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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을 생각함-철학의 헌정 (김상봉)
  • 김근수 편집장
  • 등록 2015-05-18 09:51:58
  • 수정 2015-07-16 18: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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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철학과 김상봉교수는 최근작 “5·18을 생각함-철학의 헌정”에서 “5·18이 진리의 사건이었다는 것은 5·18을 망각하지 않고 헐뜯고 비방하는 자들이 충분히 증명해주었다.”라고 말한다. 35년이 지난 지금 5·18을 모욕하는 소리가 더 커진다는 것은 5·18이 죽지 않는 사건이요 진리임을 웅변한다는 것이다. 예수나 소크라테스처럼 모욕당해서 자기를 증명하는 것이 모든 참된 존재(진리)의 비극적 숙명이라는 것이다.


5·18을 통해 나타난 진리의 내용이 무엇인가? 김 교수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고 말한다. 그것이 무엇인지 “간절히 묻고, 끈기있게 기다리고, 성실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철학이 할 일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 진리에 대한 자신의 신앙고백이요, 이 땅의 가난한 민중의 눈물겨운 수난과 용감한 저항의 역사 앞에 바치는 철학적 헌사라고 김상봉은 말한다.


“5·18은 서로주체성의 집약된 표현이고 실현이라는 의미에서 역사적 주체가 자기를 정립한 사건이다.”고 그는 설명한다. 김 교수는 그것을 “기적”이라고 이름붙였다. 그에 따르면 자유는 홀로주체의 자기결정이나 자기형성이 아니라 너와 나의 만남 속에서 우리가 되는 데 있다. 모두의 주체성을 보존하면서도 자신의 개별성을 넘어 확장된 주체성, 공동체의 주체성으로 나아가는 것이 김상봉교수가 말하는 ‘서로주체성’이다.


광주항쟁은 그에 따르면 광주항쟁은 고립된 사건이 아니다. 천주교 전래 이래 200년의 처참했던 박해와 저항, 동학과 의병·항일전쟁, 3·1운동, 4·19, 전태일 사건, 부마항쟁 등의 연장선상에 있다. 해방 후 남과 북에서 국가권력을 장악한 집단은 “민중의 자발적인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민중을 폭력으로 협박함으로써 권력을 유지하는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광주항쟁이 민중항쟁의 역사에서 특별한 이유는 군대의 사격에도 물러서지 않고 죽음으로 저항함으로써 지배자들의 겁박이 통하지 않게 만든 데 있다고 그는 말한다. 그래서 광주항쟁을 ‘패륜적 군대마귀들’도 넘을 수 없게 만든 ‘헤라클레스의 기둥’이라고 표현했다.


김상봉은 이제 결연히 주장한다. “이제 우리 모두 각자의 슬픔의 고향으로 돌아가자. 거기서 슬픔의 바다를 만나자. 그리고 그 바다에 가라앉은 우리의 세월호를, 절망의 시대를 슬퍼하자. 그리고 온 세상 눈물이 고인 그 바닷가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우리 자신을 부끄러워하자. 그 부끄러움이 밑 모를 슬픔의 바다 끝에 이르러 끝내 시대를 바꾸는 함성으로 다시 떠오를 때까지.” 진정 슬퍼하는 자는 저항으로 일어선다.


80년대 초 김상봉 선배를 연세대 교정에서 철학과 선배로 만났다. 몇년 후 그를 독일 Mainz대학교에서 다시 만났다. 20년 더 흐른 후 제주 산방산 아래에서, 전남대 교수실에서 그를 또 만났다. 그는 철학자요 나는 신학자다. 길고 굽이치는 묘한 인연이다.

(가톨릭프레스 편집인 김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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