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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청문회-1 : 사과는 적절치 않다?
  • 최진
  • 등록 2016-09-12 17:12:54
  • 수정 2016-09-12 18:2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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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백남기 국가폭력 진상규명 국회 청문회가 열렸다. 이날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사진출처=국회방송 영상 갈무리)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쓰러진 백남기 선생 사건에 대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이하 안행위)가 12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청문회를 열었다.


백남기 선생이 쓰러진 지 304일 만에 열린 청문회에는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경찰 측 책임자였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경찰 측의 과잉진압을 보여주는 사진과 동영상, 문서 등이 자료로 나왔지만,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측 관계자들은 사과와 책임을 거듭 거부했다.


안행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집회의 폭력성에 집중했다. 폭력시위였기 때문에 물대포 사용이 불가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은 집회 참석자 1,200여 명이 폭력행위와 관련해 이미 처벌이 내려진 만큼, 경찰 과잉진압과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문회 질의에서는 사건 정황을 기록한 경찰 보고서가 거짓으로 작성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은 민중총궐기 당시 백남기 선생에게 살수했던 ‘충남9호’ 살수차의 사용보고서에는 경고살수, 곡사살수, 직사살수 등 5차례를 살수했다고 적혀있지만, 이 차량에 부착된 CCTV 영상을 확인해 본 결과 ‘충남9호차’는 처음부터 시위대를 향해 직사살수를 했고, 횟수 또한 7차례였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살수차 이용해 시민에게 살수하는 행위는 국민을 향해 총을 발사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 11일 416연대와 백남기대책위는 새누리당사 앞에서 국가폭력에 대한 진상규명 청문회를 요구하는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 최진


박 의원은 “화면을 보면 7차례 살기 띤 직사살수를 했다. 경찰이 살기를 가지고 직사살수를 한 것이 드러나는데, 저런 경찰을 어떻게 국민이 믿느냐”라며 “이러고도 버젓이 거짓말을 하며 사과하지 않는 공권력을 국민이 어떻게 신뢰하겠나. 이래도 경찰의 잘못이 없나”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장정숙 의원은 경찰의 물대포 사용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공권력 행사의 전제를 지키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인명 살상 무기로써 사용이 가능한 살수차가 운용지침조차 지키지 않고 살수해, 백남기 선생이 사고를 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영상과 사진을 통해 해외의 살수차 사용 피해 사례를 확인했다. 화면에는 살수차의 살수로 사망하거나 안구에서 피가 나는 시민들의 피해사례가 나왔다. 장 의원은 “살수차를 이용해 시민에게 살수하는 행위는 국민을 향해 총을 발사하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며 경찰의 살수차 사용이 어떤 이유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과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


더불어민주당 김용호 의원은 경찰이 백남기 선생을 향해 물대포를 조준 사격했다는 의혹을 구체적으로 짚었다. 김 의원은 영상을 통해 백남기 선생이 물대포로 쓰러진 직후, 바로 방향을 바꾸었던 물대포의 움직임을 포착해 이를 지적했다.


그는 “머리를 향해 발사되던 물대포가 백남기 농민이 쓰러지자 1초도 안 돼서 농민 머리를 향해 아래로 움직였다”며 “백남기 농민이 쓰러지자 물의 각도가 쓰러진 백남기 농민의 얼굴에 맞게 내려가 얼굴을 향해 계속 물을 쐈다. 이것이 우연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 관계자는 ‘살수 상황을 보여주는 모니터가 작고 화질도 선명하지 않아, 살수차 안에서는 전혀 확인할 수 없었다’며 조준사격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야간에 진행된 살수 시간과 살수 과정에서 생긴 물방울 등으로 표적 확인이 어려운 상황에서 누군가를 조준해 사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주민 의원은 “거리측정도 눈대중으로 하고, 수압조절도 감으로 하고, 모니터 화질은 살수차 운용 규정의 절반밖에 안 되고, 카메라는 물방울 때문에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에게 살수를 하면 위험할 것이라는 생각은 안 해봤느냐”라고 물었다. 


▲ 살수차의 위험성에 대해 묻는 박 의원의 말에 경찰측 관계자는 최대한 안전하게 사용하라는 교육을 받았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사진출처=국회방송 영상 갈무리)


그러나 당시 살수차에서 살수 방향을 조준했던 경찰 측 관계자는 “최대한 안전하게 사용하라고 교육을 받았다”라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성의 없는 태도로 일관했다. 박 의원이 “지금 평소에 어떻게 교육받았는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살수차의 위험성을 사전에 알았느냐’라고 묻는 것이다”라는 지적에도 “최대한 안전하게 사용하라는 교육을 받았다”는 답변만 되풀이해 야당 의원들이 강하게 항의했다.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백남기 선생의 장녀 백도라지 씨는 경찰의 살수차 운용에 대해 “경찰이 할 일은 치안유지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인데, 국민의 생명권을 침해했기 때문에 경찰의 존재 이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를 했다”고 평가했다.


백 씨는 “경찰이 보여준 살수차 시연회에서 물대포를 맞은 60kg의 목표물이 3초 만에 쓰러졌다. 경찰이 과연 물대포의 위해성을 몰랐는지 의문이 든다”며 “만일 아버지가 법을 어겼다면 체포하고 수사해 법원의 판결을 받으면 되는 것인데, 그 자리에서 물대포로 쏴버리는 것은 사람의 생명을 해치는 범죄행위이다”라고 지적했다.


▲ 앞서 백남기대책위는 청문회 개최에 따른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출처=백남기대책위 영상 갈무리)


한편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시위가 일어나는 근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우리 사회는 제도적인 의사 표현 장치와 법률적인 구제절차가 완비돼있는데, 집회는 폭력과 다수의 위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나쁜 관행이다”고 말해 집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또한, 사경을 헤매고 있는 백남기 선생에게 ‘경찰을 대표로서 사과하는 것이 도의적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강 전 청장은 “구체적 사실관계가 확정된 다음에 답하는 것이 맞다. 다쳤거나 사망했다고 무조건 사과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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