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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백남기 선생 빈소 기습
  • 최진
  • 등록 2016-10-24 13:3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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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23일 일요일 오전 10시 갑자기 백남기 선생에 대한 부검영장을 집행하겠다며 서울대병원을 찾았다가 유족들의 반대로 3시간여 만에 물러났다. 이에 백남기 선생을 물대포로 죽인 경찰과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부검영장 집행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날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은 800여 명의 경찰력으로 백남기 선생의 빈소가 있는 서울대병원 주변을 포위하고 정복 차림으로 장례식장을 찾았다. 홍 서장은 부검영장 집행에 대해 “유족을 직접 만나 입장을 듣겠다”고 주장했으나, 대리인단은 “가족들은 앞서 밝혔듯이 부검에 반대한다. 경찰은 만나지 않겠다”는 유족 입장을 재차 전달했다. 


▲ 23일 오전 10시경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은 800여 명의 경찰력으로 백남기 선생 빈소가 있는 서울대병원 주변을 포위하고 정복차림으로 장례식장을 찾아왔다. (사진출처=오마이뉴스 영상 갈무리)


홍완선 서장은 낮 12시 10분 브리핑에서 “그동안 우리가 6차례 공문을 보내고 3차례 관계자가 협의를 위해 방문했는데, 한 번도 부검 관련해 유족 측과 만나지 못했고 간접적으로 의사를 전달받았다”며 “유족이 직접 부검에 대한 의사를 밝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유족들이 정확하게 부검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 오늘은 강제 집행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가족의 입장을 직접 듣겠다는 경찰의 고집에 백남기 선생의 장녀 백도라지 씨는 12시 50분에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자꾸 가족을 만나고 싶다고 한다는데,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하고 장례까지 못 치르게 하는 경찰을 만나고 싶겠는가”라며 “가족이 만나기만 해도 협의를 진행했다고 명분 쌓고, 강제부검을 진행하려는 꼼수를 잘 알고 있다. 절대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법 집행을 하는 치안기관이니 잘 알겠지만, 가족이 선임한 법률대리인을 만나는 것은 가족을 직접 만나는 것과 똑같다. 그러니 더 이상 가족들을 괴롭히지 말라. 경찰 측과의 모든 접촉은 법률대리인을 통해서만 진행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쓸데없는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또한, 시민들에게 “경찰이 지금 병원 근처에 경찰버스 수십 대를 대기시켜놓고 있다. 언제든 강제로 들어올 수 있다”라며 “아버지를 지킬 수 있도록, 가시는 길 평안하시도록 힘 모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 24일 백남기투쟁본부는 `부검 저지를 위한 36시간 집중행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부검 반대라는 뜻을 강력하게 밝히며 삭발식을 진행하고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사진출처=백남기투쟁본부)


기자회견을 통해 유가족이 직접 ‘부검 반대’와 ‘경찰 협의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경찰은 일단 이날은 영장을 집행하지 않겠다며 철수했다. 


경찰이 집행을 고집하는 부검영장은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법이 ‘유족과 협의를 거친다’는 것을 의무규정으로 못 박은 ‘조건부’ 영장이다. 영장 집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가족과의 협의가 필요함에 따라, 경찰은 가족들이 거부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4일, 9일, 12일, 16일, 19일, 22일 공문을 통해 부검 관련 협의를 요구했다.


경찰이 강제로 영장을 집행할 경우, 영장의 의무규정을 충족하지 못해 위법한 공무집행이 된다. 또한 시신이 있는 안치실 주변에는 많은 시민이 강제집행에 대비하고 있어 물리적인 충돌을 피할 수 없는데, 법적인 의무근거가 없는 영장집행이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하는 것에도 문제가 생긴다. 법원이 발부한 부검영장의 시한은 25일까지다.


한편 정부와 경찰이 시신에 대한 부검에 집착하자, 그 이유가 부검을 통해 사인을 조작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경찰은 1991년 ‘백골단’이라 불리던 기동대를 동원해 영안실 벽을 부수고 노동운동가 박창수 열사의 시신을 탈취해 부검한 뒤, 사인을 자살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백남기 선생에 대한 국가폭력 사건을 무리한 부검영장 집행으로 초점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족들은 지난해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을 살인미수 등으로 고발했고, 국정감사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위증했다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드러나고 있지만, 검찰은 사실상 이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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