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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다
  • 유창수
  • 등록 2017-09-01 17:10:58
  • 수정 2017-09-04 11: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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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통일을 해야 할까?


“분단은 우리 사회의 발전을 막는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답하려한다.


분단이라는 이 모순적인 현실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한다. ‘분단사회’속에서 자유와 평등은 왜곡된다. 결국 건전한 토론문화와 다양성, 조화라는 가치들은 정착하기 어렵다. 다양한 가치들이 매몰되는 이 ‘분단사회’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다.

 

분단이 우리사회에 미치는 부작용이라니,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라고 느껴지는가? 하지만 대부분의 청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못한다. 평화기자단 통일1팀의 설문에서도 이런 경향을 볼 수 있는데, ‘통일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통일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청년들이 절반 가까이 됐다.(8월, 신촌, 308명) 실제로 내 주변에도 오히려 통일이 우리 사회를 무너뜨릴 것이라 말하는 친구들이 많아지고 있다.


▲ 평화기자단 설문 중 청년인터뷰 영상 ⓒ 전다현, 박지민


하지만 우리는 알아야한다. ‘분단’과 ‘헬조선’이라는 상황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분단사회가 얼마나 나의 삶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지. 왜 21세기에도 정치권에선 ‘빨갱이’라는 단어를 남발하는지, 죄가 인정되어 탄핵받은 대통령을 왜 아직도 그렇게 열렬하게 찬양하는지, 그 세력들은 어떻게 아직도 지지받는지, 왜 주류를 따라가지 않으면 배척되고 힘들어지는지, 어딜 가든 나서지 말고 중간만 가라고 하는지, 왜 경제 10위권의 대국에서 우리의 삶은 이렇게 치열한지, 알바하는 우리는 사람취급을 받지 못하는지, 왜 이렇게 구시대적이고 비상식적인 생각들이 넘쳐나며, 극단적인 혐오들이 넘쳐나는지 말이다. 


참여정부시절 청와대행정관이었던 북한전문가 김진향 박사와, 심리학자 김태형 씨의 의견을 살펴보았다.


“분단의 속성은 평화와 수용보다 전쟁과 증오, 적대와 반목을 부추긴다”


김진향 박사는 평화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분단이라는 속성이, 공간 자체가(…)평화와 절충수용보다는 전쟁과 증오, 적대와 반목을 부추긴다”고 강조했다. 


분단체제는 분단교육을 하고, 분단문화를 양산시켰습니다. 그리고 가슴에 체화된 분단인식은 북한뿐만 아니라 그 감정들을 내가 삶을 살아가면서 만나야하는 모든 관계에 투영할 수 있는 자양분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어느 나라보다 이분법에 강해요. 생각이 다르다는 것에 얼마나 분노하는지를 보세요. 생각이 다른걸 일단 ‘틀렸다’고 하고 들어갑니다. 틀리면 싫어해요. ‘저 자식, 나쁜 놈이네?’라면서요. 또 생각의 다름에 대해 매우 민감하고 쉽게 흥분합니다.” 그는 분단사회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서로를 적대하며 증오하게 된다고 말한다. 또한 이것이 우리 사회의 전체적인 생산성을 저해하고 사회적 불신을 양산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회는 창의적일 수 없고,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 전 청와대 행정관, 여시재연구소 김진향 박사 (사진출처=평화통일시민행동)


그렇다면 왜 분단은 이런 속성을 가지는 것일까? 김 박사는 분단의 허구성에 주목했다. 


분단은 거짓과 허구의 무덤이어야 했어요. 분단은 강대국들에 의해 강요되고 강제되었거든요. 분단이 획책되어가던 과정, 없던 분단을 만들려니 고착화를 시켜야 했어요. 그래서 조장하는 것이 바로 ‘이념갈등’이에요.


그는 최초 이념갈등의 시발은 모스크바 3상회의 소식이 서울에 호외로 뿌려졌을 때라고 말했다. “최초의 그 거짓말은, ‘신탁통치를 소련이 제안했다’며 호외가 뿌려졌던 그때부터에요. 그 뒤로 이념갈등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고, 미군정은 왜 모른 척 이용했을까요? 바로 분단을 체제화·구조화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저항하는 사람은 가두고 죽여 버리고…”


당시에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은 20% 밖에 안 되었다. 지식인들은 저항했지만 저항하는 사람은 가두고 죽이기를 일삼았다. “김구 선생님도 그렇게 총으로 쏴버렸는데 분단에 저항했기에 죽여 버린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트라우마로 남은거지요. 그래서 머리를 숙이게 된 겁니다. 우리의 은어 ‘골로 간다’는 말이 나온겁니다. 알아도 모르는 척,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뒷줄에 서라’ 이런 말들로 진리를 외면하게 한 겁니다. 우리네 어머니들은 그랬어요. ‘아야 다 필요 없다, 사는 게 최고다. 눈 감아라’ 그런 비겁한 문화가 있었어요. 살기 위해서 이 땅의 엄마들은 그렇게 기회주의를 가르쳤죠”


그는 분단과정에서 날조와 공작으로 인해 진리와 정의의 가치가 야만적으로 매몰되었고 비겁한 문화가 생겼다고 말한다. 여기서 ‘비겁한 문화’는 ‘기회주의’로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현실을 외면하는 태도를 말한다. 이런 과정 속에서 우리는 ‘분단 트라우마’가 생기게 되었다.


