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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교구 초청 강연회, ‘모두를 위한 새로운 경제 모델’
  • 최진
  • 등록 2016-05-23 19:34:09
  • 수정 2016-05-23 19:3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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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양적 성장이 인간 삶의 질적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자본주의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사회구성원 간의 ‘상호성’에 주목하는 사회적 경제가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가 지원으로 단기간 고성장을 이뤘던 한국 경제 체제도 최근 그 한계를 드러내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한국 경제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명력이 있는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천주교 대전교구가 국내 사회적 경제에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마련코자 21일 대전 유성구 충남대 정심화국제문화회관에서 공유경제(EoC, Economy of Communion) 분야의 세계적 석학 루이지노 브루니(Luigino Bruni) 교수를 초청해 강연회를 열었다.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강연 인사말을 통해 “현재 우리는 각박한 환경 속에서 전쟁 같은 사회를 살고 있다. 과거에 비해 수입은 늘었지만 행복은 줄어들었다”며 “인류는 새로운 경제모델이 필요하다. 사람을 소중하게 대하며, 함께 행복한 삶을 만드는 새로운 경제모델이 우리 지역에서 불처럼 일어나길 기도 한다”고 밝혔다. 


‘모두를 위한 새로운 경제 모델’을 주제로 열린 이 날 강연회에서 브루니 교수는 공유경제에 대해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나눔과 무상성 그리고 상호성을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라고 설명했다. 


가난한 이들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사람이 많을수록 세상이 변화될 희망은 더욱 커질 것이다... 


브루니 교수는 “한국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3위지만 행복지수는 58위에 불과하다. 자본주의가 직면한 도전은 바로 이러한 ‘행복의 역설’(paradox of happiness)이다”라며 “소득이 일정한 액수를 넘으면 환경, 건강 등 소득 이외의 것이 더 중요해진다. 소득이 행복과 반드시 정비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루이지노 브루니(Luigino Bruni) 교수 (사진출처=focolare.org)


그는 한국의 이러한 ‘행복의 역설’ 현상이 미국에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발생하기 시작했으며 가정과 공동체, 환경 등 삶의 중요한 가치들이 자본에 밀려 훼손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행복은 자본보다는 가정과 우정 등의 가치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으며,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재화가 아니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인들은 서로 협력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한국에 맞는 경제모델을 찾는 것이 좋다”며 “한국 전통개념에서는 부자들이 가난한 이들에게 곳간의 남은 쌀을 나누는 것이 당연했다고 들었다. 이런 전통의 뿌리를 잘 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브루니 교수는 ‘행복의 역설’에 대한 해결책으로 공유경제를 제시했다. 그는 “공유경제란 단순히 기업가만의 운동이 아니라 많은 사람으로 구성된 공동체가 하나의 사업을 이루는 것이다”라며 “공동체 안에 경제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가난과 빈곤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직접 개입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브루니 교수는 성서에 나오는 비유를 들어 공유경제의 개념을 설명했다. 기업인은 세상의 변화를 이끌 수 있으므로 성인(聖人)이 돼야 하며, 기업은 긍정의 결실을 맺도록 노력해, 창세기에 나오는 ‘보시기에 좋았다’라는 구절이 실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브루니 교수는 “상처를 통과하지 않으면 축복에 이르지 못한다는 성경 구절이 있다. 그래서 가난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람 사이의 관계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며 “가난한 이들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사람이 많을수록 세상이 변화될 희망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공유경제는 가톨릭 영성운동 중 하나인 포콜라레 운동을 경제체제로 변화시킨 것이다. 이탈리아어로 벽난로를 뜻하는 포콜라레는 ‘이웃과 차별 없는 공동체를 만들자’는 가톨릭 영성 운동이며, 1962년 교황청으로부터 인준된 후 현재 182개국에서 600만여 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포콜라레 창설자이자인 키아라 루빅(Chiara Lubich)은 1991년 기업가와 노동자, 경영자와 관리자, 생산자와 소비자가 다양한 차원에서 소통과 관계를 맺는 공유경제를 기업 경영방식으로 제안했다. 공유경제는 이윤추구를 위한 기업가 중심의 수직적인 사업 운영을 벗어나, 사업에 참여하는 이들뿐 아니라, 사업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이들이 함께 공동선을 추구하는 공동체 지향의 경영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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