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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劍 / 검 / 칼. 찌르다. 베다
  • 김유철
  • 등록 2016-11-21 15:25:20
  • 수정 2016-11-21 17: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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劍 / 검 / 칼. 찌르다. 베다


칼자루를 쥐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칼자루가 칼등임을 몰랐던 사람을 우리는 실시간 라이브로 보고 있는 것이다. 움직이면 움직일 수로 그 칼등이 어리석은 이의 손을 마구 찌르고 있음을 촛불 속에서 우리는 숨죽여 본다. 고타마 스승이 일찍이 말했던 실상(實相)을 모르는 자의 최후는 늘 그러하다. 눈떠라, 그대여.



무위당 장일순선생이 그랬단다



기어가

기어가는 척 하지 말고

진짜로 기어가


이왕 길참이면

어슬렁어슬렁 기지 말고

바짝 엎드려 빡빡 기어가

그쯤 돼야 기는 거라고 할 수 있어


기다보면 말야

모든 게 높아 보이고

자기가 그제야 낮은데 있는 것을 알아

그게 물처럼 사는거야

물은 흐르는 게 아니고

분명 빡빡 기어가는 거야


장일순선생 말을 듣다보니

내가 자네 앞에 

어슬렁어슬렁 기었던 것 같아

모쪼록 더 힘을 다해서

물처럼 빡빡 기어볼게

흐르는 물처럼 말야





[필진정보]
김유철 (스테파노) : 한국작가회의 시인. '삶·예술연구소' 대표이며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이다. 저서로는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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