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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이야기 1 (박현도)
  • 박현도
  • 등록 2015-05-16 08:44:27
  • 수정 2015-05-29 12:3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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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주:


가톨릭프레스 창간을 축하합니다. 교회와 사회의 소금 역할을 훌륭하게 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 그리스도인의 이웃종교 이해를 위해 이슬람에 대한 글을 싣고자 합니다.


지면을 허락해주신 편집장 김근수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연재할 글은 제가 2004년 새길기독사회문화원의 가을 일요신학강좌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을 10주간 진행하였을 때 썼던 원고와 2012년 7월호부터 2013년 12월호 까지 야곱의 우물(성바오로딸수도회 간행)에서 연재한 “이슬람 이야기”를 수정하여 보완한 것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처음 이 주제에 대해 썼던 때가 2004년이니 10년이 갓 넘었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데, 이슬람에 관한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생각은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슬람을 기치로 폭력을 쓰는 과격분자들은 전보다 더 설치고, 더불어 그리스도인의 반이슬람 감정은 치솟고 있으니 점입가경입니다. 앞으로 함께 이슬람을 공부하면서 꼬이고 꼬인 증오의 실타래를 풀어보면 좋겠습니다.



글을 시작하면서


오늘날 세계에는 수많은 종교가 난립하고 있지만 보편적으로 가장 널린 퍼진 종교는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 둘로 압축할 수 있다. 각국의 종교통계를 분석한 미국 소재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의 종교인구조사에 따르면 2010년 전 세계 인구 69억 명 중 그리스도교인이 22억 명(31.5%)으로 가장 많고, 이슬람교인이 16억 명(23.2%)으로 그 뒤를 바짝 따르고 있다.


이 두 종교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 세계 인구의 50%를 훌쩍 뛰어 넘는다. 힌두교인이 3번째로 많은 15%이지만, 힌두교는 인도인과 인도 대륙이라는 민족적, 지역적 한계를 넘지 못하므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두루 퍼져 있는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에 비해 영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전통적 기반인 아시아를 벗어나 오늘날 서구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불교 역시 아직은 신도수가 이슬람교인의 삼분의 일에도 못 미치는 7.1%에 불과하다.


퓨리서치센터는 출생률과 젊은 신도수를 감안하여 미래의 종교인수도 예측하였는데, 2050년 그리스도교인의 수가 29억으로 27억인 이슬람교보다 조금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리스도교의 분파를 따로 분류하여 계산하면 현재 천주교(로마 가톨릭)가 세계에서 가장 신도수가 많은 종교인데, 2050년에는 이슬람교에 1위 자리를 내어 줄 것이다. 2070년에는 세계 그리스도교인과 이슬람교인의 수가 전 세계 인구 대비율에서 32.3%로 동률을 이루고, 2100년에는 이슬람교인의 수(34.9%)가 그리스도교인 수(33.8%)보다 1% 더 많아질 것이다.


2001년 뉴욕 쌍둥이 빌딩 폭파사건 이래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이슬람교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특히 최근에는 자칭 “이슬람국가(Islamic State, 이하 IS)”의 무자비한 폭력행위로 인해 이슬람교가 도대체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어 하는 지적 호기심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또 국내 이주 이슬람교인의 수가 늘어나면서 우리 한국인들이 끼는 색안경도 진해지고 있다. 사람이 많다보면 이런 저런 사람들이 있게 마련인데, 한 두 사람의 일탈을 일반화시켜 이들을 위험한 괴물로 만들어 버리는 경향도 없지 않다.


물론 이슬람교인들이 모두 우리 문화에 잘 적응하며 우리와 문제없이 어울려 산다고는 할 수 없다. 일단 금기 음식이나 관습이 고도로 발달하였기에 마음 편히 대하기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일례로 이슬람교식에 따라 도축되지 않은 육류는 전혀 먹을 수 없기에 우리네 식탁에 오르는 소, 오리, 닭은 먹지 않을뿐더러, 돼지는 아예 금지되었기에 먹을 수조차 없다.


필자도 무슬림 친구와 외식할 때마다 금기 음식 피하느라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 김밥에서 햄과 고기를 빼고, 가급적 생선요리를 시키느라 진땀을 흘린다. 그러나 그렇다고 마냥 이들을 따돌리며 적대하는 것은 그리스도인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할 일이 못됨은 분명하다.


우리 한국의 그리스도교인들은 이슬람을 잘 모른다. 더욱이 이슬람교인을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선교의 대상으로 보려고 한다. 어떤 그리스도인은 지도를 보면 하느님의 축복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안다고 말한다.


