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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천재일기] 북핵 위기에 전쟁장사꾼을 맞이한 한반도에 평화를 기원하다
  • 전순란
  • 등록 2017-11-08 16: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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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7일 화요일, 맑다가 흐림


입동이 되고 해가 짧아져 아침 7시가 되어서야 밖이 훤하다. 오늘 드물댁이 양파 심게 밭을 만들어 퇴비라도 갖다 뿌리도록 배나무 위로 방조망을 말아 올려달라고 보스코에게 부탁하고, 나는 커피와 떡을 준비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김장이 끝나고 나서 양파를 심었는데 텃밭에 채소농사를 함께 지어 반으로 나눠 갖자고 한 뒤로 드물댁이 적극적으로 밭을 돌본다. 다른 집도 양파를 심었다고, 우리도 심자고 먼저 나선 게 그니다.



엊저녁에 서울에서 내려왔다고 인사를 갔더니 그니가 마르타 아줌마랑 저녁을 먹고 있었다. 시래기 된장국에 무생체가 전부인 밥상. 그 무와 시래기가 다 우리 밭에서 나왔다며 친근감을 보이는데 시골에서 밭농사가 없다는 건 상위에 올릴 찬이 없다는 뜻이다. 드디어 자기가 부칠 땅이 생겼다는 기쁨과 자긍심이 대단하다. 드물댁은 저 윗말 산골짝 자갈밭 한 뙈기를 공소할메에게 얻어서 부쳐왔는데 가깝고 비옥한 우리 텃밭을 소작하니 의기양양하다. 저 250평을 나 혼자 농사짓기도 힘들지만 지어놓은 농산물을 우리 혼자서 다 소비하기는 더 힘들다.





순창 강천산에 단풍 구경가자고, 스선생 부부, 김교수 부부, 그리고 장신부님이 함께 가기로 했는데 김교수네 부부는 못 떠나겠단다. 집수리를 하며 어제 아침 동네 마실을 잠깐 나간 사이에 일꾼들이 엉뚱한 일을 저질러 오늘 또 자리를 비우면 곧장 티가 날듯 하단다. 헌 집에 40년 이상 살아본 나로서는 너무 잘 아는 허점이다.


오후에는 비가 온다 해서 산에 가서는 간식만 하고 내려오면서 점심식사를 하자고 했기에 뭔가를 준비해야 한다. 카타리나 애기로는 우리 나이가 이젠 먹을 것 싸들고 다니는 걸 면제 받아야 한다지만 지금까지 해온 업보가 무거워 헤어나지 못하고 늘 싸가는 연장선상에 있다.


마천에서 서로 만나 장신부님 차로 스선생 부부와 우리 부부가 순창까지 갔다. 매표소 앞에서 미루네 부부와 임봉재 언니를 만났고, 장신부님 엄니와 엄니친구가 함양 보옥당 임회장 차로 도착했다. 화려한 단풍과 함께 식구가 11명으로 늘었다. 아름다운 가을 단풍을 엄니와 함께 보고 싶은 장신부님의 효성, 온 골짜기를 가득 물들인 단풍 보다 더 곱지 않은가?




강천산은 ‘내장사’, ‘백양사’와 더불어 단풍의 비경을 보여 주는 곳으로 규모는 작지만 완만한 흙길에다 가는 곳마다 쉬고 먹고 구경할 빈자리가 유난히 많아 어르신들이 많이 보인다. 어제까지 ‘강천산 단풍제’를 했기에 오늘은 사람이 좀 적으려니 해서 왔건만 사람들이 떼 지어, 줄지어 오르내린다, 단 음식을 찾아내 줄지어 다니는 개미 떼처럼…


강천사 절집을 지나며 사람이 줄어 걷기가 좀 수월해지고 작년에 쉬었던 팔각정엔 부지런한 사람들로 감히 접근도 못하고 미루가 가져온 돗자리를 빈터에 펴고 앉아 그니가 싸온 보따리를 풀어 간식으로 점심을 했다.




작달막한 공원이어서 구석구석 둘러보고 양껏 사진도 찍고 나오면서 신부님이 사 주신 더덕막걸리에 파전과 어묵을 먹고, 멍청하게 기운만 믿고 까부는 방자한 젊은것들의 싸움구경도 덤으로 하고, 4시가 넘어 집으로 돌아왔다.


오전에는 눈과 입을 즐겁게 했다면, 저녁 7시 30분엔 진주에 가서 귀와 영혼을 풍요롭게 하는 음악회엘 갔다.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한 중 시복(諡福)되신 ‘정찬문 안토니오’를 기리며 지난 2,3년간 진주지역 가톨릭신자 성가단원들이 이종철 신부님을 모시고 이 지역의 ‘순교자현양 칸타타’를 공연을 했었다. 공연이 끝난 후 그대로 헤어지는 게 아쉬웠던 단원들이 다시 뭉쳐 50여명의 단원을 거느리는 ‘정찬문가톨릭합창단’으로 다시 태어나 오늘 창단 공연을 했다. 


다른 성가는 물론 모차르트의 ‘대관식미사’를 소규모 오케스트라와 협연하여 완벽하게 연주함으로써 진주라는 크지 않은 도시에 명실공히 훌륭한 가톨릭 합창단이 생겨났다는 보스코의 평이다. 끝 대목의 ‘아뉴스 데이’(Agnus Dei)가 ‘도나 노비스 빠쳄’(Dona nobis pacem: ‘주님,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을 거듭거듭 되풀이하여 북핵 위기를 빌미로 전쟁장사꾼 트럼프가 찾아온 한반도에 가장 절실한 평화를 기원하고 있었다. 


[필진정보]
전순란 : 한국신학대학 1969년도에 입학하였고, 전) 가톨릭 우리밀 살리기 운동 공동대표, 현) 이주여성인권센터 상임이사 / 두레방 상임이사이다. Gustavo Gutierrez의 해방신학을 번역했으며, 전 서강대 철학과 교수를 지낸 성염(보스코, 아호: 휴천)교수의 부인이다. 현재 지리산 자락에 터를 잡고 살며 그곳을 휴천재라 부른다. 소소한 일상과 휴천재의 소식을 사진, 글과 함께 블로그에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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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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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mem2018-04-11 13:13:16

    전쟁 장사꾼 트럼프는 비난하면서 전쟁위기를 초래한 평양돼지에게는 왜 한마디도 없지? 남 욕하기 전에 ME, TOO.에 피소당한 정의평화위원회 난봉꾼부터 욕해야 되는 것 아님? 예수가 말했지 남의눈에 티끌은 보면서 네 눈에 들보는 보지 못하느냐. 왜? 사는 곳이 7시 내고향이라서 미국은 무조건 싫은 것임? 미국 욕하는 좌빨치고 출세하면 남먼저 자식 미국 유학보내고 부동산 안 사놓는 놈 없더라. 뇌물현이 선거운동하며 반미면 어떻냐며 큰소리 치더니 대통령되니까 자 지식 잽싸게 미국유학 보내고 미국 집사주고 뇌물받아 생활비 보내고...에잇 퇴퇴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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