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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교구, 뿌리 팔고 흑역사 쓰고 있다”
  • 최진
  • 등록 2017-03-01 14:37:53
  • 수정 2017-03-10 16: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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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답동성당 부지 기증자 후손 민혜현씨 ⓒ 최진


난 분명히 성당 옆 팻말에서 답동성당이 문화재라는 설명을 읽었다. 그래서 북한이 쳐들어오기 전까지는 성당 부지가 없어진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교구가 그것을 팔았다니, 격세지감이고 참 터무니없는 짓을 했다 싶다.

인천교구가 답동성당 부지를 매각한 것에 대해 논란이 많다. 신자들에게 기증받은 땅을 신자 몰래 팔았기 때문이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신자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려 한 겨울 거리로 나가 성전부지 매각을 반대하며 시위를 했다.


답동성당 부지를 기증한 신자 가족은 어떤 심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을까.


‘답동대성당 100년사’에 따르면 답동성당 부지는 신자 민선훈 씨가 기증을 한 땅이다. 그리고 민선훈 씨의 손녀가 답동성당에 아직 다니고 있다. 그래서 민혜현 씨를 찾아가 심정을 물었다. 


조부께서는 신앙이 깊으셨지만 드러내는 것을 싫어하셨다. 조부께서는 당신이 답동성당 부지를 사서 기부한다는 생각보다는 교회가 있을 자리를 하느님께 드린다는 마음으로 봉헌하셨다. 답동성당 부지는 그런 땅이다.


민혜현 씨는 조부인 민선훈 씨가 침묵의 신앙인이었다고 기억했다. 주변 땅을 남기면 교회에 분쟁꺼리를 줄 수 있다며 산 땅을 남김없이 봉헌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족들이 아쉬운 소리를 하면 그때마다 “하느님의 일에 욕심이 있어서는 안 된다”라고 타일렀다. 그래서 민혜현 씨의 아버지도, 민혜현 씨 본인도 조부가 몇 평의 땅을 기증했는지, 얼마가 들었는지 모른다. 다만 민선훈 씨의 신앙만이 가족들 품에 남았다.


민혜현 씨는 “나도, 남편도 지금은 몸이 많이 안 좋아서 나서진 못한다. 만약 건강했으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남편은 처음에 교구가 성당 부지를 팔았다는 소리를 듣고는 ‘어떤 놈이 무슨 자격으로 성당을 팔아먹느냐. 어떤 놈이 하느님 행세를 하냐’라고 불같이 화를 냈다”고 말했다.


땅을 팔아야 할 정도로 교회가 가난해 졌는가?


민 씨는 건강 문제로 한 달에 한번 성당을 나간다. 그리고 우연히 성당 부지 매각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봤다. 교회는 답동성당 100주년을 기념해 민 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했지만, 그 땅을 팔면서는 아무런 귀띔조차 하지 않았다. 


▲ ⓒ 최진


그는 “처음에는 ‘교구가 성당 부지를 팔아야 살 수밖에 없나보다’ 생각했다. 그러나 국가가 문화재로 지정해서 보호해주겠다고 한 것을 팔정도면 제대로 된 교구인가 싶었다”라며 “열악하고 낡은 시설에서 봉사하는 신자들을 위해서 판 것도 아니다. 힘든 조선시대 때도 땅을 사서 봉헌했는데, 지금은 그 땅을 팔아야 할 정도로 교회가 가난해졌는가”라고 반문했다.


답동성당은 신앙의 역사가 있는 성당이다. 아무 건물에 십자가만 달아놓은 그런 장소가 아니다. 신앙이 없는 세상 사람들이 볼 때도 중요한 장소여서 문화재가 됐다. 그런데 정작 교구는 그 부지를 사고파는 물건으로 보는 것인가.


민혜현 씨는 “교구가 권력이랍시고 성당을 팔고 그 돈을 챙긴다는 것은 추한 일이다. 선조들이 이뤄놓은 신앙의 역사에 흑역사를 쓰고 있다”고 개탄했다. 


교회는 뿌리를 팔고, 신자들은 얕은 뿌리로 신앙생활을 배운다


성당 부지가 매각결정이 난 상황을 보고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하나는 침묵하는 신앙이 힘들다는 것. 그는 “내가 이 부지를 기증한 민선훈의 손녀다”라고 외치면서 교구청을 방문해 항의까지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신문을 보면 성당이나 성지를 팔면서 ‘활성화’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부와 신앙은 다른 것이다. 신앙생활은 어려운 것인데, 교회가 점점 편한 신앙을 쫓는다. 교회는 뿌리를 팔고, 신자들은 얕은 뿌리로 신앙생활을 배운다. 그래서 돈이 껴들면 흔들린다. 하느님의 일에 돈이 그렇게 필요한가.


또 다른 마음은 “마냥 슬펐다. 교회가 ‘뿌리내린 신앙’이라는 표현을 자주 하는데, 교회가 신앙의 뿌리를 ‘낡은 것’, ‘팔 것’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고 속상해 했다. 


▲ ⓒ 최진


조용한 목자 아니라 무능한 목자


민혜현 씨는 그 동안 교회가 어떤 방식으로든 더 중요한 하느님의 일을 하기 위해 사업을 한다고 생각했다. 더 많은 신자들에게 하느님을 전하고 신자들을 돌보기 위해 노력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답동성당 부지매각 사태를 보면서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제일 큰 책임은 본당 신부님에게 있다”며 “본당 주임 신부님은 이런 일이 있으면 신자들에게 알려야 했다. 교구의 결정이라 힘이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변명이다. 교회 일을 20년 정도 하다보면 다 안다. 이것은 조용한 목자가 아니라 무능한 목자다”라고 일갈했다.


그는 “마음 같아서는 이 소리를 밖에서 외치고 싶다. 하지만 몸이 아파 나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옳지 않은 일은 막아야 한다. 성당이나 교회 부지는 하느님이 성령으로 마련하신 자리다. 교회가 성당 땅을 사고 팔아버리는 추한 모습으로 끝나지 않도록 성당을 꼭 좀 지켜 달라”며 기자의 손을 꼭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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