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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수) 가난한 예수 83 : 예수 죽음 세 번째 예고
  • 김근수
  • 등록 2017-08-15 14:4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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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예수께서 열두 제자를 가까이 부르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는 지금 예루살렘으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거기에서 사람의 아들에 대하여 예언자들이 기록한 모든 일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32 사람의 아들이 이방인들의 손에 넘어가게 될 터인데 그들은 사람의 아들을 희롱하고 모욕하고 침 뱉고 33 채찍질하고 마침내 죽일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아들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 34 제자들은 이 말씀을 듣고도 조금도 깨닫지 못하였다. 이 말씀의 뜻이 그들에게는 가려져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무슨 말씀인지 알아듣지 못하였던 것이다(루카 18,31-34) 




예수 죽음 예고는 언제나 제자들의 오해와 연결되어 있다. 예수 죽음을 예고하는 정도가 아니라 예수 죽음을 제자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아니 더 나아가 거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행 안내자가 같이 가는 여행자들에게 단순히 일정을 안내하는 정도가 아니다. 여행자들이 일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거절한다고 하자. 그 여행은 어떻게 될까. 예수 죽음 예고보다 제자들의 오해가 사실상 주제다. 제자들의 오해는 그렇다지만, 우리는 교회는 예수를 잘 이해하고 있는가. 


예수가 실제로 이렇게 말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렇게 말했다고 전해지는 이야기들을 모아 복음서 저자들은 글로 옮기고 편집하고 자기 공동체 상황에 따라 고쳐 썼다. 복음서에 나오는 제자들과 한국의 성서 독자들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독자 대부분 예수의 죽음과 부활 이야기를 이미 들었고 알고 있다. 제자들은 예수의 죽음과 부활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아직 모르고 있다. 


수난에 대한 첫 번째 예고에서 예수는 “사람의 아들은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고 원로들과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었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루카 9,31-32) 하고 말하였다. 두 번째 예고에서 “사람의 아들은 머지않아 사람들의 손에 넘어가게 될 것입니다”하고 말했다. 오늘 본문의 세 번째 예고는 이렇다. “우리는 지금 예루살렘으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거기에서 사람의 아들에 대하여 예언자들이 기록한 모든 일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사람의 아들이 이방인들의 손에 넘어가게 될 터인데 그들은 사람의 아들을 희롱하고 모욕하고 침 뱉고 채찍질하고 마침내 죽일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아들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 세 번의 예고 사이에서 내용의 차이는 무엇인가.


루카는 수난에 대한 세 번째 예고를 마르코 10,32-34를 대본으로 삼았다. “예수의 일행이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예수는 앞장서서 갔고 그것을 본 제자들은 어리둥절하였다”(마르코 10,32)는 말을 루카는 삭제하였다. 마르코처럼 예수 일행이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길에 죽음이 예고된 것이 아니라 그 전에 예고된 것으로 루카에서 바뀌었다. “그 뒤를 따라가는 사람들은 불안에 싸여 있었다”(마르코 10,32)는 말도 루카에서 역시 빠졌다. “사람의 아들은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의 손에 넘어가 사형 선고를 받고 다시 이방인의 손에 넘어갈 것이다”(마르코 10,32)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라는 대목은 루카에서 보이지 않는다.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이 예수에게 사형 선고를 내린 적은 실제로 없었다.


31절에서 예수는 예루살렘으로 올라간다anabainein는 단어를 처음으로 썼다. 어디로 간다paralambanein단어를 예수는 베싸이다라는 마을로 갈 때(루카 9,10), 기도하러 산으로 올라갈 때 (루카 9,28) 썼다. 모든 일이 이루어질 것panta ta gegramnema는 루카가 즐겨하는 표현이다.(루카 21,22; 24,44, 사도행전 13,29) 31절에서 예수는 이전에 여러 그룹의 사람들에 둘러싸여 왔다는 사실을 알아채야 한다. 제자들을 따로 불러낸 것이다. 예수가 예루살렘으로 가는 여정을 시작한 후 여자 제자들과 남자 제자들(루카 16,1; 17,1.5),바리사이파 사람들(루카 13,31; 15,2; 16,4), 군중(루카 14,25), 관심있는 사람들(루카 13,23; 18,18) 세리와 죄 지은 여인(루카 15,2), 나병환자(루카 17,12), 어린이(루카 17,15) 등 많은 사람이 예수 곁에 있었다. 



