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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백성을 행복하게 하지 못하면, 존재할 이유 없다”
  • 최진
  • 등록 2016-07-20 10:32:47
  • 수정 2016-07-20 10:3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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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주관하는 제75차 정세미(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미사)가 18일 오후 7시 대전 유성구 봉산동 성당에서 봉헌됐다. 


이날 미사에서는 ‘행복한 마음’이란 무엇이며, ‘행복한 상태’란 어떤 것인지를 성찰했다. 특히 다양하고 주관적인 조건으로 느껴지는 행복이 단지 개인적 느낌에 국한된 것인지, 아니면 사회 구조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지를 살폈다. 


이날 미사 강론을 맡은 이상욱 신부는 “불행이 쌓인 주변을 못 본체하며 단지 개인의 성실성과 능력을 재는 저울에 각자의 무게를 달며 살아가도 되는 것일까”라며 “하느님은 우리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고 계시지만, 행복은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사회 속에서 쉽게 무너져 내린다”라고 말했다. 


▲ 이날 강론을 맡은 이상욱 신부는 하느님은 우리 모두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지만 행복은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사회 속에서 쉽게 무너진다고 말했다. (사진출처=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이어 “행복은 건강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가고 누리는 삶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며 “개인의 노력으로 도달하고 지켜내는 그런 행복이 아니라 공정을 실천하고 신의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어깨동무하며 걷는 건강한 사회가 만들어지도록 기도하고 노력하자”고 밝혔다. 


한국사회, ‘성장’에서 ‘행복’ 추구로 나가야


이날 강연을 맡은 박진도 충남대 명예교수는 국가의 발전지표를 국민총생산(GNP)이 아닌, 국민총행복도(GNH)를 선택한 부탄을 설명하면서 한국사회가 성장의 패러다임을 벗어나 행복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가난한 나라인 부탄이 정말 행복한지에 대해 한국인들은 의심 한다”며 실제로 가난하면서 행복하기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부탄이 가난한 국민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국가라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 박 교수는 한국 사회가 성장의 패러다임을 벗어나 행복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출처=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그는 “부탄은 다른 동남아 국가들보다 특별히 행복한 나라다. 공부하는 학생 중에는 길거리에서 방황하는 아이들이 없는데, 가난한 나라에서 이것은 대단한 일이다”라며 “많은 후진국은 경제성장을 통해 국민소득을 높이는 데 목표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경제가 성장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기 때문에 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다’라는 경제 성장주의의 삼단논법을 설명하며, 한국 사회가 아직도 후진국의 경제목표를 사회 이념으로 채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한국이 아직도 경제 성장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가난한 국가인 부탄은 이미 경제 성장주의를 벗어나 국민 행복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 교수는 부탄이 2011년 국민을 행복하게 하려는 노력을 세계에서 인정받으며, 국민 행복을 국가발전의 방향으로 삼자는 총회결의를 끌어냈다고 설명했다. 


결의문은 국내총생산(GDP)이 그 성질상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근본적 목표와 보편적 열망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빈곤을 감축하며, 행복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보다 포용적이고 공평하고 균형 잡힌 발전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1970년대만 해도 한국은 부탄과 비슷한 국민소득을 기록했지만 이후 급격한 경제성장을 거쳐 2014년에는 10배 이상의 국민소득을 기록했다. 


박 교수는 “부탄 사람들은 ‘행복’을 개인과 사회의 조화로운 균형을 달성하는 다차원적인 것으로 본다. 그래서 행복은 주관적이지만 집단으로 달성된다고 말한다”며 “함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부탄에서 가르치는 행복론이다. 그러나 우리의 행복론은 오로지 남을 짓밟고 1등을 하라고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 불교축제에 참가한 부탄 학생들 (사진출처=플리커 Arian Zwegers)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하는 정부, 존재할 이유 없다” 


박 교수는 절대 군주국가였던 부탄이 입헌군주국으로 바뀐 과정을 설명하면서 국왕 스스로가 국가의 미래를 위해 권력을 내려놓았던 사실에 주목했다. 부탄의 4대 왕 지그메 싱게 왕추크(Jigme Singye Wangchuk)는 절대군주 국가의 국왕을 포기하고, 새로운 민주국가를 만든 다음 51세의 나이에 상징적 지휘만 남은 왕좌를 아들에게 물려줬다. 


박 교수는 “모든 나라의 정부와 국민이 경제적 부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데, 많은 사람은 나라의 부가 늘어나도 빈곤하고 비참한 삶을 살고 심지어 사회적 소외를 당하고 있다. 모든 사람은 행복을 열망한다, 따라서 한 나라의 발전 정도는 사람들의 행복에 의해 측정되어야 한다”는 왕추크 국왕의 말을 인용해 국민 행복에 있어서 국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이어 “부탄에서는 ‘정부가 백성을 행복하게 하지 못한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국민을 불행하게 하는 정부가 과연 필요한지 의문이다”라며 “경제 성장주의에서 국민총행복으로 한국사회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한국사회가 돈과 성장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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