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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시국미사, “우리가 싸우는 대상이 무당이었다니”
  • 최진
  • 등록 2016-11-01 15:41:58
  • 수정 2016-11-01 16:5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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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마지막, 추위 속에서도 광화문광장에서 시국미사가 봉헌됐다. ⓒ 최진


10월의 마지막 밤인 31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신종 쿠데타, 신유신독재 타파를 위한 천주교시국미사’가 봉헌됐다. 신앙인들은 살인정권의 실체가 ‘무당 정권’이었다는 사실에 허탈해하면서도 공백상태에 놓인 권력이 국민에게 돌아오기를 간절히 염원했다. 


초겨울 추위에 바람 피할 곳이 없는 광화문 광장이었다. 평신도와 수도자 등 300여 명의 신자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곳에서 잊지 않고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30여 명의 부산교구 사제단도 국가와 민중을 걱정하며 이른 추위 가운데 미사를 봉헌했다. 


▲ 추운 날씨에도 광화문광장을 찾은 300여 명의 신자들과 함께 시국미사가 봉헌됐다. ⓒ 최진


미사 주례를 맡은 김상효 신부(부산교구)는 ‘최순실 사태’로 공백상태에 놓인 권력이 민중에게 갈 수 있도록 신앙인들이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효 신부는 “오늘 최순실 씨가 검찰에 출두하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며 “이 나라에서 벌어지는 온갖 일 때문에 고민하고 묵상하고 성서를 뒤적였다. 저들과 싸우기 위해 묵상과 고민을 하며 논리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 고민이 무당하고 싸우는 것이었다. 우리가 싸우는 대상이 무당이었다니 맥이 빠지고 어이가 없다”고 한탄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최순실 씨가 하야하고, 박근혜 씨가 탄핵당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목표는 이렇게 죽어간 아이들이 더 이상 없는 것, 안전한 세상 속에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평범한 일상을 사는 것이다. 우리가 이 추운 날 나와서 조르지 않아도 상시로 보호받고 인간다운 대우를 받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권력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공백상태의 이 권력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주시할 것이다”라며 “이 공백이 저들만의 권력교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권력이 국민의 문제가 될 수 있도록 지혜를 청하고 기도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김 신부는 최순실 사태로 공백상태에 놓인 권력이 민중에 갈 수 있도록 신앙인들이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최진


“우리 시대의 바리사이는 누구인가”


박종민 신부(부산교구)는 종교의 이름으로 비리와 악행을 저지르는 이 시대의 바리사이들이 하느님의 나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완고함을 버리고 회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신앙인들은 교회 지도자들이 회개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신부는 “복음서에서 바리사이들은 율법학자와 함께 예수님으로부터 ‘불행하여라’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던 계층”이라며 “그들은 하느님의 나라를 가로막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우리 시대에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는 누구인가”라고 물은 뒤,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고 시신마저 빼앗길 처지에 있는데도, 그곳은 찾지 않고 온갖 비리와 관련된 기업 행사에 참석해 사진을 찍고 있는 교회 지도자, 대통령이 무당한테 놀아나도 회개하라고 외치기는커녕 대통령을 위한 구국기도회를 여는 그리스도인, 종교의 이름으로 온갖 불법과 부정을 일삼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예수님은 단호하게 ‘불행하여라’라고 말씀하신다”고 말했다. 


▲ 박 신부는 종교의 이름으로 비리와 악행을 저지르는 이 시대의 바리사이들이 하느님 나라로 들어가기 위해선 완고함을 버리고 회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최진


박 신부는 우리 시대의 바리사이들이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민중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민중을 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통령과 무당, 정권과 돈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개·돼지로까지 취급받는 이 시대의 민중을 국가 주인의 자리로 되돌리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이들은 너무나 완고해서 자신들이 불행한 줄 모르고 말을 들으려 하지도 않는다”라며 “하지만 포기하지 말자. 예수님이 목숨을 걸고 참된 진리를 찾아주신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목숨을 걸고 참된 진리를 따르자. 그럴 때 비로소 우리가 사는 이 시대가 참된 행복의 시대가 될 것이다”며 강론을 마쳤다.


이날 시국미사 ‘광장의 소리’ 시간에는 김영훈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이 나와 철도노조 파업의 이유와 현실적인 어려움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병원과 철도 등 국민의 행복을 지향해야 할 공공산업에 성과를 적용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이러한 시도에 끝까지 맞서겠다고 다짐했고, 신자들은 “힘내라”를 외치며 철도파업 노동자들을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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