에게 아무런 유익도 끼칠 수 없는 자들이다. 나 주의 말이다.” (16-32절)


요약하면, 거짓 예언자는 첫째로 야훼의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 자기 마음속에서 나온 환상을 말하는 자, 둘째로 야훼 하느님의 회의(council)에 들어와 보지 못한 자, 셋째로 야훼에게 보냄을 받지 않은 자, 넷째로 꿈에 계시를 받았다고 말하는 자, 다섯째로 야훼의 말씀을 도적질하는 자라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이만하면 상당히 격식을 갖춘 기준이 되겠습니까? 언뜻 보면 그래 보입니다. 하지만 이 기준의 문제는 예언자라고 주장하는 본인 이외에 제삼자가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기준이라는 데 있습니다. 예언자임을 주장하는 자가 한 말이 야훼의 입에서 나왔는지 자기 맘대로 말하는지 누가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 그가 야훼의 회의에 들어가 봤는지, 그가 야훼에게 보냄을 받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제삼자에게는 없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본문은 꿈은 계시의 전달 수단이 아닌 것처럼 말하지만 야곱 같은 사람은 꿈에 하느님의 계시를 받지 않았습니까. 


이 모든 점들을 고려해보면 신명기와 예레미야가 제시하는 참 예언자과 거짓 예언자의 기준은 객관적,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게 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얘기가 곁길로 많이 갔습니다. 하느님의 보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말과 행동이 보편적인 윤리기준과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여진 신학에 부합한다면 그가 참 예언자임을 비교적 쉽게 판단할 수 있었을 겁니다. 곧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계명에 부합하는 말을 했다면 그 사람은 하느님의 보냄을 받았다고 여겨졌습니다. 이런 것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보편윤리이거나 이스라엘 안에서 오랫동안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여져 온 가르침이므로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을 의심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보편윤리나 하느님의 뜻으로 여겨져 왔던 가르침과 일치하지 않거나 그것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내용을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정말 그가 하느님이 보내신 사람인지를 판단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물론 하느님이 그것들과는 다른 내용을 전하라고 시켰을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은 많은 경우에 ‘상식’에 어긋나는 분이기도 하므로 얼마든지 그럴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요? 쉽지 않습니다. 대량학살의 경우가 여기에 속합니다. 



[필진정보]
곽건용 : LA항린교회 담임목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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