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59년 부처님 오신날 봉축법요식과 통일기원 남북불교도 동시 법회
불기 2559년 부처님 오신날 봉축법요식이 25일 서울 조계사를 비롯한 전국 2만여 사찰에서 봉행됐다. 또 남북 불자들은 이날 서울 조계사 등 전국 사찰과 북녘 사찰에서 조국통일기원 남북불교도 동시법회를 봉행됐다.
이날 조계사 봉축법요식에는 ‘이웃과 함께하는 법요식’의 취지로 성소수자와 세월호 가족대책위, 기륭전자노조원 등 우리 사회 소수자와 약자들이 조계종 초정으로 참석했다. 또한 남북불교도 공동발원문이 4년 만에 발표됐다.
조계사 봉축 법요식에는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 밀운 스님, 총무원장 자승 스님 등 종단 대표자와 원불교 남궁성 교정원장, 천도교 박남수 교령 등 이웃종교 대표,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등 정관계 인사, 주한외교사절, 불자 등 1만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중생을 깨우치고자 북과 종을 울리는 명고(鳴鼓)와 명종(鳴鐘) 의식으로 시작해 아기 부처님을 씻기는 관불(灌佛)의식, 헌촉과 헌향, 봉축사, 대통령 봉축 메시지 대독, 법어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은 봉축법어에서 "나를 위해 등을 밝히는 이는 어둠에 갇히고, 남을 위해 등을 밝히는 이는 부처님과 보살님께 등을 올리는 것"이라며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염원하는 등을 밝히고, 모든 이웃의 아픔을 같이하는 등을 밝히고, 모든 영령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등을 밝혀 부처님 오시는 길을 아름다운 등으로 장엄하자"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남북통일과 평화를 기원하는 남북공동발원문이 4년 만에 발표됐다.
공동발원문을 발표한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성문 스님은 "남과 북 사이에 불신과 대결의 골은 깊어만 가고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를 엄중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며 "7.4공동성명과 6.15공동선언, 10.4선언의 실천이 곧 부처님이 가르친 '자타불이'이고, 우리 민족이 화해하고 화합하는 길이며, 평화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밝혔다.
법회가 봉행되는 동안 조계사 맞은편에서는 동국대 학생들이 “동국대 사태 해결 없는 조계종의 사회적 약자 배려는 거짓”이라며 릴레이 108배를 했다.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교황청 종교간 대화 평의회는 전 세계 불자들과 불교 공동체에 경축 메시지를 보냈다.
부처님 오신날은 가톨릭 교인들에게 어떤 날일까? 그저 하루를 쉬는 공휴일 그 이상은 아닌 것일까? 우리 사회는 한 건물에 성당, 교회, 절, 무당집 등이 같이 있는 등 겉으로 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같지만, 조금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 갈등이 만만치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아니, 어떤 부분에서는 일촉즉발 위기 상황이기도 하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다른 종교에 대한 무지이다.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 일단 배척부터 한다.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보수 성향 개신교 단체인 예수재단이 서울 종로구청과 경찰서에 연등 철거를 주장하는 공문을 보낸 것은 그런 아주 작은 예에 불과하다.
굳이 세계적인 석학이나 종교학자 들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다른 종교를 모르고서는 결국 자신의 종교도 모르게 된다. 자신의 종교를 모르면 어떻게 되겠는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자기 것이 소중하다면, 남의 것도 마찬가지다. 그게 예수의 마음이고, 부처의 마음이다.
이런 맥락에서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발표한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의 봉축법어를 전문 싣는다. 한 번 찬찬히 읽으면 이웃 종교에 대한 기본은 알게 될 것이다. 아는 것은 이해의 첫걸음이다. 교황청 종교간 대화 평의회 축하 메시지도 덧붙였다.
좀 시간이 있다면, 조계사 내 불교중앙박물관이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개최하고 있는 특별전 ‘불전장엄, 붉고 푸른 장엄의 세계’를 돌아보는 것도 불교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 BTN 불교TV에서는 붓다 석가모니의 일대기를 다룬 55부작 드라마 ‘붓다’를 25일부터 방영에 들어갔다. 석가모니 일대기 55부작은 세계 최초다.
조계종 종정 진제 봉축법어
부처님 오시는 길을 아름다운 등으로 장엄합시다.
사바에 몸을 나투시니 인간세계가 환희에 젖음이요,
이로 좇아 億兆蒼生이 활로를 찾음이로다.
일곱걸음 걸음마다 蓮華藏世界를 나툼이요
天上天下唯我獨尊 一切皆苦我當安之라 하시니,
이로 좇아 만 중생이 生死를 다해 마쳤고
지옥과 천당이 자취를 감추었으며
고통이 안락으로 번뇌가 지혜로 돌아가며
사바에 어둠이 걷히고 진리의 대광명이 주야로 빛을 발함이라.
집집마다 문을 나섬에 서울로 통하고
집집마다 부처님과 보살님이 맞이함이로다.
사바에 瑞光이 처음 깃든 오늘은 부처님께서 강탄하신 날입니다.
이는 참으로 기쁘고 반가운 소식이니,
나를 위해 등을 밝히는 이는 어둠에 갇히고
남을 위해 등을 밝히는 이는 부처님과 보살님께 등을 올리는 것입니다.
