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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정의 위한 투쟁서 비켜서 있을 수 없다”
  • 최진
  • 등록 2016-10-31 12:52:40
  • 수정 2016-10-31 20:4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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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진


들불처럼 번지는 시국선언 행렬에 사제직을 준비하고 있는 가톨릭 신학생들의 동참이 이어지고 있다. 31일 오전 현재를 기준으로 수원·부산·인천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학생들은 최근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염려와 시대적 행동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교회는 정의를 위한 투쟁에서 비켜서 있을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복음의기쁨 183항)는 제목으로 발표된 부산가톨릭대학교 시국선언은 휴학과 해외유학 신학생을 포함해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소속 신학생 85명이 동참했다.


신학생들은 “요즘 국가에 펼쳐지는 수많은 의혹은 우리가 사는 이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인가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라며 “하루가 멀다고 발견되는 의혹과 비리들, 투명하게 해명되지 못한 일련의 과정은 국민을 끝없는 절망과 분노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의 선택으로 구성됐다고 믿는 국가 권력 시스템에 대한 염려는 사회 전체의 근간을 흔들 수밖에 없다”며 “많은 국민은 이러한 상황이 ‘불의’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바로 잡아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세상 속에서 복음의 빛을 구현하고자 노력하는 가톨릭 교회 역시 이에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밝혔다. 


신학생들은 “국정운영의 책임자인 대통령은 인간 존엄성과 양심에 걸맞은 본인의 행동이 무엇일지에 대해 숙고하고 구체적인 행동을 취해달라”며 “국회도 당리당략을 떠나 초당적인 협력으로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는 데 앞장서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사법부에 대해서는 “법의 이념인 정의, 합목적성, 법적 안정성에 부합하는 성역 없는 수사와 판단을 해달라”며 “명분 쌓기와 허울뿐인 수사를 멈추고, 법이 추구하는 양심에 따라 투명하게 모든 것들을 밝혀달라”고 주문했다. 


인천가톨릭대학교 신학생들은 “대통령 비서실장이 당당하게 언급한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이번 국정농단 사태를 접하며, 우리들은 더 이상 이 사태를 좌시할 수 없었다”라며 “불의한 권력에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정직한 분노를 감추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앞서 28일 수원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신학생들도 시국선언을 통해 “불의와 어둠이 만연한 세태 앞에 그리스도인들로서 책임감을 통감한다”며 “결코 ‘가만히 있지’ 않겠다. 우리 시대의 모든 불의와 부정, 폭력과 억압에 맞서 정의와 평화가 꽃피는 그 날까지 우리는 끝없이 일어나 맞설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감리교신학대를 비롯한 7개 개신교 신학대 신학생들도 지난 27일 시국선언을 통해 “신앙인에게 요구되는 것은 인신 공양 사교의 무당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고 신전을 폐하는 것”이라며 개신교인들의 행동을 촉구했다. 


다음은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시국선언 전문이다.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신학생들의 시국선언 


“교회는 정의를 위한 투쟁에서 비켜서 있을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됩니다.”

(복음의 기쁨, 183항)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 현대인들 특히 가난하고 고통 받는 모든 사람의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 제자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고뇌이다”(사목헌장 1항). 가톨릭 교회는 교회 공동체가 인간과 인간이 형성하는 사회 공동체에 긴밀히 결합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러기에 교회는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와 그에 긴밀히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의 삶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역사 속에서 교회는 끊임없이 ‘시대의 징표’를 찾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야말로 하느님께서 말씀하시는 방법이고 구원 역사를 설명하는 섭리의 증거이기 때문입니다”(교황청 훈령, 일치와 발전 122항).