곧, 세계 부국은 모두 그리스도교를 받아들인 나라요, 못사는 나라들은 이슬람을 받아들인 나라이니 하느님의 은총이 어디로 기울어졌는지 금세 알 수 있다면서 그리스도교 축복론을 펼친다.


더 나아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침공을 그리스도교인들을 시켜 무슬림들을 징벌하신 하느님의 의지로 여기고 이를 대중 앞에서 크게 외치는 목회자도 있다. 참으로 그 담대한 해석에 가슴 섬뜩해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내 것만이 옳다는 신념을 비난할 마음은 없다. 누구에게나 자기의 것은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교인들이 자신의 믿음을 소중히 가꾸는 것은 참으로 보기 좋은 일이다.


그러나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슬람을 조롱, 비난, 비하하거나 더 나아가 징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과연 그리스도인다운 행위인지는 다시 한 번 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인 여부를 떠나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렇게 처신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누구든지 동감하리라 믿는다.


사실 일반 그리스도교인들의 이슬람 몰이해, 편견, 주관적 판단은 국내 학자들의 철저하지 못한 이슬람 연구에 기인하는 바가 적지 않다. 국내 학자들은 틈만 나면 언론이나 출판물을 통해 서구 영향으로 인하여 일반인들이 이슬람교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하면서 이를 수정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구호는 거창했지만 대중들의 이슬람 이해를 바르게 인도하는 등대역할은 하지 못하였다. 자신들이 그렇게 욕한 “편파적인 서구 이슬람 학자들”을 오히려 더 높이 평가하는 논리적 모순을 범하는 것은 물론, 이슬람에 대해 좋은 말만 하는 것이 올바르다는 의식을 은연중에 심어 놓아 정직한 이해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말았다.


그 틈을 메운 것은 철저한 고증 없이 짜깁기 식으로 이야기만 나열해놓은 대중서의 범람이다. 이제 이슬람을 우호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황금률이 되어버린 국내 학계의 현실을 벗어나 좀 더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이슬람을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 그리스도교인들은 이슬람을 제대로 이해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길희성 서강대 명예교수는 외적 행위를 중시하여 구체적 율법으로 인간을 규제하여 합리적 자율성을 초라하게 만드는 이슬람의 한계성을 지적하면서, 그리스도교인들에게 이슬람은 근본적으로 같은 것으로 보이기에 불교와는 달리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유일신 신앙, 종말론적 완성을 꿈꾸는 역사지향성 등 큰 맥락에서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가 같다는 말이다. 초록동색이기에 다름이 주는 맛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슬람교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싫든 좋든 현대세계에서 그리스도교인들이 이슬람교인들과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절대적 명제가 있기 때문이다.


선교를 염두에 두지 않고 진정한 마음으로 이슬람교를 바라보자. 같은 유일신교인 이슬람을 통해 그리스도교인들이 배울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평행선을 달릴 것만 같은 이 두 종교가 서로 대화하고 만날 수 있는 통로가 있진 않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이슬람교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자.


진지하고 치열하게 그리스도교와 신앙의 선조 아브라함을 공유하는 이슬람을 내면 깊이 이해하고 만남의 길을 모색하는 것, 이것이 바로 필자가 가톨릭 프레스에서 여러분과 함께 천착하고 싶은 우리의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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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pewforum.org/2012/12/18/global-religious-landscape-exec/

퓨리서치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2010년 세계 종교인 분포 순위는 다음과 같다.

그리스도교 31.5%, 이슬람교 23.2%, 힌두교 15.0%, 불교 7.1%, 유대교 0.2%, 민속종교 5.9%, 기타종교 0.8%, 비종교인 16.3%.


http://www.pewforum.org/2015/04/02/religious-projections-2010-2050/


KBS가 한국교회를 죽이려 한다,한겨레신문, 2004101.

http://legacy.www.hani.co.kr/section-009100020/2004/10/009100020200410012008001.html

관련 부분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김윤기 목사의 설교는 글로벌했다. 김 목사는 미국 대통령 이름이 조지 부시다. 그 조지 부시가 아프가니스탄을 조지고 부쉈다. 근데 조지 부시는 조지 더블유 부시다. 그래서 (아프가니스탄을) 따블로 조지고 부쉈다. 지난해에는 조지 부시가 이라크도 조지고 부쉈다. 이제 이라크를 따블로 조지고 부술 것이라고 설교했다. 김 목사는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처럼 잘못하면 이처럼 하나님이 벌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박현도 : Religion & Peace 편집장이며,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종교간대화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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