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더 이상 국민을 짓밟지 말라!” 3,500여명 시국선언 동참
  • 문은경
  • 등록 2016-09-29 16:56:23
  • 수정 2016-09-29 19:15:26

기사수정


28일 오후, 서울지방법원은 경찰이 재신청한 백남기 선생에 대한 부검 영장을 발부했다. 


백남기 선생은 경찰이 직사한 물대포에 맞고 쓰러진지 317일째인 25일, 끝내 숨을 거뒀다. 이날 오후 경찰은 백남기 선생에 대한 부검영장을 신청했으며, 26일 오전 법원은 부검영장을 기각하고 압수수색 영장만을 발부했다. 


이에 경찰은 26일 오후 부검영장을 재신청, 법원은 27일 오전 부검영장 신청에 대한 판단은 보류한 채 부검 필요성과 상당성을 입증할 추가 소명자료를 요구했다. 이날 경찰은 검찰을 통해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으며, 결국 28일 조건부 부검영장이 발부됐다. 


법원은 ‘부검 시 유족이 지정한 장소, 의사·변호사 참관을 허용토록 하고, 부검 절차 영상을 촬영, 부검 실시 시기·방법·절차·결과에 대한 정보를 유족 측에 제공할 것’ 등을 조건으로 내걸어 유족을 존중하는 듯 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경찰의 1차 부검영장 신청부터 ‘사인이 명확한 만큼 부검은 필요하지 않다’ ‘부검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왔기 때문에 이 같은 조건부 영장 발부는 유족들과의 마찰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 29일 세종문회관 중앙계단에서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여한 백남기 농민 사망 국가폭력 규탄 시국선언이 열렸다. ⓒ 문은경


이처럼 유족이 반대하는 부검을 경찰이 강행하려는 상황에서, 오늘 오전 11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는 백남기 농민에 대한 국가폭력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이 열렸다. 


우리의 요구


하나. 백남기 농민 죽음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사죄를 해야합니다. 

하나. 특검 등을 통한 철저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해야합니다. 

하나. 유가족이 반대하는 부검 시도를 즉시 중단해야 합니다. 

하나. 국가폭력을 종식시키고 물대포를 완전히 추방해야 합니다. 


시국선언에는 야3당 국회의원들과 4대 종교계 인사들, 시민사회단체 등 각계각층의 3,000여 명의 인사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시국선언을 통해, 정부에 ▲ 백남기 선생 사망에 대한 정부의 사죄 ▲ 특검 등을 통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 ▲ 부검 시도 즉각 중단 ▲ 국가폭력 종식과 물대포 추방을 요구했다. 


참여연대 공동대표 법인스님은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애도하며, “평화롭게 농사짓다가 공정한 대가를 바라며 서울로 온 농민에게 어떻게 불법 시위라고 하는 정치적 수사를 동원해서 물대포를 직사할 수 있냐”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이 시대는 측은지심과 수오지심을 잃어버린 시대이며, “현 정권은 생명에 대한 철학과 연민이 없기 때문에 부끄러움을 모른다”고 지적했다.  

법인스님은 “부처님은 진실은 잠시 덮을 순 있어도 끝내 덮을 수 없다 했고, 성경에서도 어둠은 결코 밝음을 이길 수 없다고 말한 것처럼 부처님과 예수님은 공동으로 진실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선언했다”면서 현 정권은 생명을 비참하게 하는 무지한 행동을 중단하라고 호소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정연순 회장은 “경찰과 정치권의 압력에 굴복해 비겁하고 알 수 없는 영장을 발부한 사법부에 유감을 표한다”며 “정부는 국민들에게 사죄하고 허울 좋은 법치주의 명분 아래 고인과 유족을 욕보이는 일을 중단하라”고 강조했다. 


▲ 정연순 회장은 경찰과 정치권의 압력에 굴복해 비겁한 영장을 발부한 사법부에 유감을 표했다. ⓒ 문은경


백남기 선생의 차녀 백민주화 씨는 부검 영장을 신청·발부한 검경과 법원을 향해, “도대체 살인자가 피해자를 어떻게 진상규명하겠다는 건지 납득하지 못하겠다”며 울분을 토했다.  


백민주화 씨는 “이 나라는 도대체 왜 힘없고 평범한 우리 가족과 국민들을 1년 가까이 괴롭히는가. 슬퍼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다. 빈소는 슬픔보다 긴장감의 연속”이라고 말하며 “사인이 명확한 아버지의 시신이 아버지를 죽인 경찰 손에(의해) 부검되는 일을 절대로 반대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 백민주화 씨는 살인자가 어떻게 피해자를 진상규명하겠다는 건지 납득하지 못하겠다며, 사인이 명확한만큼 부검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사진제공=백남기대책위)


한편, 이번 시국선언에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교회개혁신철연대,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위원 등 4대 종교계 인사들과 신자들이 참여했지만 종단 차원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희석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덩치 큰 교단들은 정권의 눈치를 보며 민감한 이슈에 입을 다물어 왔고, 대형교회 목사들을 중심으로 대통령을 칭찬하고 높여주기에 힘써왔다”고 국가폭력에 침묵하는 종단을 비판하는 글을 남겼다. 


TAG
키워드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스펠툰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