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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 모음] 세월호 3주기 부활절, 교구별 담화문 요약
  • 최진
  • 등록 2017-04-14 21: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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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진


가톨릭교회의 핵심인 부활절을 앞두고 각 교구장 주교들이 담화문을 발표했다. 특히 세월호 3주기에 맞이하는 올해 부활절(16일) 담화문에는 그 어느 때보다 사회적 현안에 대한 교회의 입장이 눈에 띄었다. 세월호 참사와 한반도 사드배치, 촛불과 태극기로 양분된 대립 등이 언급됐고, 다음 달 9일에 있을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내용도 있었다. 


세상의 구원을 위해 자신의 생명까지 내어놓은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되새기며, 세상의 아픔과 근심에 공감하려는 교회의 모습이 어느 때보다도 빛났던 세월호 3주기 부활절 담화문이었지만, 일부 주교들은 여전히 세상의 아픔과 약자들의 호소에 침묵했다.


서울대교구 염수정 추기경, “무죄한 죽음 반복되지 않기를”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올해 부활대축일은 세월호 참사 3주기가 되는 날이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모든 분과 유가족들에게 끝없는 위로와 기도를 전한다.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으로 참사 희생자들이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고, 미수습자들도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기도한다”고 했다.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서는 “이번 대선은 어느 때보다도 국가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날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공동선과 정의를 실천하며 통합과 화해를 위해 노력하는 봉사자를 선출해야 한다. 하느님께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좋은 지도자를 보내주시길 기도하자”고 했다.


수원교구 이용훈 주교, “부활은 자기희생의 결실”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이타적 사랑의 결실인 그리스도의 부활을 강조했다. 이 주교는 “하느님께서는 자신을 내어주는 희생으로 부활하셨고, 세상에 새 생명을 가져다주셨다”며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는 이기적인 욕망에서 나오는 더럽고 추잡한 생각과 말과 행위를 철저히 거부하고, 하느님의 선하심에서 나오는 생명과 사랑을 선포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부활대축일인 오늘은 이 시대 최대의 비극으로 기록될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만 3년이 되는 날”이라며 “신앙인들은 세월호 참사로 평생 상처를 지니고 살아야 할 이들을 기억하고 위로하며 그 상처를 보듬어야 한다. 참사로 희생된 이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그리고 참사의 진실이 드러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강조했다.


또한 “신앙인들은 대선후보들이 사람을 존중하고, 생명을 사랑하며, 하느님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지 잘 살펴야 한다”며 “하느님께서 인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셨듯이, 대선후보들도 국민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천교구 정신철 주교, “은폐는 죽음, 진실은 부활”


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는 신앙인들이 타인을 위한 사랑에 동참할 때 그리스도의 부활에 동참한다고 했다. 정 주교는 “우리는 성체성사의 모습처럼 남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을 실천할 때 부활한 주님을 알고 믿을 수 있다”고 했다.


세월호에 대해서는 “2017년 부활을 맞으며 3년 전 오늘을 기억한다. 아직도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묻혀 있음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며 “그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세상에 드러나기를 기도한다. 진실의 은폐는 죽음이고, 진실의 드러남은 부활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의정부교구 이기헌 주교, “부활과 십자가는 하나의 여정”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는 부활의 영광이 십자가의 죽음 뒤에 일어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죽어야만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는 것이 부활의 신비이며 진리다. 죽음은 때론 희생이고, 때론 썩는 것이며, 때론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는 것이다”라며 “십자가와 부활은 하나의 여정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주교는 교회가 세상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소명을 강조하며 촛불집회와 세월호 인양에 대한 의미를 살폈다.


먼저,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진정한 민주주의와 참된 지도자가 태어나기를 간절히 보여준 소중한 행렬”이었다며, “우리가 추구하는 평화는 나와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고 하나 되려고 기도하며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실현된다. 참다운 평화가 이 땅에서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며 부활의 거룩한 밤을 맞이하자”고 했다.


이어 “부활을 향해 가는 사순절 막바지에 나타난 세월호는 우리에게 부활의 참된 의미를 묵상하게 한다”며 “아직 우리 사회는 함께 짊어지고 가야 할 십자가들이 많이 있고, 세월호를 침몰시켰던 우리 사회의 더러운 돌들이 남아 있다. 무덤에 있던 돌들을 치우고 부활하신 예수님처럼 우리도 우리 사회의 많은 죄악의 돌들을 함께 치워나가자”고 했다.


춘천교구 김운회 주교, “신앙인다운 삶으로 올바른 나라 만들자”


춘천교구장 김운회 주교는 한국사회의 불합리와 부조리 속에서 미움과 분노로 아파했을 신앙인들을 위로하며 신앙인의 삶으로 분열과 갈등을 이겨내자고 격려했다. 그는 “부활의 기쁨을 간직한 신앙인들이 세상에 용서와 화해를 전해야 한다. 우리 사회 안에서 평화의 복음을 전하고, 화해와 일치의 삶을 먼저 살아가는 사람들이 되자”고 전했다.


이어 “이제 얼마 후면 우리는 대통령 선거를 통해 나라의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게 된다. 우리나라를 일치와 번영으로 이끌 올바르고 좋은 지도자가 나올 수 있도록 기도하자”며 “안정된 질서와 올바름이 살아있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모든 신앙인이 기도와 참된 신앙인다운 삶으로 힘을 모으자”고 했다.


