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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교구 사제단 단식기도회를 마무리 하며
  • 김은순
  • 등록 2015-05-27 10:33:39
  • 수정 2015-06-12 10:2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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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교구 정의구현사제단은 5월 18일 시작한 5박 6일간의 단식기도회를 마무리하며, 23일 오전 8시 30분 아침기도 후 9시 가톨릭청소년센터 경당에서 파견미사를 봉헌했다.


사제들은 본당 일정과 개인사정에 따라 6일, 5일, 4일, 3일 또는 하루 한 끼만 식사를 하는 등 자유롭게 단식에 참여했다. 6일간 많은 사제들이 한마음으로 단식기도에 동참해주었다.


이날 파견미사에는 69명(사제15/수도자6/신자48)이 경당을 가득 메운 채 간절한 마음으로 봉헌되었다. 단식기도회 동안 미사에 참석한 사제, 수도자, 평신도 총인원은 283명이다.




미사 주례와 강론은 그동안 사제단을 대표해 주관해온 권진원 신부(청주교구 정의구현사제단 총무)가 했다. 강론에서 권 신부는 “단식기도회를 준비하며 여러 가지 걱정과 우려가 앞섰지만 그동안 한마음으로 기도하고 동참해준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많아 덕분에 잘 마무리 될 수 있어 고맙고 감사하다.”고 먼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그는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도 드러나게 되어 있다.’(마르4,22) 이 진실이 드러나고 밝혀질 것이라는 마음을 이번 단식기도회를 통해 다시 확인하였다. 사제들이 귀담아 듣고 공감해주었으며, 특별히 위대한 일은 하느님 앞에서 함께 기도해주었기 때문이다. 이 일은 하느님이 해결해주실 일이다. 하느님 자비를 청하며 진실규명을 위해 주위 사람들에게 주저하지 말고 알려나가자.”고 호소했다.


▲ 청주교구 정의구현사제단 총무 권진원 라우렌시오 신부



다음은 단식기도회 동안의 소식이다.


• 5/19 2일차, 29명 참석(사제12/수도자3/신자14) : 강론에서 양윤성 신부(가톨릭청소년센터 청소년 사목국장)는 “세상 모든 권한은 하느님께로부터 온다. 세월호는 그 권한을 박탈당한 사건이다. 박탈당하고 유린되는 모습을 보며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송곳은 삐집고 나가야 뚫어낼 수 있다. 진실이 드러나기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덮으려한다. 그럴수록 우리는 송곳처럼 뚫고 나가는 삶을 살아야한다. 송곳 같은 마음이 그리스도인으로 살기 위해 필요한 마음 같다. 진실을 왜곡하고 덮으려는 세력들의 회개를 빌고 이끌어주기 위해 마음의 송곳하나 새겼으면 한다.”며 웹툰 ‘송곳’ 이야기를 전했다.


• 5/20 3일차, 36명 참석(사제9/수도자6/신자21) : 조창희 신부(가톨릭청소년센타 청년․대학생 사목부 차장)는 “겸손, 가난, 인내, 순종의 언어는 모두 생활에서 실천을 통해서 말하게 되는 언어들이다. 행동이 뒤따를 때 입으로 하는 말은 효과가 있다. 입은 다물고 행동으로 말하자.” 파도바의 안토니오 성인 말씀을 전해주며, “정의와 평화를 위한 움직임에 관심을 갖고 연대하여 잠들고 마비되어 있는 우리사회를 조금씩 일깨워 나가자.”고 했다.


• 5/21 4일차, 50명 참석(사제18/수도자4/신자28) : 최법관 신부(흥덕본당)는 ‘공명현상’으로 바람소리에 진동하여 지은 지 4개월 만에 붕괴된 타고다 다리 이야기를 해주었다.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함께 아파하고 울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 공간을 울리고 또 울린다면 절대로 깨지지 않을 것 같은 단단한 무관심의 벽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다. 함께 기도하자."고 했다. 이날 오후 3시에는 ‘유가족과의 만남’ 시간도 있었다.


