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 La Croix >의 11월 25일자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원제 : 교황, “정치를 회복시켜야 한다”) - 편집자주
이탈리아 예수회 잡지인 < 라 치빌타 가톨리카-La Civiltà Cattolica >에서 교황과 예수회 총회가 나눈 대화를 발표하게 되는데, 여기서 교황은 특히 ‘식별’의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 라 치빌타 가톨리카 >는 지난 24일 제36회 예수회 총회에서 교황과 예수회 대표들이 나눈 대화를 다음 달 10일에 발표한다고 밝혔다. < 라 치빌타 가톨리카 >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지난 24일부터 열람 가능한 이 장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내고 있는데, 특히 ‘식별’과 ‘정치’의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교황은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정치가, 즉 넓은 의미에서의 정치가 협소한 의미의 정치 안에서 점점 퇴행해왔다고 생각한다. 각국의 민중을 위한 정치뿐만 아니라, 한 대륙의 지역별 정치 역시 마찬가지다”라고 말문을 열며, “이 점에 대해서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에서 발표했던 두 개의 연설과 샤를만뉴 상(Prix Charlemagne) 수상 연설로 대답을 대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기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프랑스 주교들이 정치에 대한 선언문을 발표한 것에 대해 찬사를 보내며, “(이 선언문은) 20년 전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여겨지던 ‘정치의 회복(Réhabiliter la politique)’이라는 선언문에서 차용하거나 그를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이 선언은 역사에 한 획을 그었으며, 모든 민중의 단결과 가능한 모든 다양성 안에서 존재하는 민중의 단결을 이루는데 필요한 정치에 힘을 실어주었다”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한 “정치인들 역시 퇴행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자신들의 이상을 실현하는데 진지하게 참여할 수 있고, 대화나 투쟁을 두려워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영리하게 정치 고유의 카리스마를 유지해 나갈 수 있는 그런 위대한 정치인이 없다”고 유감을 표하며, “정치란 자비의 가장 위대한 모습 중 하나”라고 의견을 밝혔다. 교황은 “그런 점에서 (정치에서의) 양극화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대로 정치에서 도움이 되는 것은 바로 대화이며, 그것이 바로 위대한 정치”라고 강조했다.
“사제 양성 과정 내의 ‘식별’의 부재”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교황 권고인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에서 요구한 바 있으며 많은 사제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듯한 ‘식별’의 문제에 대해서도 길게 언급했다.
“사제 양성 과정 안에 ‘식별’의 부재를 알게 되었다”고 유감을 표하며, 폴란드 크라코비아 순방 당시, 예수회 사제들에게 사제 양성 때에 ‘식별’에 대해 교육하는 일에 더욱 힘을 써줄 것을 격려했던 사실을 재차 언급했다.
교황은 “사실, 우리는 흑백 논리나 법적인 것에 익숙해져 ‘식별’의 문제에는 눈을 감아버릴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며 “일부 신학교에서는 상황을 식별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엄격함을 다시 (사제 양성 과정에) 도입하고 있다는 것에 유감”을 표했다. “이러한 엄격함은 우리로 하여금 도덕을 결의론⑴적으로 이해하게끔 몰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위험한 것”이라고 교황은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퇴행하는 스콜라주의’라는 환경 속에서 자신이 받았던 사제 양성 교육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가 받았던) 교육 전체가 ‘된다’, ‘안 된다’ 혹은 ‘여기까지만’, ‘여기서부터’와 같은 (경계를 표시하는) 것에 그쳐 있었다”고 말했다.
“윤리 신학은 많은 발전을 해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특히 독일 구속주회 소속 베른하르트 해링(Bernhard Häring, 1912-1998) 영향 하에 윤리 신학이 이룬 발전을 강조했는데, 교황에 따르면 해링은 “윤리 신학을 되살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던 사람”이다.
“분명, 오늘날, 윤리 신학은 많은 발전을 이루었으며, 이제는 ‘결의적 태도’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기쁨을 표시하며, 동시에 “상황에 안주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식별의 차원에서 발견한 중요한 보물들 역시 밝혀야한다”고 강조하며 스콜라주의 내의 ‘위대한 학파’라고 표현한 흐름 역시 살펴볼 것을 독려했다.
“사랑의 기쁨’에서 말한 윤리란 토마스 아퀴나스적 개념”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 토마스와 성 보나벤투라는 일반 원칙은 모두에게 적용된다고 말하면서도 이 둘이 적확히 말하기를, (일반 원칙에 관한) 문제는 개별적인 경우에 대해서 다양한 모습을 취하게 되며 일반 원칙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그에 관한 문제는 미묘한 차이를 가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스콜라주의적 방법론은 나름의 가치가 있으며, 이는 가톨릭교회의 교리가 사용했던 윤리적 방법론이기도 하다. 또한 두 번의 시노드 회의를 통한 교회 전체의 식별 후 발표된 권고 ‘사랑의 기쁨’에서 사용된 방법론 역시 이것”이라고 교황이 설명했다.
교황은 “’사랑의 기쁨’에서 사용한 윤리(론)는” 퇴행하는 스콜라주의의 윤리가 아닌 ‘위대한 성 토마스의 윤리’라고 요약했다.
⑴ 결의론 : 사회적 관습이나 교회, 성서의 율법에 비추어 도덕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
(출처 : http://krdic.naver.com/detail.nhn?docid=2019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