이는 교회의 핵심 직무 중 하나인 예언자직의 수행입니다. 복음을 선포하고 이를 삶으로 실천하는 예언자직 수행을 통해, 교회는 구체적인 삶의 자리(Sitz im Leben)안에서 하느님 나라를 실현시키고자 노력합니다. 우리는 우리 신앙의 선배들이 역사의 구체적인 순간 안에서 복음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던 순간들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시대에 우리의 모습은 이에 턱없이 부족함을 고백합니다. 거짓 평화를 위한 침묵과 무관심의 유혹과 마주해야 했던 우리의 현실을 직시합니다. 2000년 전 표징을 요구하는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을 향한 “너희는 하늘의 징조는 분별할 줄 알면서 시대의 표징은 분별하지 못한다”(마태 16,3)라는 예수님의 대답이 오늘날 우리에게 향하는 따가운 말씀임을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요즘 국가에 펼쳐지는 수많은 의혹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인가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 없게 만듭니다. 사건들을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많은 국민들은 국가의 정체성과 안위에 대해 걱정과 염려를 내려놓을 수 없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발견되는 의혹과 비리들, 그리고 투명하게 해명되지 못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국민들을 끝없는 절망과 분노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특별히 우리의 선택으로 구성되었다고 굳게 믿는 국가 권력 시스템의 근원에 대한 염려는 사회 전체의 근간을 흔들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주의(Democracy)라는 말 자체가 의미하듯 우리나라의 모든 정치적 권력은 특정 몇몇에서 산출되는 권력이 아니라, 모든 시민(Demos)에게서 나오는 권력(Cratos)이기 때문입니다. 이 믿음이 흔들리게 된다면 어느 누가 국가를 믿고 자신의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겠습니까?

 

이처럼 많은 국민들은 이러한 상황이 ‘불의’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바로 잡아나갈 것을 끊임없이 요구합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단편적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귀로 들었고 눈으로 목격했습니다. ‘불의’한 현실에 맞서 인간의 존엄과 올바른 사회정의 구현을 위해 외치던 목소리, 과도한 공권력 행사에 의해 피 흘리고 다치는 사람들, 불의한 사회구조로 인해 핍박하고 고통 받는 이들…. 이러한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결국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이들의 소리’(Voice of voiceless)는 더욱 묻힐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 속에서 복음의 빛을 구현하고자 노력하는 가톨릭 교회 역시 이에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구원은 사회적 차원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개별 인간뿐만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도 구원하시기 때문입니다”(복음의 기쁨, 144항).


 우리는 2014년 교황님께서 방한하셨던 그 감동의 순간을 기억합니다. “이 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정신적 쇄신을 가져오는 풍성한 힘이 되기를 빕니다”(성모승천대축일 강론). 이러한 뜻에 맞갖게 이제는 미래의 사목자의 길을 준비하는 우리 신학생들이 마음을 모아 한 목소리를 내고자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복음의 정신과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첫째, 국정운영의 책임자인 대통령에게 이에 알맞은 진심어린 사과와 후속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합니다. 더불어 인간 존엄성과 양심에 걸맞은 본인의 행동이 무엇일지에 대해 숙고하여주시고 구체적인 행동을 취해주십시오. 대통령과 함께하는 행정부 각료와 관련된 모든 이들에 대한 쇄신이 필요합니다.


둘째,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 요구합니다. 이번만큼은 당리당략을 떠나 초당적인 협력으로 진상규명을 위해 힘써주십시오. 입법부다운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거국내각의 구성 추진이나 특별법 제정, 특검 제도등과 같은 모든 필요한 제도를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을 해소하는데 앞장서주십시오.


셋째, 사법부에 요구합니다. 법의 이념인 정의, 합목적성, 법적안정성에 부합하는 성역 없는 수사와 판단을 해주십시오. 명분 쌓기와 허울뿐인 수사는 멈추어 주십시오. 법이 추구하는 양심에 따라 투명하게 모든 것들을 밝혀주십시오. 


가톨릭 교회는 전통적으로 11월을 위령성월로 지내며 죽은 이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특별히 부당한 공권력과 억압적 사회구조로 인해 발생한 수많은 억울한 죽음들을 기억합니다. 우리들은 “그리스도인의 선포와 삶은 사회에 영향을 미쳐야 합니다”(복음의 기쁨 180항)라는 교회의 가르침을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함께 고민하고 연대할 것입니다.



2016년 10월 30일 연중 제31주일,

세리 자캐오를 회개로 이끄신 주님을 기억하며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신학생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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