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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청주교구 단식기도회 개막미사
  • 김은순
  • 등록 2015-05-21 09:56:43
  • 수정 2015-06-12 10:2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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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순


5월 18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5.18 광주민주항쟁과 4.16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성찰하는 단식기도회를 개최했다. 같은 날 청주에서도 천주교정의구현 청주교구사제단은 가톨릭청소년센터 함제랄드홀에서 오후 3시 기도회를 시작했고, 저녁 7시에는 ‘세월호 진상규명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단식기도회’ 개막미사를 봉헌했다.


시민들의 절망과 세월호 유가족들의 참담한 처지를 방관할 수 없어 사제의 양심으로 국가의 본질을 물으며, 불의와 거짓을 이겨낼 지혜와 용기를 간청하는 단식기도회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단식을 하지만 무거운 마음으로 단식기도회에 참여한 사제들의 모습에서 전율이 느껴졌다. 사제들은 홀 양쪽으로 나뉘어 벽면에 기댄 채 자유롭게 책을 읽고, 묵주기도를 하고, 정해진 시간에는 공동체 기도를 바치고 있었다.


ⓒ김은순


오전 7시에 시작하여 저녁 10시에 하루 일정을 마무리 한다. 일정에는 ‘다이빙벨’ 영화 관람, 교황님의 가르침(복음의 기쁨과 방한 기록), 유가족과의 만남, 주교님의 가르침(사목교서)을 함께 묵상하는 시간도 있다.


개막미사는 김종강 신부(충주 계명본당 주임)의 주례로 봉헌되었다. 성명서는 권진원 신부(천주교정의구현청주교구사제단 총무)가 낭독하고, 단식기도회 기간 동안 사제단을 대표하여 기도회를 주관하신다.


강론에서 김종강 신부는 “이번 주는 주님승천대축일, 다음 주는 성령강림대축일을 지낸다.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신 뒤 사십 일이 지난 다음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승천하시고 성령을 보내시어 그들을 변화시키셨다.


제자들은 그 영이 자신들에게 넘겨졌고, 앞으로 그 일을 해야 할 사람들이 자신들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하늘만 바라보는데 익숙해진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사제들도 하늘만 바라보고 싶어 하고, 종교는 세상의 현실과 어려움을 피해 그런 소란으로부터 떠나 평화와 안식을 얻는 피안의 장소로 생각하도록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


그 모든 것은 하느님께서 이루어주실 것이라고. 틀린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하느님을 바라보고 동시에 하느님의 영을 청해야 할 사람들이다. 하늘만 쳐다보는 사람들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슬픔과 고통과 눈물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것에 점점 무감각해져 가고 있다. 누구의 고통에도 관심 갖지 않고, 누구의 노력에도 관심 갖지 않는 세상이다. 세상은 원래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면 이세상은 결국 또 다른 이의 십자가를 요구하게 될 뿐이다.


사제로서 사람들을 올바로 인도하지 못한 것을 자책한다. 사제는 하느님만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스승께서 하시던 그 일을 계속하자고 용기를 북돋아주고, 그 일을 해나가자고 사람들에게 전해야 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먼저 하느님의 영을 받은 사람답게 살아가길 다짐하고 다함께 힘내서 이 길을 계속 걸어갔으면 한다. 먼저 세상을 향해서 많은 외침을 하기 전에, 우리 자신에게 더 큰 돌을 던지고 우리마음에 파문에 일으켜보자. 그럴 때 세상은 변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뿌리째 흔들리는 대한민국, 바다 깊은 곳에 좌초된 민주주의를 걱정하며 광복70년, 광주민중항쟁 35년의 의미를 묻는 성명서는 권진원 신부가 낭독했다.


이번 단식기도회를 준비하며 권 신부는 “처음에는 사제들 사이에서도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이것을 왜 지금 해야 하는지 무관한 일처럼 생각하는 분들도 있었다. 그런데 5.18과 4.16을 묵상해보면 국가와 깊은 연관이 있고 서로 무관한 일이 아니란 걸 알게 된다.


