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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된 화해, 치유 아닌 회유 ‘정부의 막장 재단’
  • 최진
  • 등록 2016-07-29 14:42:54
  • 수정 2016-07-29 14:5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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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12월 20일 제121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 ⓒ 최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시민단체들은 28일 성명을 통해 ‘화해·치유 재단’(이사장 김태현, 이하 재단) 출범을 규탄했다. 이들은 정부가 재단 출범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인권과 권리를 한낱 돈 문제로 전락시켰다며, 지난해 12월 한일 양 정부가 체결한 위안부 문제 합의를 전면 무효화 할 것을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성명에서 “10억 엔으로 거래를 끝낸 정부의 막장 질주가 오늘 재단 출범 강행에까지 이르렀다”며 “역사에 다시 없을 부끄러운 일본군 ‘위안부’ 합의는 피해자들이 그토록 염원하며 요구해왔던 일본 정부의 명확하고 진실한 사죄와 법적 배상 등의 조치를 전혀 담지 못했지만, 이 합의를 끝내 강행하고야 말겠다는 고집불통 정부 앞에서는 정의도 인권도 올바른 과거사 청산도 모두 실종됐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가 피해자들의 울음과 절규를 무시하는 귀머거리 행세를 통해 일본 정부와 일본 극우세력의 앞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작 가해자인 일본 정부는 ‘합의금’을 언제 줄지 간 보는 형국이지만, 정부는 ‘10억 엔’을 훈장처럼 내놓으며 피해자들을 회유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는 것이다. 


또한 피해자들과 시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가 처음부터 위안부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하겠다는 의지보다는 이를 서둘러 종결짓고 싶은 골칫거리로 치부한 것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기록을 교과서에서 지우며, 강제연행·성노예 등의 범죄 사실을 부정하는 반면, 박근혜 정부는 재단설립을 강행하고 여성가족부의 일본군 ‘위안부’ 유네스코 등재 추진을 무효화 하는 등 무능과 비상식의 행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피해자들을 갈라놓고 민간단체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악질 행보는 이성도 인간성도 상실한 채 돌진하는 좀비 떼를 보는 듯 기괴하다”며 “피해자들의 권리를 한낱 돈의 문제로 전락시키며 제 손으로 살아있는 역사를 봉인하는 박근혜 정부의 광기가 낳은 12·28 합의와 재단을 정의와 인권의 이름으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박근혜 정부가 ‘전쟁범죄 인정’, ‘공식사죄’, ‘법적 배상’, ‘역사교과서에 기록’ 등을 요구해야 한다며, 정부가 더 늦기 전에 피해자들의 외침에 귀 기울여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전면 무효화하고 올바른 해결을 위해 나서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그럴듯한 용어로 피해자와 국민 속이지 마라” 


▲ ⓒ 최진


이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도 성명을 통해 여성가족부가 추진한 재단 출범식을 규탄했다. 민변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12·28 합의가 타결된 이후 피해자들은 해외를 돌아다니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며, 도대체 이번 합의가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민변은 “유엔의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한일외교장관 회담이 피해자 중심의 접근방법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지만, 일본 정부는 지난 7개월간 ‘위안부’ 문제에 대해 책임을 부인해 왔다”며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기는커녕, 오히려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여성가족부의 예산을 삭감하고 소녀상 지킴이들을 소환하여 수사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를 보여 왔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비겁하게도 국민과 국회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김태현 위원장이 출연한 100만 원으로 민간 재단법인을 설립하는 꼼수까지 벌였다”며 “일본 정부는 김태현 위원장이 설립한 민간 재단법인에 10억 엔을 지급하고 ‘위안부’ 문제를 덮으려고 할 것이다. 재단이 출범한 오늘도 기시다 외무대신은 한국 정부가 소녀상 이전 문제에 대해 적절히 대처할 것으로 인식한다는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피해자들이 일본 제국주의에 짓밟힌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회복하는 것이 진정한 ‘화해’이며 ‘치유’라며, “그럴듯한 용어로 피해자들과 국민을 속이는 정부의 태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이어 “정부는 더 이상 피해자들을 속이지 말고 그분들의 존엄이 온전히 보장될 수 있도록, 진실과 정의, 배상에 대한 권리를 실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성명을 마쳤다. 


앞서 재단 김태현 이사장은 오전 10시 서울 중구 순화동 사무실에서 재단 운영 방안을 논의하며 첫 활동에 들어갔다.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김 이사장은 피해자 할머니들을 직접 만났을 때 “반대하는 분이 많지는 않았다”며 “그분(재단 출범을 반대하는 피해자)들도 언젠가는 저희와 함께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출범식에서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이날 기자회견 직전에는 대학생 20여 명이 행사장을 기습점거 하고 “화해와 치유재단은 가해자를 위한 못된 재단”이라며 출범 반대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30여 분간 구호를 외치며 행사를 지연시키다 경찰에 연행됐고, 김 이사장도 한 20대 남성이 뿌린 캡사이신에 맞아 병원으로 이송됐다. 


한편 일본 정부의 10억 엔 출연 시기가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출자금 지원을 무기로 소녀상 이전을 지속해서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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