그러니 한반도통일과 세계평화를 염원하는 등을 밝히고
모든 이웃의 아픔을 같이하는 등을 밝히고
모든 유주무주 영령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등을 밝혀
다 같이 부처님 오시는 길을 아름다운 등으로 장엄합시다.
그러면 부처님께서 우리 곁에 오신 뜻이 어디에 있습니까?
사바가 어둡다 하나 사바 또한 꿈과 환이거늘, 어찌 어둡고 밝음을 논하며,
마음을 밝히라 하나 이 마음은 본래로 밝아 있음인데 어찌 다시 밝힐 것이며,
마음을 찾으라 하나 한 순간도 잃어버린 적이 없어 항상 쓰고 살고 있거늘, 어느 곳에서 이 마음을 찾겠습니까.
그러면 모든 사부대중이시여,
부처님께서 우리 곁에 오신 참 뜻을 아시겠습니까?
拂開古佛三千界<불개고불삼천계>요
指出群生一片心<지출군생일편심>이로다.
옛 부처와 삼천세계를 잡아 엶이요,
뭇 중생의 한 조각 마음을 가리켜냄이로다.
교황청 종교간 대화 평의회 경축 메시지
현대의 노예살이에 함께 맞서는 불자들과 그리스도인들
친애하는 벗들인 불자 여러분,
1.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는 기쁜 마음으로 온 세상의 모든 불자 여러분에게 진심 어린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부처님의 탄생과 대각과 입멸이라는 세 가지 중요한 일들을 기뻐하며 기념하는 것은, 불행한 사람들과 고통 받고 있는 모든 사람을 기억하고 사랑과 연민의 활동을 통하여 그들에게 위로와 행복을 가져다주는 데에 온 힘을 쏟을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2. 올해 저희는 “더 이상 종이 아니라 형제자매입니다.”라는 주제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발표하셨던 2015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에서 영감을 받아 여러분에게 이 메시지를 전해드립니다. 교황님께서는, 인류의 역사에서 노예제도가 널리 받아들여진 그 결과로 “타인에 대한 거부, 인간 학대, 존엄과 기본권의 침해, 그리고 불평등의 제도화”(2015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 2항)가 나타났다고 말씀하십니다.
그 때문에 “노예는 물건처럼 사고팔거나, 소유물처럼 넘겨주거나 받을 수 있었습니다”(2015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 3항). 또한 교황님께서는, 노예살이가 전 세계적으로 공식 폐지되었지만,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 어린이와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자유를 빼앗기고 노예살이와 다름없는 상황으로 내어 몰리고 있다.”(2015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 3항)고 말씀하십니다.
3.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현대의 노예살이를 하는 이들을 언급하십니다. 여기에는 노예 노동을 하는 미성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 치욕스러운 노동 조건에서 일하면서 육체적, 정서적, 성적 학대를 받는 이민들,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이들과 성 노예들, 테러 집단에 납치되어 테러 요원으로 이용당하는 이들, 고문을 당하고 불구가 되거나 살해되는 이들이 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부패와 무지로 변질된 인간의 마음이 인성을 거스르는 이러한 끔찍한 악의 원인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마음이 타락하면, 사람들은 더 이상 다른 이들을 “우리와 동일한 존엄을 지닌 존재로, 곧 똑같은 인간성을 지닌 형제자매로 받아들이지 않고 물건으로 취급하게 됩니다” (2015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 4항).
4. 친애하는 벗들인 불자 여러분, 우리 모두는 현대의 노예살이와 인신매매가 중대한 범죄이며 오늘날 사회의 몸에 난 상처라는 것을 확신합니다. 부처님께서는 팔정도(八正道) 가운데 정명(正命)을 언급하시면서, 노예와 매춘부를 포함하여 생명이 있는 존재를 사고파는 일은 사람이 종사하지 말아야 하는 다섯 가지 직업 가운데 하나라고 분명히 말씀하십니다(『아함경』, 5.177 참조).
부처님께서는 평화롭고 정직하며 정당한 수단으로, 강압이나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 사기 행각을 벌이지 않으며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고통을 주지 않고 재물을 얻어야 한다고 가르치십니다(『아함경』, 4.47,5.41,8.54 참조). 이처럼 불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과 자유의 존중을 촉진합니다.
5. 인간 생명의 존중을 위하여 노력하는 불자와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이 사회적 병폐를 척결하는 데에 협력하여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우리가 무관심과 무지를 극복하여 “피해자들을 돕고, 그들의 심리적 교육적 재활을 위해 일하며, 그들이 지금 살고 있는 사회 또는 떠나온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2015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 5항) 하는 데에 힘쓸 것을 권유하십니다.
6. 우리 가운데 불우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하여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모든 이를 위한 형제애와 친절과 연민으로 더 이상 종이 아니라 형제자매로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가 협력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에 대하여 더 깊이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여러분 모두에게 진심으로 인사드리며, 기쁨에 넘치는 부처님 오신 날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교황청 종교간 대화 평의회
의장 장루이 토랑 추기경
사무총장 미겔 앙헬 아유소 기소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