• 5/22 5일차, 43명 참석(사제10/수도자15/신자18) : 엄은혁 신부(금천본당 보좌)는 “잠들어 있는 사제에게 침몰하고 있는 사랑의 가치들을 눈 똑바로 뜨고, 마음을 비워 바라보라고 단식기도회에 데려다 놓으신 것 같다.”, “단식을 하면서 사제서품 받으며 다짐했던 것들이 더 선명해졌다. 하느님께서 오시는 방향이 어디인지, 사제로서 해야 할 예언자적 사명이 무엇인지 깨어있으며 헤아려야겠다. 그래서 작지만 행동해야겠다.”고 느낀 소회를 전했다.


이밖에도 트루와사랑의성모수녀회에서는 수녀님들이 삼삼오오 매일미사에 참석해주었다. 이선재 안느마리 수녀(분원장)는 “몸의 중심은 어느 한 부분이 아플 때 아픈 부분이 중심이 된다. 세상의 가장 아픈 사람들이 있는 그곳이 오늘 현실의 중심이다. 수도자로서 함께 하는 게 마땅하여 참석했다.”고 한다. 한국순교복자수녀회, 노틀담수녀회도 참석했다.


특별히 5월 21일은 세월호 유가족 단원고 2학년 5반 오준영(스테파노) 학생의 부모님과의 만남이 있었다. 4.16 이후 유가족으로 살아오며 느낀 힘들었던 이야기들을 전해주었다.


“저희가 무엇을 도와드릴 수 있겠습니까?”라는 한 사제의 질문에, “사제는 일당 천, 이천을 하는 분들이잖아요. 진실을 많이 알려주시고 서명이나 탄원서 등을 받을 일이 있으면 신자들께 많이 받아주세요.” 그리고 “옷이나 가방에 노란리본을 달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저 사람은 우리 편이구나!’ 생각되어 정말 힘이 많이 나요.” 대답했다.


토요일 미사에 참석한 서유나(베로니카)씨는 “SNS를 통해 알고 왔다. 사회적 문제들과 관련된 교구차원의 시국미사나 행사들이 있어도 신자들에게는 전달이 잘 안 된다. 참석여부는 신자들의 판단이므로 공지사항 시간에 꼭 알려주었으면 좋겠다.”고 하며 더 많은 신자들이 함께 할 수 없어서 안타깝다고 전했다.


5박 6일간의 교구사제단 단식기도회는 마무리 되었다.


교회 사목헌장 1항은 “기쁨과 희망 슬픔과 번뇌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기쁨과 희망이요 슬픔과 번뇌”라고 말하며 우리가 나가야 할 교회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사회적 약자들의 울부짖음이 끊이지 않고 통곡소리는 하늘을 찌른다. 이들의 목소리에 외면하는 교회라면 과연 교회의 존재이유는 없지 않은가.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집니다.” (로마10,17)


신앙의 전수는 새 교리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가톨릭교회교리서, 서문 II.Handing on : Catechesis, no.4-10참조). 그리고 교회는 현대 복음화를 위하여 새로운 노력을 기울여야한다(신앙의 유산 5항 참조).


교회의 모든 구성원들은 가톨릭교회교리서와 간추린 사회교리서를 읽고 그 신앙내용대로 살면서, ‘성체성사적인 삶의 사회 교리적 차원’(사랑의 성사 91항 참조)까지 고백하고 후대들에게 그대로 전할 방안을 마련해야하지 않을까. 그것만이 무너져가는 우리 교회를 다시 살리는 길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 세월호 충북대책위에서는 세월호 ‘기억과 행동’의 행사 중 하나로 ‘우리동네 리본가게’를 접수받아 더 많은 시민들과 리본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꾸준히 리본을 만들어 보내주고 있다.

이번 사제단 단식기도회 중 유가족과의 만남 시간 이후 신자들과 리본(백이나 가방에 다는 리본)을 나누고 싶은 14개 본당에서 2,700개를 주문받았다. 앞으로도 계속 접수 받아 리본을 만들어 보낼 예정이다.

교회 내에서는 가톨릭청소년센터 유벤투스 커피숍과 성바오로서원이 ‘우리동네 리본가게’로 등록되어 있다. 그 외 6군데 더 있다. 그곳에 가면 언제든지 소량의 리본을 받을 수 있다.


덧붙이는 글

김은순(프란치스카) : 전 청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사무국장이며, 현 탈핵알리미(천주교창조보전연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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