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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향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 : 미얀마 편
  • 끌로셰
  • 등록 2017-12-07 17:3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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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 vatican.va >의 11월 28~30일자 보도를 번역한 것입니다. (원문보기) - 편집자주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1월 27일부터 3일간의 미얀마 순방에서 소수 가톨릭 공동체를 격려함과 동시에 인권 문제에 대한 해결을 지속적으로 촉구했다.


교황은 우선 미얀마 정부 당국과 시민 사회를 함께 만난 자리에서, 최근 미얀마와 교황청 사이에 수립된 공식 외교 관계를 언급하며 이번 순방 결정이 “더 큰 국제 사회 안에서의 대화와 건설적 협력을 추구하려는 미얀마의 노력의 징표”라고 평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화 수립에 대해 “정의에 대한 헌신과 인권 존중을 통해서만 진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UN 국제 인권 선언을 언급하며 “이 자리에 참석한 외교단은 이러한 (인권) 합의에서 미얀마의 위치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인권과 같은) 기본 원칙을 지키고 추구하려는 국가의 헌신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결국, 평화란 “각 사회 구성원의 존엄과 권리의 존중, 각 인종과 그들의 정체성에 대한 존중, 법치 존중 그리고 어느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민주주의적 질서에 대한 존중”에 기반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종교적 차이는 분열과 불신의 원천이 되어서는 안 되며, 일치, 용서, 관용과 현명한 국가 건설의 동력이 되어야 한다.


교황은 국가 화해와 통합에 있어 종교 공동체들에게는 우선적 역할이 있다고 강조하며 특히 청년 육성을 강조했다. “미래는 미얀마 청년들의 손에 달려있다”면서 “이들이 일자리와 좋은 교육 기회를 받을 때에만 이들에 대한 투자가 풍성한 이득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청년들에게 기술 분야에서의 훈련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고 사회의 모든 층위에서 일치와 평화의 성장을 보장할 수 있는 정직, 청렴 그리고 인류 연대라는 도덕적 가치에 대한 교육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치하는 것은 같아지라는 의미가 아니다”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얀마 종교 지도자들과의 만남에서도 시편(시편 133, 1)을 인용하여 “일치하는 것은 같아지라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교황은 “일치란 단일성과 동의어가 아니며, 모든 사람이 같은 믿음을 가지라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우리 모두는 서로 다르고, 각 믿음에는 각각의 가치와 전통이 있다. 평화란 이러한 차이의 조화 안에서 구축되며, 일치 역시 차이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차이를 빌미로 차별을 행하며 상대방을 박해, 배척하는 종교간 갈등을 종식시키라는 의미로, 미얀마 내에 존재하는 불교와 이슬람교 간의 종교 분쟁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단일성에 대한 전 세계적 흐름을 경험하고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으며, 이러한 단일성은 인류를 파괴한다”면서 “이는 문화적 식민화와 같은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인종, 종교, 민중들 간의 이러한 차이들의 풍요를 이해해야 하며, 이러한 차이에서부터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차이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우리 아버지는 한 분이시며, 우리는 모두 형제들이다. 서로를 형제와 같이 사랑하도록 하자. 우리가 서로 논쟁한다면, 형제와 같이 논쟁하자. 형제는 논쟁하고 화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으로만 평화가 구축될 수 있다.



또한 미얀마에서 집전한 미사 강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께서는 정치력 혹은 속세의 권력으로써가 아닌 십자가에서 자신의 목숨을 바침으로써 그 분의 지혜를 우리에게 가르치셨다”고 말했다. “때로 우리는 자신의 지혜를 믿는 함정에 빠질 때도 있지만, 쉽게 방향 감각을 잃곤 한다”고 설명하며 “이럴 때 우리는 우리 앞에 계신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에게 확실한 나침반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미얀마에는 매우 제한된 수단에도 불구하고 많은 가톨릭 공동체들이, 강요하거나 병합하려는 태도가 아닌 초대와 환영의 태도로 여러 소수 부족에 복음을 전한다는 명확한 표징이 있다”고 말하며 미얀마 가톨릭 공동체의 선교 방식을 높이 평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님의 지혜란 우리를 분명 하느님의 내적 삶과 우리 이웃의 마음속으로 인도하는 ‘영적 GPS’”라고 말하며 갈등 해결에 무력 대응과 같은 속세의 방식보다는 예수님의 방식을 따를 것을 주문했다.


또한 미얀마 국민 다수가 믿고 있는 미얀마 불교의 최고 기관인 승가최고회의와 연방승가회 회장 꾸마라 종정 스님을 만난 자리에서 교황은 가톨릭과 불교 간의 우정을 다시 확인하고 돈독히 하는 중요한 기회라고 말하면서도 “우리가 함께 평화, 인간 존엄에 대한 존중, 모든 사람을 위한 정의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기회”라면서 미얀마 내 분쟁에 있어 불교의 역할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종과 종교의 차이를 극복하고 하나로 일치하기 위해서는 “모든 형태의 오해, 불관용, 편견과 증오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법구경(담마빠다)의 분노품 (17장 223)을 인용했다. 


욕을 참아서 분(忿)을 이기고 착함으로써 악을 이겨라. 보시를 줌으로써 인색을 이기고 지성으로써 거짓을 이겨라. 


교황은, 이 같은 부처의 가르침이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기도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주님, 저를 당신 평화의 도구로 만드소서. 증오가 있는 곳에 저로 하여금 사랑의 씨앗을 뿌리게 하소서. 상처가 있는 곳에 저로 하여금 용서의 씨앗을 뿌리게 하소서. 어둠이 있는 곳에 저로 하여금 빛을 가져오게 하소서.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오게 하소서”


또한 최근 미얀마 주교회의가 주최한 여러 종교간 평화 회담을 언급하며, “공동의 운명을 말하고자 할 때, 이러한 회합은 필수적인 요소”라면서 “진정한 정의와 지속되는 평화란 이것들이 모든 이에게 보장될 때에만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하며 인종과 종교를 뛰어넘는 인간 존중을 실현할 것을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얀마에서의 모든 만남에서, 비록 직접적으로 문제를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인권과 정의, 나아가 민주주의를 보장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특히, ‘정의’, ‘평화’ 이외에도 ‘민주주의적 질서’, ‘인종적 차이’ 등의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을 볼 때, 프란치스코 교황이 로힝야족 문제와 그에 연관된 난민의 인권과 미얀마 정부의 박해에 대한 직접적 비판을 피하고 ‘인권 보장’에 초점을 맞춘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내가 진실을 협상하지 않았다는 점은 여러분께 확실히 해두고 싶다”


이와 관련해 미얀마-방글라데시 순방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오는 기내 기자회견에서, 미얀마 일정 중 ‘로힝야’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해 “미얀마가 정치적으로 성장 중이며, 전환기에 있기 때문에 이러한 관점에서 모든 가능성이 재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보전진, 일보후퇴”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설명하며 ‘로힝야족’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장군과 사담을 나눌 때 ‘로힝야’라는 표현을 사용했는가에 대해서는 “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말들을 썼다“고 밝히며 “알아들을 사람은 알아들었을 것”이라고 표현했다.


또 미얀마 군 통수권자 흘라잉 장군과의 회담 내용에 대해 묻자 “좋은 대화였다”고 표현하며 “장군이 이야기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나는 그의 방문을 받았다. 나는 절대로 문을 닫아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내용에 대해서는 사담이었기 때문에 말할 수 없겠으나, 내가 진실을 협상하지 않았다는 점은 여러분께 확실히 해두고 싶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인터뷰에서 “로힝야족 난민 캠프에 가고 싶었으나 가능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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