▲ 미 국무부에서 파견된 윌버 장군이 1947년 3월13일 김구 반탁독립투쟁위원장(오른쪽)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출처=경향신문)


“분단 트라우마는 집단적 정신병이다”


‘분단 트라우마’란 무엇인가? <트라우마 한국사회>의 저자이자 심리학자인 김태형 씨는 한국사회를 심리적으로 분석한다. 책에서 그는 ‘분단 트라우마는 한반도의 불안과 불안정한 정전 상태로 인해 생겨난 집단적 정신병’이라고 진단한다. 또한 ‘분단 트라우마의 정체는 죽음에 대한 공포·사회적 매장에 대한 공포’라고 말한다. 


앞서 김 박사가 이야기한 사건들 이외에도 국가권력이 과장과 왜곡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고통 주며 트라우마를 심화시켰다고 주장한다. “한국사회의 비극은 집단적 기억이 권력에 의해 큰 영향을 받았다는 점이다. 정작 기억해야 할 것은 잊도록 강요되거나 유도되었고, 잊어도 될 만한 것은 과장과 왜곡의 과정을 거치면서 확대·재생산되었다. 우리는 우리의 집단적 기억의 근본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는 분단 트라우마의 심각성을 이야기한다.


▲ <트라우마 한국사회>의 저자, 심리학가 김태형. (사진출처=평화통일시민행동)


한국인들은 거의 예외 없이 ‘자기검열’ 혹은 ‘생각의 격리나 억압’에 시달리는 심각한 정신병을 앓고 있다. 게다가 너무나 오랜 세월동안 그 병을 앓다 보니 이제는 자신이 그런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도, 그것으로 인한 고통도 잘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분단 트라우마의 가장 큰 폐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사람들이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입을 막으며 고개를 숙였던 행동이 ‘자기검열’이라는 정신병을 앓게 한다고 진단한다. 더 나아가 질문 하지 않고 의문을 가지지 않으며 무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자연스러워 지고 있는 현상이 제일 큰 문제라고 강조한다.

 

박정희 정권은 먼저 성장한 뒤에 분배를 해야 한다고 선전했고, 이를 거부하고 분배를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데올로기적인 적대의식을 보였다. 분배와 평등을 주장하면 좌파·빨갱이로 몰았다. 성장우선적인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국민의 뇌리에 이데올로기로써 자리 잡힌 것이다.


성장우선주의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였던 기본 원인 역시 분단 트라우마에 있다면서 우리 한국사회의 경제문제도 분단 트라우마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는 또한 한국의 정치세력을 ‘분단 트라우마의 포로’라고 꼬집는다. “탈냉전의 시대인 21세기에 유독 한국에서만 빨갱이 사냥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면서 “한국에서는 탈냉전적인 정당이 등장하지 못하고 여전히 비상식적 이념 대결 구도가 정치판을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동시에 “한국사회에서 정치가 제구실을 하고, 국민들이 정치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도 분단 트라우마 극복이 필수적”이라며 분단이 정치사회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한다.

 

통일은 필수 전제 조건이다.

 

김태형 심리학자는 통일을 두고 경제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대결과 반목의 불행한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다시 하나가 됨으로써, 민족의 역사를 바로세우고 민족의 잠재력을 최대로 발양하기 위한 필수 전제조건이라고 말한다. 


한반도의 분단과 그로 인한 동족 간의 대결과 반목은 우리 민족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최대 장애물이다. 한반도에 화해와 평화가 정착되는 것은 분단 트라우마를 상당부분 치유해주고, 그것은 다시 통일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한국사회가 한국인들의 정신세계와 미래를 좀먹는 가장 치명적인 악성 종양인 분단 정신병, 분단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고대한다.


그는 무엇보다도 분단이 우리 사회를 망치고 무너뜨리는 ‘병’으로 인식한다. 그래서 그는 ‘통일’을 사회발전을 위한 하나의 ‘백신’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김진향 박사도 그와 생각을 같이한다. “분단사회에서는 ‘다름’을 배척합니다. 하지만 다름은 사실 ‘에너지’입니다. 물리학에서 차이는 다 에너지잖아요. 에너지가 잘못 관리되면 불이 튀는데 이걸 좋게 이용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어요” 분단 속에서는 속성상 다름을 인정하기 힘들다. 그러나 시너지를 내며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다름을 인정할 줄 알아야한다. 언제까지고 트라우마 속에 갇혀 눈을 감고 있을 수 없다.

 

‘통일만이 만병통치약’이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분단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이 발생했으며,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았고,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계속 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비로소, 통일을 위한 노력은 동시에 우리 사회발전을 위한 노력이 된다. 이것을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안중근 평화기자단 - 유창수 인턴기자



[필진정보]
안중근 평화기자단 : 마지막 순간까지 동양평화를 염원했던 안중근 의사를 기억하며, 글과 영상 등의 컨텐츠를 제작해 통일과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가는 <안중근의사 기념사업회 - 청년안중근> 소속 기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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