두 사건 안에서 이것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광주민중항쟁을 알고보고 느꼈는데 가만히 있는 자체가 편안한 일이 아니라 굉장히 불편한 일이 된 것이다. 이번 단식기도회를 통해 사제들이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그리고 “요즘 세월호 관련 책을 읽으며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져 답답한 심정이었다. 먼저 자신을 반성하고 뒤돌아보며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더 많이 기도하고 마음 써야 되겠다는 반성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며 속마음을 전했다.


또 “미사 때 많은 신부님들이 함께 해주셔서 든든한 힘이 생긴 것 같아 마음이 편해졌다. 사제단의 이름으로 모여서 함께 기도하면서 세상을 바꾸는데 희망의 빛을 볼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밝게 웃음 지었다.


미사 전 강성호(요한, 청주외고 교사)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미사가 있다는 걸 알고 왔다”고 했다. “오늘 5.18과 4.16에 대해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학생들은 세월호로 희생된 학생들이 자신의 친구들 이야기라서 ‘절대 잊지 않겠다’고 했다.


그동안 학교 학생들과 함께 세월호에 대해 여러 경로를 통해 뜻을 모아왔다. 기성세대로서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우리 스스로가 되어야 되고, 함께 힘을 모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세월호 유가족인 정혜숙(세실리아, 박성호 어머니)씨는 청주교구사제단 단식기도회 소식을 듣고, “5.18 정신을 계승하여 침몰하는 민주주의를 살리고 4.16의 시대의 징표를 몸소 드러내시는 신부님들의 단식 고행과 기도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처절한 애원이 하늘을 움직이고 악행을 단절시키는 힘이 되어주시기를 기도하며, 부디 건강 잃지 않으시길 기도한다.”는 당부의 말씀을 페이스북 댓글로 표현해주셨다.


이밖에도 SNS를 통해 많은 분들이 마음을 담아 응원을 보내고 있다.


“세월호 가족들의 힘겨운 삶에 힘이 되겠네요. 신부님들 고맙습니다.”(김 루시아)

“청주교구의 활약에 주님의 은총이 함께하기를 빕니다.”(조기성)

“주님, 고통스럽게 죽어간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꼭 밝혀주소서.”(임은식)

“저를 키워준 청주교구 신부님들이시네요. 주님께서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이진희)

“이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소서.”(노금재)

“기도로 함께 합니다.”(박명기 신부)


ⓒ김은순


오늘 미사에는 사제 36명과 신자 및 시민 20여 명이 참석했다. 매일미사는 저녁7시 가톨릭청소년센터 경당 또는 제랄드홀에서 봉헌되며, 5월 23일 오전9시 아침기도를 겸한 파견미사로 마무리 된다.


성명서 중의 한 대목이 자꾸 떠오른다. ‘탱크를 앞세운 계엄군들이 시내로 진입하던 새벽 3시 “불을 켜주세요, 여러분. 제발 불이라도 켜주세요, 여러분” 하던 그날의 애절한 호소가 지금 우리들의 가슴을 두드리고 있다.


돌아오는 주일은 성령강림대축일이다. 주님 승천 뒤 사도들에게 내려오신 성령께서 그들을 변화시켜주시고 담대하게 신앙을 증언한 사실을 기억하며 기념하는 날이다. 하느님께서 성령을 통하여 우리를 새롭게 변화시켜주시어 부활의 증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간청하고 기도하고 성령의 인도하심에 우리자신을 내어 맡기자.


사제의 양심으로 국가의 본질을 물으며 불의와 거짓을 이겨낼 지혜와 용기를 간청하는 사제단 단식기도회를 통해 청주교구 공동체에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있기를 기대한다.


“자기가 들은 적이 없는 분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선포하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들을 수 있겠습니까? 파견되지 않았으면 어떻게 선포할 수 있겠습니까?” (로마 10,14-15)


“오소서, 성령님!”


ⓒ김은순

덧붙이는 글

김은순(프란치스카) : 전 청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사무국장이며, 현 탈핵알리미(천주교창조보전연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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