청주교구 장봉훈 주교, “무엇을 잃고 살았는지 생각해보는 부활절이길”


청주교구장 장봉훈 주교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전해주신 평화는 불의와 타협해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거짓 평화가 아니다. 소수의 이익을 위한 타협이나 갈등 무마는 더더욱 아니다”라며 “진정한 평화는 모두가 자신의 존엄성과 권리를 차별 없이 존중받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과 정의, 대화와 화합을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주교도 역시 세월호 3주기를 언급하며 “세월호는 우리 사회가 경제 중심의 사고와 이윤만을 추구하는 탐욕에서 벗어나, 생명이 존중받는 사회로 나가야 한다는 교훈을 줬다”며 “우리는 세월호를 통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무엇을 잃어버리고 살아왔는지 다시금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대선을 앞두고서는 “우리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서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선거에서는 무한한 가치를 지닌 인간의 생명을 존중할 줄 아는 정치인, 정의와 평화를 지향하는 정치인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 곽찬


대전교구 유흥식 주교, “2017 부활, 어느 해보다 큰 희망 담겼다”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세월호 참사 당시 제자를 위해 자신의 구명조끼까지 양보한 선생님과 위험한 사고현장에서 타인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덕분에 이기심으로 가득한 어둠의 시대에도 희망의 빛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신앙인들의 부활 선포가 이처럼 희망을 전하는 삶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주교는 “2017년 부활은 우리 사회에서 슬픔이 희망으로 변화됐기 때문에 그 어느 해보다 큰 희망이 담겨 있다”며 “희생자들의 죽음으로 드러난 악이 우리 사죄와 사회의 근본적 변화로 이어질 때 우리사회는 비로소 죽음을 이기고 부활한다”고 강조했다.


전주교구 이병호 주교 “이성은 지도요, 사랑은 힘”


전주교구장 이병호 주교는 “우리는 개인적 신념이 건전한 상식과 이성을 벗어나고, 그것이 종교의 색깔마저 띨 때, 얼마나 심하게 길을 잃을 수 있는지 분명히 보았다”며 “새가 두 날개로 날듯이, 종교도 이성과 사랑이라는 두 날개가 건강하게 살아 있을 때만 개인과 공동체를 건강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광주대교구 김희중 대주교,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는 촛불집회에 대해 “평화의 연대가 오만한 정치권력과 부패한 경제권력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 준 사건”이라며, “평화가 더 나은 공동체와 세상을 위한 보증이요 징표임이 확실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주교는 3주기를 맞아 “우리는 하늘까지 닿는 슬픔과 고통을 겪는 희생자 유가족과 찾지 못한 가족을 절박하게 기다리는 가족들을 잊을 수 없다”며 “가족들에 대한 슬픔의 연대 없이는, 참사의 진상규명이 없이는 우리 사회의 온전한 평화가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남북 간의 평화협정을 위해 정치·종교 지도자와 민간인 모두가 간절한 마음으로 머리를 맞대고 평화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며 평화협정에 대한 종교의 책임을 강조했다. 특히 한반도 사드배치에 대해 “힘의 논리로 평화를 이루려는 시도가 있지만, 힘의 논리가 인류 공동선에 기여한 바가 없었고, 또 기여할 수도 없다고 확신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주교는 “촛불이 추구하는 새로운 나라는 우리 각자가 평화의 증인으로 나설 때,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5월 9일에 있을 대통령 선거는 새로운 나라를 위한 열망을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표명할 수 있는 민주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라며 투표참여를 독려했다.


안동교구 권혁수 주교, “세월호의 시대적 메시지 읽어야 한다”


안동교구장 권혁수 주교는 “오늘은 예수 부활 대축일이면서 세월호 3주기인 날이다. 침몰하는 세월호와 304명의 고귀한 생명이 희생당했고, 그 유가족들은 아직도 슬픔과 고통 속에 있다. 그래서 세월호 사건은 아직 진행 중이다”라고 짚었다.


권 주교는 예수 부활 대축일과 세월호 참사 3주기가 만나는 점에 대해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시대의 메시지를 읽을 필요가 있다. 부활을 믿는 신앙인들이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부활의 삶으로서 부활의 가치를 세상에 전하라는 것이다”고 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는 정말로 가슴 아픈 재앙이며, 우리 모두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재앙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함께 진상을 밝혀야 하며,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그 책임을 분명히 지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는 “오늘은 세월호가 바다 속에 가라앉은 지 3주년이 되는 날이다. 3백여 명의 희생자를 재난이었지만, 아직도 미수습자가 있고, 정확한 진상규명조차 제대로 되지 못한 실정”이라고 했다.


조 대주교는 담화문에서 희망원 사태를 언급했다. 그는 대구대교구가 희망원을 계기로 성찰과 쇄신의 교회로 나아가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며, 성령의 도움으로 자기반성과 쇄신을 해나갈 것임을 다짐했다. 


한편, 원주교구 조규만 주교와 부산교구 황철수 주교, 군종교구 유수일 주교는 세월호 참사 3주기와 촛불집회, 한반도 사드배치, 대통령 선거 등 사회문제에 대해 침묵했다.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의 담화문은 14일 오후까지 발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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