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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사업장, 이럴 바엔 폐쇄가 답이다”
  • 김은순
  • 등록 2017-11-20 16:16:29
  • 수정 2018-03-30 18:5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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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성심맹아원 원아(주희) 의문사 사건(2012.11.8), 1인 시위를 마치고 대법원 판결선고를 보며 느낀 소회 글


시민여러분, 정치가 썩었다고 외면한 결과 적폐가 쌓였고 그것을 청산하자고 촛불 들고 정권교체를 했습니다. 천주교 사회복지시설에서 한 아이가 타살의 의혹을 안고 죽었는데 아무도 책임지는 한 사람이 없습니다. 시민여러분, SNS 촛불 들어주십시오. 어떻게 종교시설에서 타살의 의혹을 안고 사람이 사망했는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지, 홈페이지 들어가 항의 글 남겨주십시오. 이젠 사회가 종교를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시민여러분이 침묵하지 말고 항의해 주셔야 교회가 바로 섭니다. 


▲ 김은순 전 천주교청주교구 정의평화워원회 사무국장은 지난 8월 25일부터 대법원 판결선고일까지 1인 시위를 진행했다. ⓒ 김은순


그렇다. 지난 8월 25일부터 청주교구청을 시작으로 대법원 판결선고가 있는 날까지 청주 성안길 거리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외친 말이다. 교회의 불의에 저항하고, 억울하게 사망한 주희의 부모에게 속죄하는 맘으로 연대방법을 찾은 게 1인 시위다. 피켓 앞에 모여든 수많은 시민들은 주희의 사망을 내 가족처럼 안타깝게 바라보셨고, 진상규명과 책임자가 꼭 처벌되길 모두가 한마음으로 간절히 바랐다. 


지난 8월 12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088회, <‘진실 방’의 감춰진 진실, 열한 살 주희의 마지막 4시간> 방송은 많은 사람을 충격에 빠뜨렸다. 대구희망원사건이 세상에 드러나고 또 교회사회복지시설에서 일어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충주성심맹아원은 시각장애인시설이라 책임교사가 3교대로 8시간씩 원아들을 돌본다. 잠은 기숙사에서 네 명이 한 방에 잔다. 주희가 사망한 날, 책임교사는 ‘주희를 독방에 방치한 채 다른 방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보니 의자에 목이 끼어 사망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서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 ‘그런 자세는 나올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사망한 방은 보존하지 않고 깨끗이 치워버려 증거 인멸했다. 경찰에도 몇 시간 동안 신고하지 않아 부모의 항의로 뒤늦게 신고했다. 시신도 119 구급대원의 증언에 따르면 발바닥의 시반현상으로 보아 사망한지 몇 시간이 지난 뒤였다. 부모가 새벽에 사망소식을 듣고 내려와 영안실에 도착했을 때, 맹아원 측이 경찰신고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이 영안실에 있었고 딸 시신을 못 보게 부모를 가로막았다. 경찰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부모는 직원에게 사정해서 딸 시신을 봤다. 몸에는 살덩어리가 떨어져나가고 눌린 자국과 상흔들이 여러군데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결과, 7군데 상처 및 장기 내 울혈, 양눈꺼풀 결막, 기도 안 소량 거품, 등짝 상흔 및 멍)


부모는 아이 몸에 상처를 보고 그냥 죽은 게 아니라는 의혹이 생겼고 법원에 소송을 했다. 1심에서는 장애아동을 홀로 방치한 책임을 물어 책임교사에게 ‘업무상과실치사죄’ 유죄를 선고했다.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이었다. 타살 의혹의 상흔들은 규명조차 안됐다. 부모가 억울해 항소했지만 법원은 받아주지 않았다. 책임교사(교구)가 항소했고, CBCK(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산하 로펌변호인 8명(이상)을 선임해 책임교사가 ‘잠을 잤다’는 양심고백을 이유로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상고는 주희 부모와 전국에 있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이 10만인 서명을 받아 상고장을 제출하고 이틀 후 검사가 접수를 받아줬다.(2016.5) 그리고 올해 11월 9일 대법원 판결은 ‘무죄’선고를 내렸다.


▲ 대법원 판결선고일인 지난 11월 9일, 주희부모님이 선고일정을 확인하고 있다. ⓒ 김은순


매우 불공평한 처사는 가해자 측의 증인, 증거, 사실의견조회 회신서 모두는 수용해 줬지만 피해자측의 증인, 증거, 사실의견조회 회신서는 1심, 2심, 대법원 상고까지 단 한번도 수용해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법이 평등하지 않다는걸 사법부가 몸소 보여준 사례다. 아동학대가 명확한데도 교육부, 복지부 공무원들도 비협조적이었다.  