예루살렘에서 죽게 된다는 말은 제자들에게 세 번째 예고에서 처음으로 알려졌다. 누가 예수를 죽일 것인지 첫 번째 예고와 세 번째 예고에서 같지 않다. 첫 번째 예고는 사람의 아들이 원로들과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에게 죽을 것이라는 암시를 하고 있지만, 세 번째 예고는 이방인들의 손에 넘어가 죽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두 번째 예고는 사람들의 손에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크게 말한다. 첫 번째 예고와 세 번째 예고에서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예고되었지만, 두 번째 예고에서 그 언급은 없었다. 예루살렘에서 사람의 아들에 대하여 예언자들이 기록한 모든 일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말은 세 번째 예고에서 처음으로 밝혀졌다. 예수의 고난과 죽음은 예언자들이 기록한 대로, 즉 성서에서 예고되었으며 그대로 이루어질 것(루카 24,44)이라는 말이다. 


32-33절에서 루카는 예수 죽음의 과정에서 유다인의 역할을 완전히 삭제해 버렸다. 그 대신 루카는 사람의 아들이 이방인들의 손에 넘어가며 이방인들, 즉 로마군대가 사람의 아들을 마침내 죽일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예수 죽음에 로마군대의 책임이 크다는 역사적 사실을 루카는 강조하고 있다.(Bovon, III/3, 244) 희롱하고, 모욕하고, 침 뱉고, 채찍질하고 등 로마군인들이 예수를 고문할 것이라는 내용을 루카는 자세히 알리고 있다. 


예수 죽음 예고에 대한 제자들의 충격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세 번이나 예고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제자들의 충격이 컸다는 뜻이다.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이다. 스승의 실패, 아니 그런 스승을 따라가는 자신들의 운명에 대한 불안감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제자들이 그런 말을 이해했을 리 없다. 제자들이 우둔하거나 성서를 잘 모른다거나 그런 말에 반발했으리라고 추측할 수는 있으나 확증은 없다. 예수가 예언서를 인용하고 설명하여 제자들에게 자신의 고난과 죽음에 대해 십자가 처형 전에 따로 자세히 설명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루카 9,45처럼 제자들이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다시 언급하고 있다. 부활한 예수가 제자들에게 성서를 들어 죽음과 부활을 설명한다.(루카 24,26; 24,44-46) 그때서야 제자들은 이해하고 예수 발 앞에 엎드린다.(루카 24,52) 예언서가 예수 죽음을 예고했다는 예수의 말을 제자들은 예루살렘 가는 길에서 이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마르코는 수난을 알려주고 제자들이 두려움을 가진 사실을 강조했다면, 루카는 제자들이 이해하지 못했던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루카의 말을 제자들이 역사에서 예언자들의 예고가 실현되었다는 것이 루카의 핵심 사상이다.(Wolter, 603) 인간적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 예수의 고난과 죽음을 성서 전체의 차원에서 이해하자는 것이 루카의 생각이다. 예수의 고난과 죽음은 성서의 완성이라는 말이다. 독자들에게 루카는 두 가지를 알려주고 있다. 1. 예수에 대한 완전한 이해는 내용적으로 십자가 죽음을 올바로 이해해야 가능하다. 2. 예수에 대한 완전한 이해는 시간적으로 십자가 죽음 이후에야 가능하다. 예수를 이해하는데 독자들이 제자들보다 유리한 조건에 있다. 


마르코에게 갈릴래아가 가장 중요하다. 루카에게는 예루살렘이 가장 중요하다. 마르코는 농부 신학자요 루카는 도시 신학자다. 갈릴래아에서 하느님나라를 선포한 예수에게 사람들은 관심을 가졌다. 예수를 떠난 사람도 많았다. 사람들은 하느님나라보다 예수에게 더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제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예수는 누구인가. 


루카복음은 3부작 작품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예수의 갈릴래아 활동은 1부에서 다루었다. 예루살렘 활동은 3부에 속한다. 2부인 예루살렘 가는 길에서 마지막 부분이 루카 18,31-19,27이다. 예수 일행은 예루살렘에 가까이 왔다. 요르단 분지 낮은 곳에서 예루살렘이라는 산 위의 도시로 올라갈 것이다. 제자교육이라는 2부 주제는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제자들과 사람들에게 예루살렘 도착 직전에 정신교육을 하는 것이다. 제자교육의 결론은 크게 두 가지다. 1. 예수는 죽임 당한다. 2. 제자들은 십자가를 져라.


혁명가 체 게바라는 대단한 독서가였다. 밤에는 불을 밝혀 책을 읽었다. 예수는 종이를 구경하지 못했다. 예수는 대단한 사색가였던 것 같다. 사람들과 제자들에게 끊임없이 무언가 말하고 가르쳐주고 싶었다. 스승 예수의 모습을 루카는 예루살렘 가는 길에서 주로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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