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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관계악화 논란에 휩싸인 교황청, 핵심은 무엇인가
  • 끌로셰
  • 등록 2018-02-02 16:15:41
  • 수정 2018-12-20 00: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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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 AsiaNews >의 1월 22일, 29일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 편집자주


▲ 천주교 홍콩교구 교구장을 지낸 조셉 젠 추기경


< AsiaNews >는 지난달 22일 중국에 파견된 교황청 특사가 교황청으로부터 정식 임명을 받은 두 주교에게 ‘중국 정부로부터 임명 받은 주교를 위해 자리를 내어주라’며 퇴임을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논란이 일자 천주교 홍콩교구 교구장을 지냈던 천르쥔(Joseph Zen) 추기경은 공개적으로 “당시 인류복음화성 차관이었던 혼 사비오 대주교(Savio Hon Tai Fai)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렸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놀라 이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상황에 진전이 없자 천 추기경이 직접 로마로 가서 비공개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서한을 전달하고, 교황으로부터 “(중국 관련 교황청 관계자들에게) 또 다른 민젠티(Mindszenty)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 달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요제프 민젠티 추기경은 공산주의 독재 정권에 대항했던 헝가리 추기경으로, 헝가리의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교황청에서 주교직 퇴임을 권고했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민젠티 추기경의 후임은 정부가 지정한 인물이었다. 


특히 천 추기경은 “적법하게 임명된 주교들에게 파문된 주교를 위해 자리를 내어주라는 요청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나의 비관적 태도는 중국 교회에 대한 많은 경험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설명하며 “나는 우리 형제 주교들이 처한 노예와 같은 생활과 모욕을 직접 경험한 바 있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 정부가 문서상에만 존재했던 규정들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면서 2018년 2월 1일부터 지하교회 미사 참례가 불가능하게 되는 등 중국 정부가 가톨릭교회에 전향적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과의 관계를 담당하는 교황청 관계자들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입장에 이견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교황청 측에서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발표하며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중국 문제에 대해 국무원 조력자들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으며 중국 교회의 상황과 교황청, 중국 간에 진행 중인 대화에 대해서도 충실히 정보를 전달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런 논란에 대해 “교회 사람들이 정반대의 사실을 주장하며 혼란과 논란을 조장한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임 권고를 받은 주교는 광동 산터우(Shantou) 교구의 장젠젠(Peter Zhuang Jianjian) 주교와 민동(Mindong) 교구의 궈시진 주교(Joseph Guo Xijin)다. 이들은 ‘지하교회’ 소속으로 교황청이 인정한 주교들이다. 


< AsiaNews >와 천 추기경에 따르면 이 두 주교는 중국 정부가 관리하며 교황의 주교 임명권을 거부하고 자체적으로 주교를 선출하는 중국천주교애국회(Chinese Catholic Patriotic Association, 이하 애국회) 소속 황빙장 주교(Joseph Huang Bingzhang)와 잔스루 주교 (Vincent Zhan Silu)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특히 황 빙장 주교는 교황청 인가를 받지 않아 교황청으로부터 파문당한 바 있으며, 중국 의회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의원이기도 하다. 


중국에는 두 교회가 있는 것이 아니라, 화해에서 일치로 나아가는 여정에 부름 받은 두 개의 신자 공동체가 있는 것


▲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사진출처=La Stampa)


교황청 성명서 발표 이후, 이탈리아 < La Stampa >는 해당 논란과 관련해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을 인터뷰했다. 이 인터뷰에서 파롤린 추기경은 “교황청의 주요 목표는 교회일치의 보호”라고 밝히며 “중국에는 두 교회가 있는 것이 아니라 화해에서 일치로 나아가는 여정에 부름 받은 두 개의 신자 공동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모든 논란의 핵심인 주교 임명권에 대한 질문에 파롤린 추기경은 “공동체 안에서 서로 주고받은 상처가 치유되기 위해서는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며 “주교 임명권 문제를 충분히 숙고한다면, 현존하는 문제들은 더 이상 중국 신자들이 교황과 일치를 이루는 것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또한 주교직 퇴임 요청에 대해서는 “크든 작든 누군가 희생을 요청한다면 이는 정치적 거래의 대가가 아닌 그리스도 교회의 선이라는 복음적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합법’, ‘불법’, ‘공식’ 주교와 같은 표현을 쓸 것이 아니라 직접 형제를 만나고 협력과 일치의 언어를 되찾아야”한다고 강조했다.


형제를 규탄하기 위해 반대에 집착하거나 원한이나 닫힌 태도를 조장하지 않기를 요청한다.


파롤린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황청 협력자들 간의 이견에 대해서도 “어느 누구도 개인적인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또한 천 추기경이 제기한 비판에 대해서도 “문제 해결방법에 있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는 것은 정당한 일”이라면서도 “어떤 관점도 중국 신자들에게 좋은 것이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유일한 지표가 될 수 없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베네딕토 16세가 중국 신자들에게 보냈던 편지를 언급하며 “교회의 사명은 국가의 구조나 행정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권능에 의지하여 그리스도를 전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편지 해설)


 천 추기경에 따르면 위에 언급된 교황청 특사는 클라우디오 마리아 첼리(Claudio Maria Celli) 대주교로 알려졌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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