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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制 / 제 / 짓다. 만들다. 자르다
  • 김유철
  • 등록 2017-11-28 12: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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制  / 제  / 짓다. 만들다. 자르다


공동번역 성경에는 창세기 1장 1절을 이렇게 번역했다. “한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지어내셨다.” 공동번역보다 뒤에 나온 천주교회본은 ‘지어냈다’는 우리말을 굳이 “창조”라 했지만 ‘짓다’란 표현이 단순하고 깊었다. 이름 지어 부를 수 없는 존재의 지음으로 비로소 생겨난 온갖 것들 그리고 인간. 그 역시도 이름 지어 부를 수 없는 바람 같음이다.



바람이 하는 일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싫어하는 일

내가 기뻐하는 일

내가 슬퍼하는 일

내가 희망하는 일

내가 실망하는 일

내가 분발하는 일

내가 좌절하는 일

내가 선택하는 일

내가 회피하는 일

그리고 또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일까지

모두 바람이 하는 일











[필진정보]
김유철 (스테파노) : 한국작가회의 시인. ‘삶·예술연구소’ 대표이며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이다. 저서로는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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