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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병자의 날’, 가톨릭병원 노동자의 목소리
  • 최진
  • 등록 2017-02-10 13:27:39
  • 수정 2017-02-11 18:5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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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병자의 날을 맞아 가톨릭 의료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의료인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 최진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125차 세계 병자의 날을 맞아 담화문을 발표하고 세계 병자의 날은 아픈 이들과 모든 고통 받는 이의 처지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기회가 된다더불어 아픈 이들의 가족과 의료계 종사자, 자원봉사자들이 병약한 우리 형제자매들과 동행하도록 주님께서 주신 성소에 대해 감사를 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한국 천주교회도 이에 대한 사목적 행동으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윤리헌장에 나온 가톨릭 의료 활동의 기본 원칙에 따르면 가톨릭 의료는 치유자인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본받아 질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필요한 의료 혜택을 제공하고 이들을 사랑으로 보살피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념과 현실이 항상 같을 수는 없다. 현재 한국 가톨릭의 의료사목은 인천성모병원 돈벌이 경영 의혹과 노동자 집단 괴롭힘 문제, 국제성모병원의 보험급여 부당청구 사건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주소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심지어 교회가 병원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고까지 지적이 나온다.

 

인천성모·국제성모 병원이 오늘날 가톨릭 의료 현실을 모두 나타내는 것은 아니나 교회 병원 운영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세계 병자의 날을 맞아 가톨릭 의료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의료인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경쟁과 수익 경영, 가톨릭 의료에 도움 안 된다

 

▲ 이미숙 씨는 경기도 부천성모병원에서 보건의료노조 지부장을 맡고 있다. ⓒ 최진


이미숙 씨는 경기도 부천성모병원에서 보건의료노조 지부장을 맡고 있다. 현장 의료인과 노조 간부 등을 거치며 가톨릭 의료기관에서 23년간 일했다. 그가 일하는 부천성모병원의 노동조합원은 600여명 정도며, 조직률은 전체 직원의 70%에 달한다.

 

안정적 노조지만,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2년 임산부 야간근무 금지와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교회와 크게 충돌했다. 이후, 성가소비녀회로부터 병원을 넘겨받은 서울대교구는 과거에 발생했던 노사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고자 했고, 2009년이 돼서야 노사 관계가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미숙 지부장은 가톨릭 신자가 아니다. 그의 눈에는 가톨릭 병원에서 직원들에게 전하는 종교적 가르침이 낯설다. 그래서 가톨릭 의료의 차이점이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이 지부장은 가톨릭 의료정신에 대한 내용은 승진 시험에도 나오기 때문에 거의 전 직원이 숙지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기도로 업무를 시작하고 끝을 맺는다라며 “2018년에 병원 증축이 예정되어 있는데, 그것을 위해서도 기도한다. 증축이 잘 되라는 기도뿐 아니라, 가톨릭 의료인의 자세와 환자를 위한 기도도 함께 한다. 발전과 돌봄을 기도로 묶는다고 말했다.

 

병원은 가톨릭 정신이 직원들을 통해서 환자들에게 전달된다고 생각한다. 예수님이 환자들을 보살폈던 마음으로 병원이 직원을 대하면 그 직원이 환자들을 그런 마음으로 보살피는 원리다. 많은 직원이 이에 동의하고 있으며, 이런 가르침에 감명받은 직원들이 가톨릭 신자가 되기도 한다

 

이 지부장은 의료가 선교의 수단으로 여겨지는 것이 가톨릭 병원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특징은 과잉진료와 부도덕한 의료행위를 절제하게 하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운영상 수익을 안 낼 수는 없지만, 양심적인 병원 운영을 유지하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도 있었다. 병원의 규모가 커지면서 직원들 간의 소통과 가족적인 분위기가 점점 옅어지고 있다. 톨릭 이념은 문서나 규정으로 직원들에게 전해지고, 관념적인 사랑과 봉사가 더 커지는 것이다.

