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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프란치스코 회관, 가난한 부부 혼인 위해 성당 무료 개방
  • 최진
  • 등록 2017-03-16 18:5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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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형제회 수도원 성당. 작은형제회가 3월부터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과 수도원 성당을 가난한 예비부부들을 위한 혼인 장소로 무료 개방했다. ⓒ 최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결혼식에 부담을 느꼈던 예비부부들을 위해 작은형제회가 성당을 무료로 개방하고 나섰다. 혼인성사는 하느님의 축복이라고 가르치던 교회가 혼인의 은총을 나누고 실천하는 사례로써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작은형제회는 3월부터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과 수도원 성당을 가난한 예비부부를 위해 무료로 개방했다. 혼인성사가 몰리는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1시와 4시에 진행되는 혼배미사를 ‘나눔혼인’으로 바꿔 성당 사용료를 면제해 준다. 


그동안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은 접근성이 좋아 신자는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도 즐겨 찾는 장소였다. 특히 일반 본당에서는 주일미사로 인해 혼배미사가 여의치 않았던 예비부부들은 성당 결혼식을 이곳에서 진행했다. 수도원 성당은 1970년대부터, 교육회관은 2013년 말 증축과 리모델링 공사 후 예비부부들과 혼인성사의 기쁨을 나눠왔다. 


하지만 회관을 운영해온 작은형제회는 최근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다.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 등으로 청년들이 혼인을 포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포기해야 할 것으로 넘쳐나는 사회를 청년들은 ‘헬조선’이라고 불렀다. 가난한 청년들이 결혼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에서 수도회는 혼인성사의 축복을 전하기 위해 방법을 모색했다. 


▲ (사진출처=작은형제회)


일반적으로 성당에서 혼배미사를 하려면 여러 감사헌금을 준비해야 한다. 또한, 성당 지정 업체와 예식을 준비해야 하며, 심지어는 전체 비용이 일반 웨딩홀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도 있다. 더군다나 주일 본당 사정 때문에 눈치를 봐가며 결혼식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회관을 운영하려면 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일반 혼인성사도 봉헌하지만 가난한 청년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나눔혼인’을 함께 진행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러한 작은 노력이 돈 때문에 상처받는 가난한 청년들에게 위로가 되길 희망했다. 


물론, 회관도 예식 지정 업체가 있다. 회관에서 진행되는 나머지 혼인 예식은 정해진 규칙대로 지정업체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나눔혼인의 경우, 지정업체를 이용할 때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이조차도 힘들다면 더 저렴한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놨다.


그러나 문제는 ‘가난한’ 이라는 조건이었다. 혼인을 위해 성당을 찾은 예비부부에게 직접 재산목록을 제출해 가난을 증명하라고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작은형제회는 예비부부의 사정을 아는 사제의 추천서를 받아 이들의 어려움을 판단한다. 예비부부와 사제, 그리고 이들의 신앙을 믿고 추천서를 통해 나눔혼인 대상을 결정한다.


▲ (사진출처=작은형제회)


“가난함에 예외를 두는 것이 배려”


교육회관 혼인 담당 황지원 신부는 수도회가 혼인에서 규칙을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혼인이 특별하다. 그래서 특별한 요청을 많이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모두 배려하기 힘든 상황이 생긴다”라며 그럼에도 나눔혼인 에서는 규칙을 벗어난 예외를 둘 수 있고 그것이 배려와 나눔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예외를 둬야 한다면 그것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둬야 한다. 나와 친분이 있거나 힘이 있다고 해서 예외를 두면 다른 사람들은 규칙에 불만을 품게 된다. 그때부터는 규칙이 아니라 통제일 것


작은형제회가 나눔혼인을 하는 이유는 또 있었다. 교육회관을 운영하면서 갖게 됐던 ‘사업자’ 시선에 함몰되지 않고, ‘사목자’의 마음가짐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황 신부는 “회관에는 하느님이 계시는 성당이 있고, 운영하는 사람은 수도자요, 사목자인 우리다. 그래서 회관 운영은 사업으로만 여길 수 없다”고 말했다. 


나눔혼인이 마치 수도회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온정을 베푼 것으로만 보일 수 있는데, 이것은 우리 수도자들이 사업자가 되는 것을 막는 하나의 숨통 같은 기획이다. 오히려 수도회를 위해 가난한 이들을 초대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작은형제회가 성당을 무료로 개방하는 것에는 또 한 가지 숨은 뜻이 있다. 가난 때문에 회관을 찾아야 하는 예비부부가 추천서를 받기 위해 본당 신부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성당의 지원이나 협조를 받길 바라는 마음이다.


황 신부는 “결혼을 앞둔 신자가 다른 이유도 아니고, 가난 때문에 회관에서 혼인한다고 하면 어느 본당 신부가 사용료를 받으려고 하겠는가”라며 “사실 많은 성당에서 이미 남몰래 가난한 예비부부들을 위해 무료로 성당을 개방했을 것이다. 다만, 이번 일을 통해 더 많은 성당이 무료로 혼인을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 (사진출처=작은형제회)


“‘조당’만 생각하지 말고 혼인 준비하면서 하느님 은총 느끼길”


또한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을 걱정하며 조언의 말을 전했다. 황 신부는 “신자로 혼인을 준비하면 혼인성사를 의무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일반적으로 혼인성사에 대해 ‘조당에 걸린다’는 말만 접하기 때문이다”라며 의무감으로 혼인을 준비하면 과정 하나하나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회가 말하는 혼인성사는 하느님께서 남녀를 짝지어주심을 믿는 것에서 시작한다. 남녀가 하나가 되도록 축복해주셨다는 것이 혼인성사의 출발점이다. 영원할 것 같았던 남녀 간의 사랑이 결혼 후 변한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변화를 초월해 둘의 결합을 축복해주셨다. 이 의미가 이후 결혼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큰 은총으로 남을 것이다


황 신부는 예비부부가 혼인을 준비할 때는 조급해하지 말고 본당신부와 여유 있게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본당 신부에게 혼인 교리를 듣고, 필요한 서류를 준비한다면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특히, 혼인을 준비하면서 하느님께서 부족함을 채워주시는 은총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작은형제회는 나눔혼인 뿐만 아니라 결혼생활 중에 되새겨지는 혼인성사의 은총을 전하기 위해서도 고민 중이다. 한국교회는 청년 이후 성당에서 활동할만한 단체가 없어, 결혼 이후 아이가 장성할 때까지 결혼생활과 신앙생활이 분리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도회는 혼인한 부부들을 중심으로 피정과 교육 등을 통해 혼인의 은총과 축복의 의미를 더욱 알려 나갈 계획이다.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성당은 300석 규모며 오후 4시에 나눔혼인이 있다. 수도원 성당은 오후 1시며 120석 규모다. 주차장은 토요일과 주일에 사용하지 않는 삼성여자중학교 운동장이나 경향신문사 주차장을 빌려 이용할 수 있다.


▲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성당.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성당은 300석 규모며 오후 4시에 나눔혼인이 있다. 수도원 성당은 오후 1시며 120석 규모다. ⓒ 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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