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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천국처럼’은 ‘지금 행복하기’
  • 문미정
  • 등록 2018-03-02 17:51:26
  • 수정 2018-03-02 18: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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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미정


소비문화로부터 벗어나 예수 삶을 쫓아 ‘지상에서 천국처럼’ 살겠다는 이들이 모여 공동체를 꾸린지도 어느덧 20년이 되었다. 하느님 나라가 금방 올 거라고 믿었던 그때의 청년들이 어느새 중장년이 될 만큼의 세월이었다. 


예수살이공동체는 1998년 3월 1일 역삼동 성당 강당에서 힘찬 출발을 알렸다. 박기호 신부와 동료 신부들은 교회를 떠나는 청년들을 보면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오늘날 새로운 기술문명을 바탕으로 한 문물들이 우리 삶과 정신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영향을 주는지 청년들에게 교육할 필요성을 느끼고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 그 시작이었다. 


‘예수살이, 인간의 복원 운동’ 


1일 예수살이공동체 창립 20주년 감사미사에 앞서, 공동체를 처음 시작했던 박기호 신부가 ‘예수살이, 인간의 복원 운동’이란 주제로 강의를 시작했다.


박 신부는 예수살이 운동은 ‘인간을 복원하는 운동’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 시대의 삶은 인간이 파괴되고 하느님께서 주신 창조성마저 파괴됐다고 말했다. 


▲ 박기호 신부는 예수살이 운동은 인간을 복원하는 운동이라고 말했다. ⓒ 문미정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강한 힘을 가진 ‘소비문화’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질문하고 성찰한다면, 예수살이 삶의 목적인 ‘소비문화로부터 자유로운 삶’, ‘이웃과 함께 하는 삶’, ‘아름다운 세계를 위해 투신하는 삶’을 확연히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주년을 맞으면서 뿌리는 그런대로 길게 뻗었지만 푸르른 잎사귀를 얻지 못했다면 내가 가진 실천력이 떨어진 것은 아닌지, 내가 그만큼 예수살이를 보여주지 않은 것은 아닌지를 성찰하자고도 했다.


박 신부는 “5년 후, 10년 후 지금보다 더 많은 이웃들과 함께 예수 제자의 삶을 추구하는 모임과 운동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내자”며, 더부네(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와 힘차게 파이팅을 외쳤다. 


여느 미사와 달리 남녀노소가 함께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 애기가 우는 게 당연한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애기 우는 것에 예민해졌다.


▲ 감사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아이들이 칭얼거리거나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지만 그들에게 눈치를 주는 이들은 없었다. ⓒ 문미정


감사미사를 집전한 유경촌 주교는 “여느 미사와 달리 남녀노소가 함께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유모차에 아이를 데리고 오는 젊은 부부들은 본당 미사에서 보기 어려운데, 오늘은 당당하게 유모차를 끌고 온 부부들이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애기가 우는 게 당연한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애기 우는 것에 예민해졌다”면서 여러 세대가 함께 있어 보기 좋고, 교회 공동체가 원래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 ⓒ 문미정


유 주교는 예수살이공동체의 창립선언문을 다시금 보며, ‘소비주의’ ‘물질적 풍요’ ‘생태계와 인간 정신의 황폐화’ ‘민족 분단으로 인한 군사대결과 강대국의 종속’이란 말들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청년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물으며 공동체 운동을 시작했던 그때의 청년 신앙인들 대부분이 중장년이 되었다며, “박기호 신부님은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을 것 같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예수살이 운동, 20년 전보다 지금 더 중요하고 절실


▲ 이날 민들레서원자 네 명을 위한 기도가 이뤄졌다. ⓒ 문미정


유 주교는 창립 당시 한국 사회와 교회 모습은 20년이 지난 지금 크게 달라지지 않고 오히려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소비주의나 물질주의는 더 강화됐고 영적인 자산은 우리 생활과 더 멀어졌다는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예수살이 운동의 의미가 더 중요하고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0년간 예수살이가 얼마나 처음 원칙에 충실하고 치열하게 복음적인 삶을 살고자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를 살펴보고,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지는 것이 오늘 미사에 담긴 주님의 뜻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상에서 천국처럼’의 식별 기준은 ‘지금 행복하기’라고 말했다. 지금 이 세상을 살면서 천국을 살려면 예수살이의 복음적 삶 자체가 곧 행복임을 깨닫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감사미사와 함께 ‘21기 민들레서원식’도 진행됐다. ‘민들레’는 예수살이 공동체의 마스코트이면서 정회원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선배 민들레들은 민들레서원자 네 명을 위해 기도하고 안아주며 새로운 민들레들을 공동체로 받아들이는 따뜻한 모습을 보여줬다.


▲ 선배 민들레들은 새롭게 민들레가 된 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따뜻하게 안아줬다. ⓒ 문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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