사건자체가 의혹투성이다. 예수그리스도를 믿고 따르고 복음을 전하기 위한 교회의 사회복지시설에서 교회구성원들의 태도도, 사건을 바라보고 해결하는 교구도 전혀 복음적이지 않았다.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 한 명이 없다는 게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죄가 있기 때문에 ‘무죄’로 판명나기가 더 어려운 사건이라는 것을 변호사들을 비롯해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권력의 힘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얼마 전 뉴스에 유치원 교사가 원아폭행으로 팔이 부러져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물며 배움의 터전에서 원아 한명이 참 가혹하게 죽었는데 양심고백을 이유로 무죄라니, 법이 참 무색하다. 한 가정이 아이 죽음으로 모든 걸 잃고 5년 넘게 삶을 관통하는 아픔을 겪고 있다. 


1인 시위를 했던 48일 동안 신자로부터 사제로부터 뼈아픈 소리를 많이 들었다. 5년 간 온갖 험한 말 들었을 주희부모님 생각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피켓 들고 거리에 서면 시민들은 상식선에서 판단하고 100% 공감하는 일이, 교회 안에선 냉랭했다. 교리신학원에서 만나 교회가르침을 배우며 9년을 따랐던 사제마저 “자기 부모 형제 자식의 치부를 동네방네 떠들어대는 자가 있는가?”라고 문자를 보냈다. 마음이 단장(斷腸)의 아픔을 겪었다. 


사람이 죽었다. 교회의 치부라고 드러내지 않는다면 하느님 정의는 어디 있단 말인가. 도덕성, 윤리성이 일반 사회보다도 못한 교회라면 교회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사회가 종교를 걱정하는 시대, 교회가 권력과 유착되는 악의 고리는 끊어야 한다. 회개하지 않는다면 신자들은 교회를 하나 둘 떠나고 언젠가 텅 빈 교회를 맞이할 것이다. 교회사업장을 복음적으로 운영하지 못할 바엔 ‘폐쇄’가 답이다. 


▲ 지난 7월 13일, 충주성심맹아원에 걸려있던 플랜카드. ‘윤리경영 실천기관, 존중과 실천의 꿈터, 함께하는 윤리경영’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 최진


살다보면 누군가에게 내가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반대로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잘못하기도 하고 실수도 한다. 잘못했을 때 몇 번이고 용서를 청하고, 안 받아들이면 상대의 몫인 게다. 법의 책임을 질 일이 생기면 지면된다. 그리고 보다 더 나은 방법을 살고자 다짐하면 된다. 교회도 그렇게 가르치지 않는가. 이것이 ‘회개’다.


교회가 나가야할 방향이 사목헌장 1항에 제시되어 있다. ‘기쁨과 희망, 슬픔과 번뇌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기쁨과 희망이요, 슬픔과 번뇌이어야 합니다.’


‘그대들에게 닥쳐오는 재난을 생각하며 소리 높여 우십시오. 그대들의 재물은 썩었고 그대들의 옷은 좀먹었습니다. 그대들의 금과 은은 녹슬었으며, 그 녹이 그대들을 고발하는 증거가 되고 불처럼 그대들의 살을 삼켜버릴 것입니다. 그대들은 이 마지막 때에도 재물을 쌓기만 하였습니다. 보십시오. 그대들의 밭에서 곡식을 벤 일꾼들에게 주지 않고 가로챈 품삯이소리를 지르고 있습니다. 곡식을 거두어들인 일꾼들의 아우성이 만군의 주님 귀에 들어갔습니다. 그대들은 세상에서 사치와 쾌락을 누렸고, 살육의 날에도 마음을 기름지게 하였습니다. 의인을 단죄하고 죽였습니다.(야고 5,1-6) 


죄를 고백하고 서로 남을 위해 기도하십시오.’(야고 5,16) 


‘위에서 지배하려고 하지 말고, 양 떼의 모범이 되십시오.’(1베드 5,3)


‘주님께서 참고 기다리시는 것을 구원의 기회로 생각하십시오.’(2베드 3,15) 


‘하느님을 두려워하십시오.’


‘그분을 경외하십시오.’


[필진정보]
김은순 프란치스카 : 전) 천주교청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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