 

이 지부장은 예전 성가병원은 직원과 직원, 그리고 환자 간의 화합이 중요하게 여겨졌다. 그러나 병원 규모가 커지고 직원들이 많아지면서 그 분위기가 예전만큼은 못하다. 의료환경 전체가 수익창출로 흐르면서 부천성모병원도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병원이 직원 간의 경쟁과 수익 위주의 운영으로 흐르는 것이 그는 안타까웠다. 경쟁 평가로 인해 직원들의 노동 강도가 세지고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관계가 소원해졌다.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고, 가톨릭 정신이 전달되는 것에도 차질이 생겼다. 화합보다는 경쟁, 사람보다는 수익을 쫓는 운영으로 바뀌는 것이 이 지부장은 가톨릭 의료 정신을 실천하는 것에 방해가 된다고 여겼다.

 

노동권 외치는 노동자에게 사탄소리

 

▲ 이 지부장에게 인천성모병원과 국제성모병원 사태는 “가톨릭 기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 최진


이런 그에게 인천성모병원과 국제성모병원 사태는 가톨릭 기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 지부장은 인천성모·국제성모병원이 경영논리에 치우치다 보니, 과잉진료나 환자 유치활동 등 민간병원에서나 나올 문제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가톨릭 정신을 지키자고 외치는 노동조합을 적으로 돌려, 탄압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문제는 가톨릭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입장을 들어보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문제 해결 순서다. 그러나 가톨릭은 간혹 이런 기본적인 노력을 거부한다. 입장이 다르면 적으로 규정해버리고 대화를 단절한다가톨릭의 생각만 옳다면서 다른 사람들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가 종교의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과거 서울성모·여의도성모병원 사태 때도 이런 모습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가톨릭이 고질적으로 고쳐야 할 문제점으로 편협함을 들었다. 그리고 이 편협함은 또 다른 문제를 낳았는데, 바로 종교적인 언어를 통해 상대방을 비판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노동권을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인데, 가톨릭 기관은 노동자와 분쟁이 발생하면 상대방을 범법자나 돈에 눈이 먼 파렴치한으로 취급한다. 부천성모병원도 2002년에 노사분쟁이 있었는데, 그때 노조원들은 수녀님들에게 사탄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투쟁현장에서 사제들이 노동자를 감시하는 행위도 신자 직원들이 보기에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가톨릭 기관이지만 노사분쟁이 발생하면 다른 병원 못지않게 치열하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정당한 노동권을 주장하는 것을 종교적인 유인물이나 말로 비판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톨릭의료기관, 보편적 공공 의료문화 마련에 힘써야

 

▲ 가톨릭의료기관이 노력해야 할 과제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에 대한 의료지원을 보편화시키는 것” ⓒ 최진


이 지부장은 가톨릭의료기관이 노력해야 할 과제로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에 대한 의료지원을 보편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종교가 병원을 운영한다면 일반 병원과는 다른 특별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의료혜택에서 소외된 저소득층에 대한 보편적인 의료 문화를 넓히는데 모범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것은 종교의료기관만이 생각할 수 있는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이 지부장은 지금 국내의 병원들은 비영리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손해를 보면 그 책임을 뒤집어써야 한다. 손해를 안 보려면 비용절감과 매출증대에 매달리게 되고 수익구조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있다라며 병원이 순수하게 국민의 건강권과 공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의료를 책임지는 모습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의료가 좀 더 공익적인 임무를 수행하도록 가톨릭의료기관이 앞장섰으면 좋겠다. 오늘날 의료체계의 한계를 보완하고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을 찾아 나서는 제도들을 국가와 함께 마련한다면 더 많은 이들이 가톨릭의 자애와 사랑, 평화 같은 따스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교회가 병원과 사회복지기관 등을 운영하며 저소득층과 소외계층을 만나 쌓인 경험을 살린다면, 이들의 건강권을 위한 실질적인 제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이 지부장은 저소득층과 소외계층의 건강권을 걱정하고 고민하는 것이 종교의료기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기부금 형태나 행사 차원의 도움이 아니라, 보편적 공공의료 혜택 마련에 앞장서는 가톨릭 의료 체계가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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